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제목만 보고는 잘 몰랐는데, 이 책의 원제가 '가스등 이펙트'로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정서적 학대, 스턴박사가 가스라이팅을 최초로 규정한 저명한 책입니다. 가스라이팅은 사전적으로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로, 1938년 영국에서 공연된 이자 히치콕 감독이 1944년에 만든 할리우드 영화로도 유명한 <가스등(Gas Light)>이라는 영화에서 따온 제목이라고 합니다.

최근에 문제가 된 데이트 폭력은 물론 부부간이나 가족 간에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비교적 흔한 범죄행위라 하겠습니다. 특히 지배적인 위치에 있는 종교지도자에 의해서도 많이 발생합니다. 최근 청소년들의 멘토라고 불려온 일부 목사들의 성추문이 폭로되어 큰 충격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이 목사'는 자신이 멘토링하는 청소년에게 성추행을 저지르면서도 “이렇게까지 사람을 못 믿어서 어떻게 하냐”고 당당한 태도를 보였으며, 추행을 하면서도 마치 상담과 치료를 진행한 것처럼 행동했다고 알려져 세간을 경악케 했습니다. 바로 이 목사가 사용한 기술이 이 책에서 말하는, 상황을 조작해서 피해자를 통제하는 기술을 뜻하는, '가스라이팅'의 대표적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이처럼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피해자는 판단력을 상실한 채 가해자의 생각에 동조하고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스등이라는 영화에서는 남편이 집 안의 가스등을 일부러 어둡게 해놓고 집이 너무 어둡다고 말하는 아내에게 오히려 "당신이 잘못 본 것"이라고 탓합니다. 즉 영화 속의 가스등은 아내에 대한 남편의 심리적인 조종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가스라이팅이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시작된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가해자의 이해와 인정, 사랑을 받고자 하는 소망, 이 모든 것들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과 걱정에서 가스라이팅이 시작된다고 지적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스라이팅을 차단할 수 있을까?하는 질문이 나오게 되는 데 이에 대해서 저자는 가스라이팅을 차단하는 여섯 단계를 제시합니다. 우선 문제를 확인하고 자신이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합니다. 그러면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는 존재와의 관계를 정리할 각오를 하고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서 자신의 감정을 살리려는 노력을 하고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무기력에서 극복 자신에게 힘을 부여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사교 모임 등을 통하는 등으로 자아를 회복하고 그 자아에 행도할 기회를 줄 것을 조언합니다.

이처럼 이 책은 가스라이팅을 최초로 정의한 책이면서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는 길을 알려주는 심리치료서라고 하겠습니다. 가스라이팅을 당해서 힘들어 하는 분들은 물론 급증하는 가스라이팅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