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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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죄와 벌 (하)
글쓴이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저
열린책들
평균
별점9.1 (115)
오로지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 저/홍대화 역 | 열린책들 | 원서 : Prestuplenie i nakazanic | 2008년 12월 10일 |  정가 : 7,800원/권







읽기 힘들어 보이는 두께의 책을 빌려왔다가, 표지에 (상)이라는 글씨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었다. 깜짝 놀란 마음에 읽지 못하고 바라만 보다가 그래봐야 소설인데 싶은 생각에 (하)권도 빌려왔다. 그런데, (하)권은 (상)권 보다 더 두꺼워서 또 한번 놀랐다. 그래도 '읽기를 작정한 이상 읽어야지' 싶어 책장을 넘기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넘어가는 책장은 '모든 두꺼운 고전이 다 재미없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교훈을 남기면서 끝이 났다.


 


빼쩨르부르그의 무더운 7월, 법학을 전공하지만 현재는 휴학생인 라스꼴리꼬프(이하 '로쟈')는 관과 같은 방에 살며, 밤이 되어도 쉽게 어두워지지 않는 밤들을 보내고 있었다. 로쟈는 혼자만의 '전당포 노파 살인계획'을 두고 추악함과 비열함 사이를 오가며 갈등하고 있었는데, 실행을 할지는 모호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전당포 노파가 혼자 있으리라는 정보를 얻게 되고 즉흥적으로 실행에 옮긴다. 물론, 잠 속에 빠져 너무 늦은감이 없지 않았으나 발견하지 못할뻔한 도끼까지 잘 챙겨 노파를 살해하고 돈을 훔쳐친 후, 사건을 뒷수습 하는 중에 오지 않아야할 노파의 동생이 등장하고 로쟈의 계획은 흐트러져 버린다. 노파의 동생까지 살해하고 서야 현관문이 열려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로쟈는 혼란에 빠진다.


 


'살인'은 당연히 죄다. 그런데, 살인을 저지른 로쟈의 행동은 석연치않다. 정말 노파를 <이>로 생각 한 것인가? 가난한 자들의 피를 빨아 배를 불리는 <이>로 치부된 노파를 죽였다는 것이 <비범한 자>의 행위로 합리화 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니, 로쟈 스스로 살인을 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독자인 나는 이 발견이 답답해진다.  발견 이후, 죄를 지은 후에 받는 벌을 뒤로 미룸으로 해서 스스로의 생지옥으로 빠져드는 로쟈를 보고 있자니, 더욱 갑갑하다.  물론 로쟈가 스스로의 늪에서 빠져 허우적거리고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발버둥치면서 속으로 더 빠져들기도 하고 라주미힌 같은 친구를 둠으로써 늪 밖으로 빠져나올 기회도 얻기도 한다. 어머니와 동생 두냐가 찾아오는 일도 전환을 맞을 수도 있겠지만, 두냐의 약혼자라는 자의 등장은 로쟈 스스로를 더 자신의 벽 속으로 들어가도록 만들어버린다. 그 뿐인가? 뽀르피리라는 인물이 등장하여 증거가 없는 로쟈의 범죄를 파고든다. 빨리 로쟈를 잡아다가 정신 차리게해서 이 끔찍한 '벌'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뽀르피리는 로쟈에게 심리적 압박만을 가해 자신의 죄를 더욱 합리화하고 죄를 떠나 정신적인 대결상태에 몰입하는 상태로 치달아 간다.  그 사이 등장하는 스비드리가일로프 같은 로쟈와 형식은 다르되, 어딘가 닮은 인간형의 등장으로 로쟈는 조금씩 무너져 내려가고, 스비드리가일로프로 인해 먹은 마음 스비드리가일로프 때문에 흔들리기도 한다.


 


끊임 없이 이성과 양심의 대결한다. 아니다. 양심이 아니라 위대한 이성을 이해하지 못할 사회에 대한 앙심일 수도 있겠다. 사건이 밝혀질까봐 두려워 종종걸음하는 로쟈를 따라다니는 불안감과 두통, 그리고 이어지는 죽음같은 잠은 로쟈의 심리상태를 보여준다. 그런데 로쟈를 양심조차 없는 인간으로 치부하는 것도 이상하다.  친구의 증언에 의하면 폐결핵에 걸린 친구를 도와주었다고 하고, 하숙집 여주인의 증언에 의하면 불에 타 죽을 뻔한 아이를 살리고, 최근에는 잠깐 만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알고보면 생면부지인 어떤 퇴직관리의 죽음에 자신의 피 같은 전재산을 내어준 로쟈가, 따뜻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돕고 있는 로쟈가, 왜 전당포 노파에게는 죄책감마저 갖지 않는 것일까? 나는 로쟈의 이 상태를 자기합리화를 넘어선 '자기방어'라고 생각했다. 죽어도 잘못했다고 말하기 싫어하는 합리화. 모든 사람들이 다 겪고 있지만 애써 인정하지 않는 것들, '방어'함으로써 많은 것들이 망쳐진다는 사실 자체도 부인하고 싶은 것이다. 그 '방어'는 자신의 삶도 주변인의 삶도 무너트린다. <이> 나 <비범한 자>의 탈을 씌우고 쓴다고해도 달라질 것이 없는 이야기다.


 


순조롭지는 않았지만 로쟈는 자신이 살인범임을 자백한다. 그 동안의 선행과 훔친 돈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살인죄에 비해 적은 형량인 8년을 받아 복역하기 시작한다. 시베리아 감옥에서 복역을 시작했으면서도 로쟈는 자신을 구하지 못한다. 법적인 형벌은 스스로를 속였던 로쟈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지는 못한다.  어느새 죄는 스스로를 묶는 단단한 끈이 되어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 조차 기피하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만다.  심지어는 가까운 사람과의 소통도 단절된다.  오로지 자신이 도왔던 퇴직관리의 딸 소냐가 시베리아까지 따라와 그의 옆을 지키고 그녀의 영혼이 로쟈에게 사람을 볼 수 있는 눈을 트이게 한다. 마지막 아주 짧은 장면이었건만 읽다가 큰 숨이 터지게 하는 장면이었다.


 


등장인물들의 죄와 벌이 끊임 없이 등장하고 얽힌다. 아주 매력적인 등장인물들도 등장하고 그들의 치명적인 오해와 편협한 행동들을 보고 있다면 책을 읽다가도 괜히 혀를 끌끌 차게된다. 등장인물 마다의 이야기를 빈틈없이 만들어낸 도스또예프시끼 선생은 정말 천재라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덮었다. 한번 읽고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등장인물의 하나하나를 다시 그려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 말미에 소설과 같은 도스또예프스끼 선생의 연보를 보며, 이 사람은 참으로 많은 기록을 남기며 공개된 삶을 살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피곤하지 않았을까?  조만간, 마음의 준비가 되는 대로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읽어볼까 한다. [죄와 벌]보다 살짝 더 긴 것에 마음이 쓰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청춘의 독서/ 유시민 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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