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본지가 꽤 오래 됐다. 그러니 당연히 공부하는 방법도 잊었고 이해력은 떨어지게 되더라. 그러던 중 다시 시험을 볼 상황이 되니 매우 당황스러웠다. 두꺼운 기본서들은 이해되지 않았고, 학원 커리큘럼은 그냥 3회독을 하면 충분하다는 기계적인 설명만 되풀이 했다.

문제는 암기과목. 십여년 만에 다시 들춰보는 한국사는 1장 부터 매우 당황스러웠는데, 문득 년도별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린 후에 그 안에 내용을 채워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방법을 몰라 1회독을 억지로 하던 차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제목 보다는 폰트가 강렬해서 눈길을 끌었는데 마치, 지금 니가 찾는 거야, 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 든 생각은 3회독도 힘든데 7회독이라니 너무하네, 였지만 설마 그건 아니겠지 싶어 읽어봤다. 

물론 아니었다. 이건 내가 어렴풋이 생각해봤던 전체적인 구조를 먼저 짜고 그 안에 콘텐츠를 심어 넣어 완성하는 암기법인데 전체적인 파악은 7번의 읽기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는거다. 처음엔 건물지을 땅을 파고 (책 한권 암기를 건물 하나 짓는다고 묘사하면), 두 번째 읽을 땐 전체 구조 파악을 위해 목차를 머리에 넣어 지지대를 만들고, 세 번째 읽을 땐 목차 안의 내용을 채우고 어쩌고 저쩌고 해서 건물을 짓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 공부법은 기존 방식과는 전혀 달라서 - 어쩌면 역행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공부법을 찾고 있었기에 유레카를 외쳤지만 대부분의 학생이나 수험생들은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중요하게 다가온 건 이 책이 엄청난 동기부여를 해줬다는 거다. 뭐랄까 반에서 공부잘하는애가 자신의 일상을 공개한 느낌? 그래서 내 일상과 비교해 봤을때 '아 나는 시간을 이렇게 써서 절대 잘할 수 없었겠구나' 싶었다. 사실 이런 공부 일상(어떤 목표를 가지고 공부를 해야하는 사람들이 시간을 쓰는 방법)은 공부를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사람이 확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언젠가 외고 다니는 친구가 2일에 문제집 한 권씩을 풀어내 시중에 나와있는 브랜드를 다 풀고 시험보는 걸 봤을 때 느꼈던 충격과 비슷하다고 해야할까. 이 책의 저자는 외고 친구보다 100배는 더 잘하는 사람인데, 그녀의 공부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