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표지를 보고 잠깐 생각에 잠긴다.

작은 고래? 그럼 옆에는 큰 고래인가?

이들은 어떤 관계지? 어른과 아이? 아니면 부/모와 자녀?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꽤 선명한 그렇지만 섬세한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작가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아이들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진 않고

고래다 고래~를 연신 외치며 들떠서 어서 표지를 넘기려한다.

표지를 넘기니 민바탕이 아닌 바닷속 풍경을 묘사해

또다시 눈길을 사로잡는 그림이 이어진다.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그림책답게

그림을 보며 느끼고 생각이 꼬리를 무는

묘한 기분을 오랜만에 느낀다.

첫장과 마지막 표지가 같을까? 싶어 맨 뒷표지를 펼쳐본다.

와우!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전혀 다른 색감으로 분위기를 바꾼 마지막 표지.

하지만 다른 건 색감뿐이다.

데칼코마니를 한듯 한 양쪽 표지를 번갈아 보며

그린 이의 마음과 글을 지은 이의 생각을 함께 쫓아가본다.

이 그림책을 자주 꺼내볼 것 같다는 생각이 팍! 든 다음 장~

바로 이 장면!

가볍게 보고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잠시 한 번 더 눈길이 머문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작은 고래였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큰 고래이다.

그 사이에서 난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고 살아가고 있을까?

 

이야기가 시작한다.

여느 가정의 일상이었으면 좋겠다 싶은 첫 장면이다.

하지만 작은 고래에겐 궁금한 게 있었죠.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곳은 어디일까요?'

이 물음에 큰 고래는

위대한 고래의 비밀을 함께 찾으러가보자고 한다.

읽으며 맘이 찔린다.

셋이란 이유로

막내가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함께"를 조금은 가볍게 때로는 안보이는 척하며 지냈던 것이...

 

그렇게 시작된 둘의 여행은

비밀의 섬

무지개

해적선을 거쳐

가오리가 안내한 눈부신 산호초 숲을 지나

해저도시

고래합창장소를 거쳐

다시 돌아온 집으로 이어진다.

사뭇 삶의 여정과도 비슷한 듯한 이야기의 전개가

이 책이 비단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닌

삭막하고 뻣뻣한 정서를 가진 현대의 나에게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 머물게한다.

집에 돌아온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들떠서 떠들어대는

한편으로는 철없어 보이는 작은 고래인

나.

하지만

주어진 삶에선

세아이를 돌봐야하는 큰 고래인

나.

이 장면이 개인적으로는 많은 공감과 생각의 여백을 준 듯 하다.

누군가에게 폭 안겨 쉴 수 있는 작은 고래가 되자

그리고 다른 누군가에게 푹신한 쉼을 주는 큰 고래가 되자

다짐해본다.



하루종일 우당탕탕 재잘거리다 잠든 삼남매와

자주 그리고 한번에 완독이 아닌 한 장 한 장 숨을 고르며

"함께" 이 그림책을 따라 고래도 그리고 우리 모습도 그리며

책장이 바래지고 헤질 때 까지 읽어보고 싶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