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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4.2.24
닌텐도 다이어리
- 글쓴이
- 조경숙 저
이김
육아중인 많은 부모들의 고민거리일 '게임'. 그런데 게임을 하며 자녀와 소통을 하는 부모도 있다. 나도 아직은 아이가 어리지만, 머지않아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되지 않을까.
문화적 태생부터 다른 세대를 키우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고리타분한 가치관이 맞는 걸까 늘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저런 책이나 영상을 기웃거리며 답을 찾아내려 노력은 하지만, 결국 결정은 부모인 내가 내리는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그래도 좋은 것으로. 아마 《닌텐도 다이어리》의 저자도 비슷한 생각으로 아이에게 게임기를 쥐어주었을 것이다.
저자는 아이와 함께 즐기기 위해 닌텐도를 구매했다. 모바일게임이 간편하기는 했으나, 간헐적으로 뜨는 광고들 가운데 잔인하고 폭력적인 것들이 있었다. 닌텐도는 초기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그런 유해한 광고로부터 아이를 보호할 수 있었다. 언뜻 닌텐도 광고 책자인가 싶은 느낌일 수 있으나, 이 책을 읽으면서 닌텐도를 사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나도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드는 걸 보면, 마냥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신기한 닌텐도의 세계
나는 사실 닌텐도를 모른다. 어렸을 때 내가 즐겼던 게임팩 비슷한 거겠지, 세월이 지났으니 훨씬 더 좋아진 게임기겠지 정도 생각하고 말았던 것 같다. 하지만 책에 소개된 닌텐도 게임들은 우리네 시절보다 훨씬 정교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스토리가 탄탄해졌다.
버블버블이나 팩맨, 서커스 게임을 할 때 스토리가 다 무슨 소용이었을까. 요즘 모든 건 세계관으로 통한다. 아이돌도 세계관을 만들어 데뷔하는 시대인데 게임은 그 세계관이 더욱 중요하다. 아무 생각 없이 공주를 납치한 쿠파를 물리쳐 공주를 구출해냈었다. 이유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쿠파가 공주를 납치한 이유, 공주가 구출되고 나서의 행보가 더해져 더욱 풍성해졌다.
저자는 아이와 아침에 닌텐도로 2분 가량 율동겸 운동을 한다고 한다. 게임기로 운동이라니, 라떼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자고로 아침 운동은 뽀뽀뽀 체조나 하나둘셋 체조가 제격 아닌가? 내 친구는 딸과 닌텐도로 춤을 춘다고 했다. 그 춤 게임이 너무 하고 싶어서 구매할까 고민하긴 했었지만, 나도 게임기를 구매할 날이 머지 않은 듯 싶다.
중요한 건 게임일까
앞서 언급했지만, 아이와 소통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중 하나로 저자는 게임을 택했을 뿐이다. 식당에서 날뛰는 아이를 자제시키기 위해 유튜브를 틀어주다가, 해로운 영상이 뜨는 걸 막기 위해 게임을 틀어줬고, 그 게임에서마저 유해한 광고가 나오자 닌텐도를 쥐어주었다.
아직 우리 아이들은 어리기도 하고, 식당에서는 휴대폰을 보지 않아도 제법 앉아서 밥도 잘 먹기에 큰 고민을 하지 않고 지내고 있다. 아이들이 먼저 먹고, 어른들 식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때 잠깐 영상을 틀어줄 때도 있지만, 식사가 마치면 끌 것이고, 그때 울거나 짜증을 내면 다시는 영상을 볼 수 없다는 약속을 한 뒤에 틀기 때문에 마찰이 적은 편이다.
아이마다 다르고, 가정마다 다른 육아이기에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다. 중요한 건 아이와의 소통이다. 저자는 게임을 통해 아이와 소통하고, 그 안에서 교육적인 것을 찾아내었다. 아이는 매달 1일, 모아둔 용돈으로 게임팩을 산다. 살 때는 부모에게 컨펌을 받는다. 게임을 하며 가족끼리 협력한다. 서로가 잘하는 것들을 담당하며 미션들을 깨나간다. 그 안에서 아이는 시간 관리, 금전 관리, 협동, 경쟁, 성취감 등을 배우고 있다.
꼭 게임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누군가는 그림으로, 누군가는 음악으로, 책으로, 종이접기로, 운동으로, 각자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와 소통할 수 있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도블이라는 보드게임에 빠졌다. 하면서 싸우기도 하고, 경쟁하고, 서로 알려주기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일단 만 4살인 둘째도 제법 잘 즐길 수 있어서 만족스러운 게임이다. 승부욕이 많은 나를 닮아 두 녀석도 승부욕이 들끓는데, 못난 어미가 져주기를 잘 못해 아이들을 울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아이야, 매번 이길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도 알아야 한단다. 요즘은 내가 아이들을 이겨서 뭐하나 싶어 그냥 져줄 때가 많다.
모든 매체는 부모가 개입해야 한다.
첫째는 유치원에서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보여준 적 없는 티니핑, 헬로카봇, 포켓몬 등을 알아와서 나에게 설명한다. 티비로 좀 보여줄까 싶어 물어보면 별로 보고싶어하지는 않는다. 고고다이노에 빠져있던 아이. 넷플릭스엔 시리즈가 별로 없어 유튜브로 고고다이노 다른 시즌을 틀어줬었는데, 그러다 보니 유튜브에 있는 다른 영상들도 보게 되었다.
일단 우리 부부가 가장 싫어하는 건, 사람들이 나와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키즈카페에서 노는 영상이다. 또 사람의 말소리 하나 없이 형형색색의 장난감들이 asmr을 내며 이리저리 움직이는 영상처럼 멍하게 보고만 있게 만드는 것도 싫어한다. 그런 영상들을 보겠다고 할 때는 과감히 티비를 껐다. 며칠 아이들과 마찰을 빚긴 했지만, 엄마아빠는 너희가 그런 영상을 보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스토리가 있거나 동요가 나오는 영상이 아니면 보여주지 않겠다고 하니 이제는 아이들도 수긍하고 있다.
얼마 전 아이가 흥겨운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리고는 나에게 그 노래를 틀어달라고 해서 유튜브 뮤직에서 검색을 했는데, 앨범 커버 그림이 뭔가 께름칙했다. 아이에게는 화면을 보여주지 않고 음악만 들려줬는데, 기계음이 잔뜩 들어간, 아이가 흥얼거리던 멜로디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뭔가 더 요란스러운 그런 음악이었다. 한 번 들려주고는 들려주지 않겠다 하고 동요로 바꿔 틀고는 검색을 해 보았다.
아이가 흥얼거리던 건 스키비티 토일렛이라는 러시아인이 만든 콘텐츠였다. 시각적으로 혐오스러웠고, 누군가 올려둔 영상을 보는데 너무 잔인했다. 이런 것들을 유치원이나 미술학원에서 배워온다니, 다른 아이들은 이 영상을 어떻게 아는 거지 싶었는데 보통 초등학생 형이나 누나가 있는 친구들에게서 배워온다고 한다. 충격을 받은 나는 남편에게 이야기했고, 남편도 꽤 심각하게 반응했다. 그리고 유튜브는 철저하게 부모가 관리하자며 다시 한 번 의기투합했다.
아이의 매체 사용에 고민을 안고 있는 부모, 게임의 긍정적인 면을 활용해 보고 싶은 부모라면 이 책을 추천한다. 건전하게 가족이 게임을 즐기는 방법, 게임의 세계관 안에서 교육적인 것을 발견하는 방법, 아이가 게임을 원할 때 부모가 해야 할 고민과 그 나름의 해결책들이 담겨 있다. 나도 아이들이 조금 더 커서 게임을 할 만한 나이가 되었을 때, 이렇게 아이와 즐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또 어린 날에 게임 좀 해 본 어른이라면 그 시절을 추억하며 읽기에 좋다. 우리 아빠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닌데, 우리집에 게임팩이 있었다. 그리고 386 컴퓨터도 들여놓았었다. 정작 아빠는 그것들을 하는 걸 본 기억이 없다. 인터넷 초창기 시절 초등학생 때, 친구들이 천리안이나 유니텔을 하러 우리집에 놀러오기도 했다. 아빠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엄마가 밤새 게임하던 오빠가 못마땅해 키보드를 빼서 안방에 숨겨놓고 주무시고, 그걸 몰래 빼나와 게임하던 오빠와 나의 추억. 임요환의 경기를 보며 가슴졸였던 기억, ('임요환님의 드랍쉽이다'카페를 하시나요?) 대학생 시절 친구들과 밤새 대항해시대 온라인을 하며 세계를 누볐던 기억들이 몽글몽글 샘솟는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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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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