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책(330)

청은
- 작성일
- 2011.10.25
기탄잘리
- 글쓴이
-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저
열린책들
아시아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서 인도의 정신을 세계에 알린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기탄잘리>는 무척 낭만적이며 신비스러운 시로 엮어져 있다.
총 103편의 영문시로 수록되었는데 이 모든 시들은 <님>을 향한 시가이다. 신의 본질에 대한 끝없는 갈망과 물질세계에서 존재하는 모순과 혼돈 속에서 자아성찰을 추구하는 타고르의 사상은, 103편의 시 전체에 흐르고 있다. 성경에 나오는 다윗의 시편과 무척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다윗의 시편은 절대자 하나님께 향한 시임을 알수 있지만 타고르의 시에서 <님>은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시를 읽다보면 <님>을 깨닫는 과정이 우리 생 전반에 걸친 자아성찰과 맞닿아있으며 타고르의 생전부를 바친 깨달음의 과정이라는 통찰이라 막연히 느낄 뿐이다.
시 전편에 등장하는 <님>의 존재에 대해 시편 102편에서는 [그는 누구지요?]라고 물으면 [정말이지, 나는 그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 사람들은 나를 나무라고는 비웃음을 흘리며 가버립니다. 그런데 님께서는 미소를 머금고 그곳에 앉아 계실 뿐입니다. 타고르의 모든 시가 님을 향한 시라 대체 사람들이 님이 누구냐고 묻자 자신도 님이 누구인지 모른다고 답하는 것은 님이 한마디로 규정짓기 어려운 존재임을 말한다. 그렇다면 시에서 보여지는 님은 어떤 존재인가..
71편의 시에서 보여지는 님은 절대자로서 우리가 사는 현생은 님과 나사이의 숨바꼭질이 이어지는 가운데 온 세월이 흐릅니다. 라는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님이란 보이지 않는 존재라는 것을 알수 있다.
또한 님은 형체가 없는 존재로서 항상 존재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존재로서
43편의 시에서 [덧없이 흘러가는 내 삶의 수많은 순간에 영원의 각인을 새겨 놓으셨습니다. 어쩌다 오늘, 덧없이 흘러간 내 삶의 순간들에 불을 비추자, 그곳에 새겨진 님의 각인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 순간 나는 님이 남긴 각인들이 내 사소한 나날들의 기쁨과 슬픔에 대한 잊혀진 추억들과 뒤섞인 채 먼지 속에 흩어져 있음을 깨닫습니다. ]에서 느낄 수 있듯이 님이란 언제나 존재하였지만 한 순간에 느껴지는 깨달음으로 다가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45편에서도 [나에게, 길을 따라 나에게, 언제나 나에게 오고 계십니다.] 라고 말하듯이 언제나 님은 곁에 있지만 그 님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어느 한 순간에 깨달음으로 찾아오므로 102편에서 <님>의 존재를 모른다고 한 것은 결국 님의 존재는 자신의 깨달음에 달렸다는 뜻이다. 인간이 소속되어 있는 물질 세계는 물론 인간까지도 한낱 환영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을 , 진정한 깨우침에 이르기 위해서는 현생이란 잠시왔다 머물러 가는 것일 뿐이라는 것임을 말하는데 이것은 인도 종교 철학인 <마야>의 세계를 말한다.
시편 101편에서는 그 느낌을 이렇게 노래한다. [ 한평생 쉬지 않고 나는 내 노래와 함께 님을 찾아 헤맸습니다. 이 문에서 저 문으로 나를 이끈 것은 내 노래였지요. 나는 내 노래와 함께 내 주변을 더듬고 다녔습니다. 나의 세계를 찾아 손끝으로 느끼면서..]
따라서 타고르의 님이란 그어떤 시적 이미지와 비유을 동원하더라도 쉽게 그 모습을 밝힐 수 없는 존재의 님인것이다.
타고르는 인도의 부유한 계층에서 태어났으나 후에 인도에서 농업 공동체를 설립하여 농민계몽에 힘썼다. 농민이 계몽하지 않고는 인도사회의 어떤 변혁도 힘들다는 타고르의 사상은 다른 지식인들과는 달리 무척 진보적인 사상이였다. 그러나 아내와 부친, 심지어 아들과 딸이 수년 사이에 연이어 사망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고, 야심만만하게 시작한 농업학교도 재정난에 허덕이게 되자 저서의 판권을 헐값에 출판사에 넘기게 되는 고통과 울분은 고스란히 시로 승화되어 [기탄잘리]를 탄생시키게 했다. 타고르의 시는 노벨상이라는 명성과 달리 의외로 무척 소박하고 화려한 미사여구는 등장하지 않지만, <님>을 향한 사랑은 때론 연인에게 속삭이는 밀어로, 때론 신께 고백하는 기도의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시는 우리가 사는 생에 집착하는 모습을 버리고 진정한 내 안에 있는 님의 목소리를 듣는 깨달음에 다다른다는 것으로서 인간세상은 무한한 세상을 꿈꾸지만 결국은 유한한 존재라는 사실을, 님과 숨바꼭질한다라고 비유한 타고르의 시의 세계는 철학적인 동시에 형이상학적이기도 하며 님께 바치는 아름다운 시의 향연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내 삶의 마지막 순간들을 생각하노라면, 모든 시간의 장벽이 무너집니다. 그리고 죽음의 빛에 의지하여 나는 꾸밈없는 천연의 보물로 가득 찬 님의 세계를 엿봅니다. 그곳에서는 더할 수 없이 비천한 자리도 찾아보기 어렵고, 더 할 수 없이 비참한 삶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내가 헛되이 갈망해 왔던 모든 것과 내가 지니고 있는 모든 것을 버리게 하소서. 그리고 내가 늘 얕보고 무시하였던 것들을 진정으로 소유하게 하소서. -9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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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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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11. 10. 26.
@예쁜엄마
- 작성일
- 2011. 10. 26.
@예쁜엄마
- 작성일
- 2011. 10. 26.
@예쁜엄마
- 작성일
- 2011. 10. 26.
- 작성일
- 2011. 10. 26.
@운학골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