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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h2126
- 작성일
- 2021.3.5
소녀는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글쓴이
- 레이철 시먼스 저
양철북
“우리 문화의 해로운 메시지들 때문에 여자아이들이 스스로를 탓하는 것을 듣고 있기란 참으로 우울한 일이다.”
레이철 시먼스, 『소녀는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p. 271
이 책의 저자는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 『소녀들의 심리학』, 『딸 심리학』을 쓴 저자이기도 하며, 미국 바사 대학에서 여성학과 정치학을 전공하였고 20여 년간 청년기 여성을 연구하신 분이다. 이 책에서는 그 20년 동안 저자가 만났던 여성 청소년들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으며, 그들이 또 예전과 다른 오늘날의 여자아이들이 얼마나 걱정스러운 삶을 살아가는지, 그 현상과 원인을 하나씩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책에서 오늘날의 여자아이들을 일컬어 '딸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저자는 이들을 걱정스러운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고, 이들을 돕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이 책을 쓴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오늘날을 대표하는 여자아이들은 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오늘날 성취를 위해 달리는 여자아이들과 젊은 여성들 중에는 자기 비난과 실패할 거라는 두려움에 정신없이 쫓기는 경우가 너무 많다. 성적표나 자기소개서에선 특별하고 뛰어나지만 실제로는 불안과 버거움을 품고 사는 여성들의 세대를 우리는 기르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자기가 충분히 똑똑하거나 성공하거나 예쁘지 못할 거라고, 충분히 날씬하지도 사랑받지도 재치 있지도 섹시하지도 못할 거라는 기분을 느끼며 사는 여자아이들을 말이다. 이들은 아무리 많은 것을 해내도 자기 그대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낀다." (_p.12)
오늘날의 여자아이들이 이렇게 걱정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체 뭐가 문제일까?
우리 사회가 여자아이들을 대하는 사고방식을 보면 참 많은 것을 요구한다는 걸 느낀다. 우선은 아주 대표적인 것들로 이런 것이 있다. 여자아이들은 이래야 한다는 사고방식. 착해야 하고, 뚱뚱해서는 안되고 예쁜 외모까지 갖춰야 한다. 게다가 또 어떤가? 자신의 성공을 향해 노력하는 것은 기본이고, 그 과정에서 숨을 막히게 하는 경쟁 속에서도 시기, 질투나 부러움 같은 것들을 겉으로 드러내서는 안된다고 배운다. 그리고 또 성적 접촉, 훅업(hook up)을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문란해서는 안 되고, 심지어 쿨하면 좋다는 것을 요구받기까지 한다. 이러한 것들은 책에도 많이 표현되어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대목을 읽고 공감하고, 곱씹어 보면서 참으로 열받는 사실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에서는 미국 사회를 대표적으로 얘기한 것이지만, 현재 한국도 해당되는 현실의 모습이라고 본다.
“우리 사회는 성공에 관한 해로운 정의를 여자아이들에게 계속해서 던지고, 여자아이들을 속에서부터 좀먹는 스트레스라는 전염병이 퍼지고 있다.”
레이철 시먼스, p. 12
오늘날 젊은 여성들은 전통적으로 남성들의 일이라 여겨진 직업과 학업 면에서 많은 것을 이루었을지 몰라도, 자존감과 자신감은 낮았으며 행복하거나 힘든 일에 빨리 회복하지도 않았다. 과거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 이유를 한 개인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이 지나치게 많이 주어지거나, 한 사람에게 요구되는 역할들이 서로 상충되는 것으로 보았다. 즉, 똑똑하고 착하고 예쁘고 날씬해야 하는 것에 더해 대인관계도 좋아야 하고, 운동도 잘하고 모든 것을 해내는 '슈퍼 휴먼'에 대한 압박 스트레스 때문에 힘든 것이다. 예민한 시기인 성장기에 교실이 아닌 일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또래나 대중매체와 같은 비공식적 교육의 영향도 큰 몫을 할 것이다.
“여자아이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성공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기대하는 성공 추구의 '방식'이다. 그들이 마땅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규칙들, 성취와 좌절 속에서 스스로를 평가하는 시각, 그 결과 생겨나는 습관과 가치관이 문제다.”
레이철 시먼스, p. 34
저자가 이야기하는 여자아이들이 겪는 혼란스러운 난관들은 다음과 같다. '대학 보내기 공장' 시스템, 소셜 미디어, 살(외모), 자기 의심, 생각, 자기 비난, EP(effortless perfection), 진로, 부모, 대학 이후의 삶. 책에서 이 10개의 주요 단어들은 저자가 각 챕터로 나뉘어서 각 챕터의 초반에서 이야기하고 있고, 딸을 가지고 있는 부모들이라면 깊이 고민해 봐야 하고 바꿔 나가야 할 것들을 각 챕터의 중후반부에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하는 조언들은 비단 딸을 둔 부모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라 생각한다. 자기 비난 대신 자기 자비를 하는 것, 가면 현상을 고백하는 것, 강박적 고민에서 벗어나는 것, 성장형 사고방식을 갖는 것 등등은 대학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젊은 여성들에게도 던지는 메시지일 수 있다.
저자는 부모들에게 조언을 건네면서 딸이 변화해 나가야 할 점들을 같이 이야기해보고 고민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부모부터 시각과 생각을 변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여자아이들만 힘든 것이 아니라 양육자 또한 자신의 책임을 의심하기 쉽고 자신감 또한 낮아졌다고 한다. 더 나은 부모가 되기 위해 자녀의 발달을 통제하려 하지 말고 어찌할 수 없는 부분들은 받아들이기를 연습하라고 충고한다. 저자가 말하는 '대학 보내기 공장' 시스템에 강제로 들어가기를 준비하는 시기에 실제로 부모와 내면의 깊숙한 것들을 꺼내 이야기할 시간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10대의 끝을 지나고 보면 그 시기가 얼마나 건강한 생각을 가져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지 안다. 청년기의 여성들이 건강한 습관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교육자, 양육자라면 한 번 읽어보고 고민해 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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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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