산천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름이 없는 무덤부터, 그럴듯한 비석을 해 놓고 넓은 터를 가진 무덤까지 이런 저런 무덤이 있다. 어른들은 사연없는 무덤이 없다고 했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도 사연 없는 사람이 없다.   킬러가 된 심여사, 졸지에 킬러 엄마를 둔 진아, 어둡거나 밝은 과거를 갖고 있는 박태상과 나한철, 다가올 미래가 밝았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준섭, 준기. 책 밖으로 걸어나오는 인물들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듣는 일이 책을 읽는 동안 큰 기쁨이었다. 

  
심여사가 차려 준 아침밥을 상상해본다. 밥에는 제철 옥수수가 들어가 노랗게 익었을듯 하고, 진섭의 밥그릇은 고봉밥으로 퍼담아져있다. 묵은지를 잔뜩 넣고, 소갈비가 양껏 들어간 묵은지 김치찜이 식탁 한 가운데에 트로피처럼 놓여있다. 참외 속을 긁고, 소금에 절인 후 물기를 꽉 짜고, 고춧가루로 양념을 한 참외 장아찌, 젓갈로 맛을 낸 푹 익은 배추김치, 달달한 어묵조림, 싸게 산 계란이 처치곤란이라 만든 계란 장조림. 학교에 늦을까 헐레벌떡 밥을 먹는 진아 옆으로는 까치집을 머리에 이고 앉아있는 준기가 있다. 숟가락이 달각 거릴 쯤, 심여사는 잔꽃무늬 몸빼를 입고, 밝은 노란색 블라우스를 입고 문을 나서고, 그저그런 간판이 걸린 스마일 정육점 문이 개운한 종소리를 내며 열렸다 닫힌다.

  책의 마지막 장은 덮었지만, 책 밖을 걸어나온 인물들이 고난 없이, 아니 사실은 고난도 잘 이겨내면서 평범한 삶을 마저 걸어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