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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제로
- 작성일
- 2022.7.1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2
- 글쓴이
-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제작팀 저
동아시아
별생각없이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보게 된 프로그램.
개그우먼 장도연, 아나운서 장성규, 영화감독 장항준.
이 세 사람이 앞에 한 명의 친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세 사람의 이야기가 연결되어서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그야말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인데
우연히 보게되었다가 완전 빠져들어서 한 편을 다 보게 되었다.
무슨 프로그램인가 찾아보니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이하 꼬꼬무)라는 프로그램.
대중적으로 유명한 사고인 삼풍백화점 사고를 보면서는 펑펑 울었었다.
일부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지금까지도 고통받는 모습은 정말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이야기를 전해주는 화자인 3분 모두 내가 좋아하는 분이기도 했는데, 워낙 이야기를 실감나게 잘 하시는 분들이라 프로그램이 더 힘을 얻었다고도 생각한다.
매 회 챙겨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관심있던 프로그램인데, 도서관 신착도서를 살펴보던 중 프로그램의 이름이 보였다. 이 프로그램이 책으로도 나왔구나.
심지어 2권이다.
바로 예약신청을 했고 받았는데 예상보다 두꺼웠다.
400쪽이 넘는 책을 보고 기한내에 다 읽을 수 있을까 살짝 고민이 들었다.
요즘 내가 핸드폰에 빠져서 책을 잘 못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연히 봤던 프로그램에 빠져들어서 한 편을 다 봤듯이,
이 책도 한 번 시작하면 한 이야기를 모두 봐야 책을 잠시 덮을 수 있었다.
정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의 힘이라는 것이 대단한게, 앞부분을 읽다보면 그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끊을 수가 없는거다.
그렇게 며칠동안 가지고 다니면서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지금 이렇게 생활하는 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인지,
우리 아버지 어머니 시대에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얼마나 힘들게 싸운 사람들이 있었는지,
나라를 위해 일했는데 잊혀진 사람들이 있는지 알게 되었다.
씁쓸하고 안타깝지만 알아야하는 근현대사.
제대로 알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총 9개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시즌 2에서 방영되었던 20편의 에피소드 중 9편을 고른 것이라고 한다.
들어가며에서 인용되었던 말이다.
<꼬꼬무>는 사건의 이면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럼으로써 중요한 진실이 손쉽게 훼손되고 왜곡된 진실이 세상을 유린하는 작금의 세상을 보다 세심하게 살펴보길 권하는 것 같다.
민용준(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쉽지 않다.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드러나 있지만 그 이면은 감춰져 있고, 그걸 보여주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서 이렇게 이면이 드러났고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꼬꼬무>에서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도 한 개인의 평범한 하루로 시작된다.
그래서 개인의 작은 행동, 생각도 그대로 드러나는 '디테일'이 살아있다.
그래서 더 공감되고 재미와 감동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디테일'이 책에 그대로 들어가있다.
시작부터 충격적인 '백범 김구 선생 암살 사건'
사실 이 사건 자체를 자세히 알지 못했는데, 책에서 파헤쳐지는 그 날의 일들을 읽으며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평범한 삶을 버리면서도 신념을 좇아 그날의 진실을 찾기위해 일생을 바치는 추적자들의 이야기를 보며 이런 삶도 있구나.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삶이 있구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책 내용도 <꼬꼬무> 프로그램과 동일하게 진행된다.
화자가 청자에게 이야기하듯이 그대로 구어체로 진행된다.
중간중간 사진 자료와 당시 인물의 진술이 있어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9개의 이야기가 모두 충격적이고, 우리의 아픈 근현대사였지만 그 중 가장 눈에 띈 이야기가 있었다.
바로 다섯 번째 이야기, 2인조 카빈 연쇄 강도 사건.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감옥에서 만난 2명의 사람이 감옥을 나와서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렸다.
그런데 전과자에 변변한 기술도 없으니 먹고 살기가 쉽지 않고, 결국 자식을 잘 키워보자는 목적으로 (사실은 핑계거리 아닐까) 범죄를 저지른다.
은행에서 나오는 사람을 유인해 돈을 뺏고 죽이고 한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을 잡아보라며 경찰을 농락하기도 했는데, 결국 꼬리가 잡혀 검거될 위기에 처한다.
그런데 이들의 행동이 어이없다.
죽겠다고 하더니 아들은 자기가 데려가겠다며 한 명은 아들을 죽이고 자살한다.
다른 한 명은 10시간 넘게 인질극을 벌이더니 결국 아내와 자녀 둘을 죽이고 자살한다.
신기하게 이 이야기를 딱 '완도 가족 실종사건' 에서 가족들의 차를 발견하고 인양된 후 읽게 되었다.
그랬더니 더욱 가슴에 박히면서 읽게 된 이야기이다.
'동반자살' 얼마나 위험한 말인가.
실제로 자살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임을 가져 서로 합의했다면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가족동반자살'에서 아내와 아이들은 그렇게 세상을 떠나고 싶었을까.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이런 동반자살 케이스가 247건인데, 피해 아동 대부분이 아홉살 이하 어린이였다고 한다. 이 아이들이 자신도 죽겠다고 했을까.
마침 최근에 이슈가 된 큰 사건을 생각하며 읽으니 가슴이 더 먹먹해지는 이야기였다.
한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PD 노트로 비하인드 스토리처럼 한 장 정도 이야기가 있는데 이 부분에서 PD 의 생각도 알 수 있고, 프로그램 뒷 이야기도 알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아홉 개의 이야기 어느 하나 평범한 것이 없다.
드라마보다 더욱 드라마틱한 전개.
우연이 겹치기도 하고, 뒤에 엄청난 배후가 있기도 하고..
책을 읽으며 속상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욕도 하고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
무엇보다 내가 몰랐던 역사 속 사건을 알게 되고 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책을 읽은 것 같았다.
TV 프로그램으로 봐도 좋지만, 이렇게 책으로 읽으니 여운도 많이 남고 생각도 많이 하게 되어서 더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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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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