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만한 책으로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죽이고 싶은 아이'를 추천받았다.

모두 이꽃님 작가의 책이었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로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도서관에서 이꽃님 작가 책들을 찾아 모두 예약을 걸었다. 

'죽이고 싶은 아이'를 먼저 읽고 금방 빌려온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이꽃님 작가의 가장 최근 소설이다. 

제목은 보면서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이후 말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미워해. 증오해. 아껴. 좋아해. 

어떤 말이든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를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가장 마지막에 나온다. 

마침 '죽이고 싶은 아이'를 읽고 바로 이 책을 읽어서인가.

살짝 느낌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에 대한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

'죽이고 싶은 아이'에서는 사건이 친구의 죽음이었다면,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은 남자친구의 실종이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소년, 해록

더는 상처받지 않으려는 소녀, 해주. 

해록과 해주가 저수지에 놀러간 날, 해록은 사라졌다. 

해록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살아있는 것일까? 그 날 저수지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저수지에서 한 낚시꾼이 발견한 하얀 운동화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경찰이 해주의 집에 찾아온다.

경찰은 해록이의 실종과 관련해서 해주에게 질문을 하고, 해주는 경찰에게 해록이와 자신의 만남부터 이야기를 해준다. 후반부에 나오지만 무려 3시간 가량 이야기를 한다.

경찰이 어찌 이리 시간이 많아서 해주의 이야기를 3시간이나 들어준걸까.

사건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보이는 해록과 해주가 사귀게 된 과정, 사귀면서 일어난 일들. 

왜 이 이야기를 모두 듣고 있어준 것일까.

경찰은 해주가 스스로 진실을 말해줄 순간을 기다린 것은 아닐까.

'죽이고 싶은 아이'를 바로 전 날 읽어서인지 자꾸 비교하게 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여 인터뷰를 하고 여러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던 '죽이고 싶은 아이'와는 다르게 이 이야기는 철저하게 해주의 시점, 해주의 이야기이다. 총 18개로 나눠진 이야기들은 대부분 해주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꼭 동화 속에서 할머니가 손주에게 옛날이야기를 전해주듯 액자식 구성처럼 되어 있다.

이번에도 전개도 빠르고 이야기가 몰입감이 있었는데, 사실 다양한 인물이 등장해서 지루할 틈이 없었던 이전 책에 비해서 살짝 지루한 느낌이 중간에 들었다. 해주가 이야기하는 해록이의 이야기.

해록이가 어떻게 했고, 끊임없이 자신은 해록이를 좋아했기에 해록이가 하고 싶은 일을 했다는 말들.

끊임없이 해록이의 사랑을 원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다.

경찰이 말하는 가스라이팅인가. 해록이의 마음에 들기위해서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 조금 안타깝고 불편하기도 했다.

저는 해록이가 '내 거'라고 하는 게 좋았어요.

누가 누구의 '것'이 될 수는 없어. 사람은 그렇게 소유할 수 없잖아. 

무슨 물건도 아니고, 어떻게 사람을 그런 식으로......

사귄다는 건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는 거지. 서로를 소유한다는 뜻은 아니야.

사랑한다는 건 서로를 존중하면서 아껴 준다는 거지, 억압하고 괴롭히는 게 아니라고.

가스라이팅 정신적 학대, 언어폭력.

그런 것도 죄가 되거든

해록이에게 끌려다니는 듯한 해주가 불쌍해보였던 것일까.

이야기도 모두 들어주고 도움을 요청했어야 한다고 조언해 주는 경찰. 

경찰은 이미 많은 것을 알고있으면서 해주의 말을 듣고 있었다.

진실을 알게되면 앞의 해주의 말들, 경찰의 말들을 다시 보고 생각해보게 된다. 

이 말들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 

작가의 말에서 이 책의 시작이 나온다.

몇년 전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이라는 소설을 집필할 때, 아동학대 받으면서 자신이 학대당하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 이유가 바로 '사랑해'라는 말 때문이라는 것.

자신에게 가해진 끔찍한 학대를 엄마 아빠가 나를 사랑해서 혼낸 거라고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사랑해'라는 말은 너무 아름다운 말이었는데 처음으로 끔찍하게 잔혹하게 느껴졌다는 것.

거기서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이 시작하였다. 

사랑이라는 가면을 쓰고 '사랑해서 이러는 거야', '사랑하니까 내 말을 들어야 해'.

이 이야기가 잘못된 사랑에 망설이고 있을 누군가에게 가 닿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말.

실제로 뉴스에서도 데이트 폭력, 또는 가정 폭력에 시달리면서 그래도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는 피해자들이 있었다. 사랑이라는 말로 모든 행동이 용서될 수는 없다. 

책을 읽고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여운이 남는 책으로 재미있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