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마지막 페이지까지 가면서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팜므 파탈은 완벽한 외모에 매번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웨이브진 머리카락을 늘어뜨리며 한손엔 알코올을 담은 잔을 떨어뜨릴 듯 잡으면서 혀를 나른하게 굴리는 전형적인 모습 (그거 전문 탈렌드는 시대배경이 20세기 초든 현대이든 언제나 같은 모습에 같은 목소리을 보여주더만)이라고만 생각되었지만, 이 작품을 같이 이끄는 대니 에이프릴의 목소리로 그려지는 팜므 파탈의 모습은 무척이나 생생해서 애틋하기까지 하고 모습이 그려질 정도로 매력적이다.

 

카드나 거래 대금 등 연체되는 상대에게서 돈을 받아주고 일정금액을 수수료로 받는 수금대행업 대니 에이프릴. 그는 클래리스 문이라는 자로부터 회사를 인수하고 화일을 정리하던 도중 하나의 사진에 완전히 빠지게 된다. 그 모습은 크래시 알리모니스키. 언젠가 그가 젊음을 피우기도 전 한눈에 빠진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장부에 적혀진 그녀의 신문기사로부터 그는 그녀를 찾기 시작한다.

 

크래시 알리모니스키, 그녀는 알콜중독과 섹스로 타락해버린 아버지와 그의 동거녀를 떠나 새로운 인생을 찾을 계획을 하나씩 만든다. 지방의 작은 신문사에서 미인으로 뽑히고 거기서 얻는 부상으로 허름한 자신의 허물을 벗듯 곱게 사라진다.

 

이 작품은, 첫사랑인 대니 에이프릴이 가난하고 절망적인 환경과는 정반대로 찬란한 미모를 가진 크래시 알리모니스키를 찾는 과정과, 대니가 찾아낸 발자취에서 크래시가 직접 겪고 만들어간 인생의 모습이 각자의 화자를 통해 교차되면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과연, 누구도 찾을 수 없게 사라진, 그러나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는 미인의 발자취를 찾으면서 호기심을 가졌던 것이 점점 더 크래시의 인생과 그녀의 선택, 모략에 몰입되게 만드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 그 정도면 내 마음이 움직이기엔 충분했다. 내가 생각한 것들, 지어낸 것들, 직접 만난다면 얼마나 황홀할지, 같은 것드링 전부 뒤섞여 온통 혼한스럽고 어렴풋하게 서로 겹치고 뒤바뀌었다. 앞서 말한 대로 그거은 연기로 그녀의 초상을 그리려는 시도였다. 한순간 그녀는 실제로 존재했다. 그러다 다음 순간 희미해지기 시작하고, 곧 오나전히 사라지는 걸 도저히 어찌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p.176

 

카틀린 아틀레이의 [지푸라기 여자]

 

나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 ('인생을 훔친 여자'로도 소개되었다)]

 

보다도 운명의 여신에게 사랑을 받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 [환야]

 

 

 

보다도 강인하여 사랑했던 남자로부터 찬사(?)를 받는 그녀는, 이야기에 취해 대니와도 같이 나른하게 담배연기에 취해있다가 옆에서 갑자기 풍선 터지듯 결말이 끝날 때까지도 성공을 기원하게 만든다. 나도 가끔 그러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해리 포터 같은 소설을 보면서 'poetic Justice'를 운운하게 만들듯, 그 시대에도 그랬던지 1956년에 만들어진 영화에서는 그녀의 암울한 과거사 (아버지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음)를 거치면서, 마네킹처럼 자신을 도구로 내놓고 현실과 차단을 시키는 듯한 모습에 안쓰럽고 그녀의 악행에도 불구하고 애틋함을 불러일으키게끔, 좀 더 섬세한 장치를 했다.

근데, Femme Fatale (현실에서 난 팜므 파탈은 보지 못했고 옴므 파탈은 여럿 봤다)이란 건 조금은 비균형적인 거 아닐까? 지위나 재산 등 원하는 목적을 차지하기 위해 사용되어야할 정상적인 방법들과는 달리 성적 매력이나 음모 등을 통해서 획득하려는 여자에 대해 사용되는 이 말은, 현존하는 모든 곳에서 '정치'의 편재성을 만들어낸 남자들이 하는 행동들에 비해서 너무 못된 짓으로 부각되었단 말이다. 어쩌면 남자와도 똑같은 욕망을 가진 여인네들이 조금 남자랑 비슷하게 전략을 짜서 원하는 것을 가지려고 (그럼에도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서 안타깝기까지 한데 마치 당연한 결과인 듯) 하는 인간적인 모습인데도 말이다. 크래시의 손안에서 곱게 놀아난 콜린즈나 조카 며느리벌인 그녀에게 흑심을 가진 파워스에 비해서 말이다.여하간 뱀의 유혹에 넘어간 이브의 원죄 때문에 (아담도 한 입 먹었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