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기타 헤이스케는 친정을 방문하기 위해 떠난 아내 나오코와 11살의 딸 모나미가 탄 스키버스의 사고 뉴스를 들으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화초를 기르기 좋아하는 아내가 주장해서 작은 단독주택도 샀고, 딸 모나미는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며 예쁘게 자라고 있는데, 스키버스 운전자의 과로운전으로 인해 둘 다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유리 등 파편이 심장까지 간 아내 나오코는 간신히 눈을 떠서 딸 모나미의 생사를 확인하고 손을 잡으면서 숨을 거둔다. 그리고 눈을 뜬 모나미는 헤이스케의 아내 나오코라고 말을 한다.

 

(동일한 사람들의 동일한 경험을 두고 어떤 방법을 사용했느냐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재미는 무척 다를 수가 있다. 간단한 예로는, 같은 웃긴 얘기라도 하는 사람에 따라 웃지도 않을 수 있고 아니면 배를 잡고 웃기도 한다. 그리고 추리소설가로 보면, 도로시 세이어즈와 아가사 크리스티를 비교해 볼 수 있다. 도로시 세이어즈는 주욱 묘사와 서술로 이어가는 것은 아가사 크리스티는 인물의 개성이 튀는 대화로 이어간다. 아마도 그게 후자가 성경 다음으로 많은 판본으로 수많은 나라에서 잊혀지지 않고 읽히는 매력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비밀]은 2002년 히로스에 로쿄의 영화로 더 유명하지 않나 싶다. 원작을 능가하는 영화는 그리 보지 못했는데, 이 작품은 그 예외 중에 하나에 속하지 않나 싶다.

 

화초가꾸기, 남편의 턱을 쓰다듬어 주기 등 몸 속의 영혼이 바뀐 것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소설에서는 요리솜씨와 말투로 보여주지만..영화감독이 원작에서의 줄거리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세밀함을 잃지않아 탁월했다.

일본영화에서는 아내와 남편의 애틋한 사랑이 조금 더 부각되었지만, 다시 리메이크 된 영화 [Secret]에선 사춘기 딸의 인생을 대신 잘살아보여는 어머니의 사랑이 부각되었다고 한다)

 

딸의 몸 속에 들어간 아내의 영혼. 딸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이어주기 위한 노력 등은 애틋하지만 귀엽고 재미있다. 사랑에 있어 신체적인 부분은 다소 위험한 근친상간적 논란을 가져올 수 있지만, 독자가 안심할 수 있는 결론을 가져오고, 사춘기에 들어서고 이성을 사귀게 된 나이에 생기는 사건 등 쉴새없이 책의 재미에 빠질 수 있다. 그리고 놀라운 반전.

 

그렇지만, 책보다는 영화에서 이 모든 것들이 더 균형적으로 보여진다. 딸의 모습을 하지만 취향을 무시할 수 없이 아내의 모습들이 엿보이는 것, 번역체로는 모두 다 전달이 되지 않는 말투, 그리고 보다 생생한 인물 (물론 히로스에 로쿄의 매력이 풍부하게 보여지긴 하지만, 아빠 고바야시 가오루의 연기도 무척 좋았다. 심각해질 수 있는 내용을 일부 대사 등을 수정해서 보다 귀엽고 재미있게 만들었다.

"우리는 너와 다른 세계에 살고있어"==> "우리는 우주에서 왔다!"), 그리고 애틋한 이별과 반전 모두 더 나았다, 장르의 차이를 감안하고도.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한 마음으로, 죽은 운전기사와 헤이스케가 내린 선택은 시각적으로 묘사를 더 생생하게 하건 아니건 감동적이었다. 주인공인 헤이스케와 모나미의 생활과 더불어 죽은 스키버스 운전기사의 스토리와 왜 그가 무리하게 초과근무를 했는지에 대한 미스테리와 반전은 본줄거리에 영향을 미친다. 그가 과거에 내렸던 결정에 대한 후회를 보고 헤이스케는 후회하지 않기로 결심을 내렸는지 모른다.

원작이 좋아서인지 영화 또한 잊혀지지 않는다. 여하간, 영화를 빼놓고 이 소설만 혼자 말할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