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가의 책은 많이 읽어왔지만 미나토 가나에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다. 한국에서는 '고백'이란 소설로 꽤 유명한 작가로
알려졌지만 나에게는 유토피아가 처음으로 마주하는 도서다. 조용한 분위기의 표지와 유토피아란 제목에서 정적인 느낌이 나는 소설일
것만 같았다. 나의 추측대로 유토피아의 무대는 작은 항구 마을인 하나사키초에서 일어난 이야기이다.

외곽
도시다 보니 아름다운 풍경에 대한 묘사가 매번 등장한한다. 구심점이 확실한 주인공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등장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갈등에 대한 것들이 이야기로 전개되기 때문에 이름 외우는데 애를 먹었다. 카르마조프의 형제들 이후로 이름이
안 외워지는 소설은 오랜만이다. 초반에 간단한 등장인물 소개의 글귀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줄거리는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불교용품점을 운영하는 나나코, 사고로 인해 휠체어 생활을 하는 나나코의 딸 쿠미카, '쁘띠안젤라에서
플라워 가게를 운영하는 미쓰키와 왠만한 아역배우보다 이쁜 사나코란 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리가 불편한 쿠미카지만
사나코는 항상 쿠미카와 공부도 사소한 것들도 함께 한다. 사나코가 쿠미카를 위해 따뜻한 마음으로 쓴 시가 세간에 화제가 되고 이
이야기에 영감을 얻은 스미레는 자신의 공방에서 '클라라의 날개'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날개 스트랩을 판매하게 된다. 그 이후 작은
갈등이 하나둘씩 생기며 서로 불만을 품게 되는데..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하나 크게 놀란만 한 소재는
아니다. 대신 인물 간의 갈등에서 생기는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였다. 좋은 일이 생기면 잡음이 생기듯 질투로 생기는 여자들의
뒷담화, 아무리 잘한 선행도 자기 자식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면 갈등이 생기는 일 등, 지나칠 수 있는 인간의 사소한 생각들을
잘 캐치하는 작가인 것 같다.

p.361   착실히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토피아 같은 곳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유토피아를 원하는 사람은 자신의 불운을 땅 때문이라고 탓하며 여기가 아닌 어딘가를 찾고 있을 뿐이다. 영원히 헤매고 다니라지.

책의
전반적인 느낌은 간이 심심하지만 재료는 건강한 음식을 한 끼 먹은 기분이다. 스토리상 특별한 자극도 두근거리는 반전도 없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드러나는 인물 간의 갈등은 사소하지만 깊은 내용인 것들이 많았다. 작가는 선의가 향하는 끝에 대해 쓰고 싶어
집필한 작품이 '유토피아'라고 한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선의로 가득 찬 인물들이지만 그것의 결말이 부정적으로 닥쳤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대해 알고 싶었던 것 같다. 독특한 시각의 설정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이야기를 새롭게 탄생시킨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