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l
  1.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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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글쓴이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저
열린책들
평균
별점9.1 (52)
Kel

아마도 고전문학을 접하는 처음경우(처음의 인상이 가장 중요해서 그 이후를 지배하기도 하는 등 가장 압도적이니까)가 아마도 자발적인 관심에서 우러난 접근이라기 보다는, 어떤 의무감이나 다른 목적 (예를 들면 국어2, 논술 등등)을 위한 방법에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고전문학은 너무 진지하거나 읽어가기엔 즐거움보단 힘듦이 예견된 것이라고 지레 생각했다는 것을, 지난번 [백년동안의 고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달았다. 


 


그 많고 많은 책중에 바로 그 책을 잡는 순간의 이유를 잘 기억하는 편인데, 이 벽돌 (^^;;)을 잡은건 참 일종의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이 벽돌과 손사이에 묘하게 흐르던 전기같은 뭔가가 아니었을까. 더운데 선풍기나 에어콘바람엔 오히려 더 아파지는, 열나고 머리아프고 코막히고 콧물나고 기침나고 가래끓고 하는 마당에 오히려 정신없이 읽어가는 흥미진진 서스펜스 작렬 작품들보단 찬찬히 달래고 식혀줄 작품이 필요했다. 그리고, 꿈에 '대심문관이야기' 2탄 (내꿈속엔 마치 헬보이가 연상되는 악마가 직접 출연했다)을 꿀 정도로, 바흐의 음악을 배경으로 읽다가 일류샤 때문에 펑펑 울 정도로 깊이 빠져버렸다.


 


 


... 그애가 도련님 형의 손에 입을 맞추면서 '아빠를 용서해주세요. 아빠를 용서해주세요'라고 애원했을때 그애가 얼마나 인내심을 발휘했는지 아는 사람은 하느님과 나밖에 없을 겁니다....그애 어미도 울기시작하더군요 - 난 그애 어미를 무척 사랑하고 있습니다- ....느닷없이 내게 달려들어 두팔로 내목을 꼭 끌어안는 것이었어요...'아빠, 아빠, 사랑하는 아빠, 그자가 아빠를 얼마나 심하게 모욕했는지'하고....p.365~370


 


 


 


그러니까, 농노제도가 폐지되고 프랑스등 유럽의 사회주의, 민주주의, 무신론 등등의 사상이 혼재된 19세기 후반의 러시아. 대도시도 아니고 중소도시도 아닌 작은 도시에 표도르 빠블로비치 까라마조프란 사람이 살았다. 그는 지주계급이지만 돈은 지지리도 없어서 아는 사람이나 친인척인 귀족들의 집에 얻혀살면서 스스로 광대가 되는 등 온갖 비굴함과 방탕과 무절제를 몸소 실천한 인물로, 여인네에 대한 정욕은 넘치지만 사랑은 없이 두 명의 아내를 각각 두고 불행을 안겨주었다. 각각 한명과 두명의 아들을 남긴채 여인네들은 각기 괴로운 생을 등졌다. 하지만, 남겨진 자식에 대한 아무런 책임감을 느끼지 못한 이 인물에게도, 단한가지 생에 있어 집착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돈. 그리고 유일한 행운이 있었다면 그런 주인이나마 옆에서 거둬주는 충실한 하인 그리고리.


 


세월이 지나 그와 전혀 관계없는 인생과 운명을 살, 각기 4살의 터울을 둔 세 아들이 각기 그를 찾아온다. 28살의 첫째아들 드미트리는 결국 그와 여인 그루센카를 놓고 다툼을 벌이지만, 가장 아버지를 많이 닮은 듯한(스메르자코프는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은 아들이 이반이라고 하지만, 글쎄 그건 그렇게 보이지 않은 속에도 까라마조프적 특성이 나타나기 때문이 아닐까. 이 아들들은 모두 다 '까라마조프적이다') 욕정이 지나치고 허세가 강하지만 순수한 일면이 있는 장교였고, 둘째아들 이반은 철저한 무신론의 현실주의자로 학문의 길에서 잠깐 이탈한 상태였고 형인 드미트리의 약혼녀를 사랑한다. 세째아들 알료사 (도스또예프스키가 작품을 쓰는 중 잃은 아들의 이름이 알로샤였다)는 매우 순수하고 아름다운 심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 소도시의 수도원에서 조시마장로의 밑에서 잠시동안의 수도생활을 하고 있다. 이 세형제는 마치 인류가 보여줄 수 있는 인간형중 가장 크게 분류해놓은 인물들 같다. 아참, 그리고 또다른 아들로 간주되는 스메르자코프. 


 


커다란 줄거리인, 이 가족내의 격렬한 다툼과 살인사건들 사이로 작은 에피소드 등이 곁들여지며 이들과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그리고 작가인 도스토예프스키가 그시대를 살면서, 아니 지금도 인류가 고민해야할 이슈를 보다 생생하게 살려주고 있다. 게다가 언제나 성경에서 가장 궁금했던 욥의 이야기를, 이제까지 살면서 들었던 그 어떤 설명보다 더 설득력있게 말해준 조시마 장로의 이야기도 들어있다.


 


그중 이반이 알로샤에게 자신이 머리속으로 지었다는 서사시 '대심문관이야기'는 읽으면서 호흡이 약간 벅차는 대단한 내용이다. 악마가 광야에서 예수에게 한 세가지 유혹을 두고, 인간의 본성을 너무나 높이, 그러나 잘못 평가하였다고 예수에게 묻는 대심문관의 이야기는 따로 출판되고 읽혀지지만 그 이전에, 이반이 언급한 그 시대의 부조리한 실상과 그로인해 이반이 무신론적 결정을 뼈아프게 내린 부분까지 읽어야 훨씬 더 이반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작은 소논문으로 비꼰 내용을 모르고 반색하는 이들과 수도원의 대면에서 냉소가 드러나는, 치밀하고 회의적 이성을 보이는 이반이지만, '영생을 믿지않게 되면 선행도 사라질 것' 이라며 매우 냉정한 판단을 내리는 이반의 속엔 겉과 다른 아픔과 고뇌가 있음이 느껴지면서 이반에게 심하게 몰입된다.


 


...나는 더 이상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 것을 원치않아. 그리고 만일 어린애들의 고통으로 진리를 구입하는데 필요한 고통의 모든 금액을 모두 보충해야 한다면, 나는 미리 단언해두는 바이지만, 진리 전체도 그만한 가치가 없다는 거야...게다가 조화의 값이 너무 비싸서 내 주머니로는 입장료를 도저히 지불할 수 없단 말이야....신을 받아들이지않는게 아니야, 알료샤. 난 그저 입장권을 정중히 돌려보내는 것뿐이야...p.436


 


이와 대조적인 입장의 조시마장로는 이렇게 말한다.


 


...하느님을 믿지않는 사람은 하느님의 백성들을 믿지않습니다. 하느님의 백성을 믿는 사람은 비록 그전까지는 스스로도 믿지않났다 살지라도 민중들 속에서 자신의 보물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p.521


 


 


영과 속, 부조리와 이상의 간극이 각자의 경험에 의해 보다 극단화되며, 사람들은 보다 더 격렬한 감정에 사로잡혀 정신분열적인 모습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보면서 감동을 얻는 순간은 바로 이들이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깨닫지못하고 스스로를, 그리고 가장 가까운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을 괴롭힌다 (자존심에 입은 상처로 인해 오기를 부리며 소망대로 현실이 이뤄질 것이라며 스스로를 세뇌시키는 까쩨리나 이바노브나 베르호프쩨바, 미련이 아닌 자신의 고통을 사랑해버린 그루센까, 자신이 존경하는 인물에게 또한 존경을 받고싶어 허세를 부리고 지레 실망해버리는 니꼴라이 끄라소뜨낀). 그런데, 이 작품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문장중 하나가 거의 초반부에 나오는 것을 보면..


  


... 중요한 것은 거짓을, 온갖 거짓을, 특히 자신에 대한 거짓을 피해야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거짓을 감시하시고, 매시각 매분 그것을 경계하십시오. 타인에 대해서건 자신에 대해서건 혐오감을 품지마십시오. 왜냐하면 자신의 마음속에서 추악하게 느끼는 것은 그것을 자신이 스스로 깨달았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정화되는 것이니까요...공상적 사랑은 사람들이 그것을 주목해주는, 만족도가 빠른 성급한 성취를 갈망하게 됩니다. 그럴떄 실제로 자기 생명까지 바치겠지만 오래 지속되지 못하며 모든 사람에게서 주목받고 칭찬받기 위해 무대 위에서 처럼 얼른 실행에 옮기게 됩니다. 실천적 사랑은 노동이자 인내이며..완벽한 학문이기도 합니다...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목표에 다가가기는 커녕 거기에서 더욱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두려움 속에서 목격하는 순간, 바로 그 순간 갑작스레 목표를 성취하게 되며....p.112~113


 


 


혈육에 대한 사랑은 없지만, 다시돌아온 아들들에게 경계심을 느낌에도 아버지 표도르 빠블로비치 까라마조프는 알료샤에게 애정을 느낀다. 그 이유로 그는 '자신에 대해 어떤 비판이나 판단을 내리지않고 그냥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각 부분을 분석했으면서도 전체를 간과했으니...그 전체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그들의 눈앞에 굳건히 버티고 서 있어서 지옥의 문도 그걸 정복할 수는 없는 거란다. 그리고 그 전체란 지난 19세기 동안 살아왔고, 개개인의 정시적 활동 속에, 민중의 활동 속에 지금도 여전히 살아있지 않을까? 맞아, 그것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바로 그자들,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린 그 무신론자들의 정신활동 속에서도 요지부동으로 살아있는 거란다....지금까지 그들의 지혜도 그들의 열정도 이미 옛날에 그리스도께서 모범으로 제시한 인간의 형상과 덕성보다 더 우수한 것을 창조해낼 능력은 없었기 때문이지....p.305


 


 


 


아무리 작가의 분열적 상황이 반영되었다고는하나, 정말 작품속에서 묘사되는 러시아인에게 심한 괴리감을 느끼던차, 후반부의 법정씬에선 검사와 변호사의 입에서 다소 극화되었을뿐 결국은 인간의 이야기란 것을 알게된다.


 


..저열한 타락의 감정이 고상하고 고결한 감정과 마찬가지로 피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두 심연을 동시에 들여다보는 것, 바로 이것이 없다면 우리들은 한없이 불행하고 또 불만스러우며, 왠지 우리의 삶이 충만하지 못하다고 느낍니다. 우리들은 무궁무진합니다. 우리 어머니 대지처럼 무궁무진합니다. 우리들은 내면에 온갑 것들을 동시에 갖고있습니다. 별의별 잡다한 것이 같이 공존할 수가 있습니다....p.1221


 


 


검사의 심리분석과 변호사가 심리분석이 양날의 칼임을 지적하면서 보여주는 까라마조프가나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행동들은 매우 모순적이고 일관적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 모든 악행과 실수를 용서할 만한 선함을 간직하고 있다. 맨발로 뒹구는 어린아이에게 건내준 호두를 기억하고 20여년이 흘러 돌아와 '성부,성자,성령'을 기억하는 모습이나, 죽어가는 친구의 괴로움을 달래기위해 개를 데리고 와서 묘기를 시키는 장면, 자신이 치고도 혹시나 죽지않을까 손수건으로 달래는 모습 등등.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상반되는 평가를 내리는 이반과 조시마장로의 양극 안에서, 성경적인 부친살해의 사건과 인간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재판 등 극적인 상황에서도. 우리안의 다양한 '까라마조프적인 것들'이 살아날때, 알료샤가 아이들과 약속한 것처럼 '우리가 가졌던 아름다운 추억과 감정들, 누군가를 위해서 해주었던 일들'을 기억한다면, 살아가면서 덜 후회할 것 같다.


 


...까라마조프 karamazov란 본래 '검다'를 의미하는 중앙아시아어의 '하라 hara'와 '바르다 mazat''란 의미의 러시아어의 결합이다. 결국 까라마조프란 어둠과 악으로 뒤범벅된 사람들을 지칭하는 도스또예프스키식 명칭에 해당된다...p.1361 (역자해설중에서)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로 미스테리소설을 썼지만, 추리소설적 시각으로 봐도 참 괜찮다. 사건들 둘러싼 상황, 증거 (변호사 정말 캡짱!), 심리, 목격자진술, 사건의 시간대구성 등등과 법정씬 등 역시 대가였다.


 


 


아참, 하나의 이름을 어찌나 벼라별 애칭, 약칭으로 부르는지...역자가 매번 주석을 달아놔서 정말정말 편했다 ^^


 


 


 


p.s : 요 작품에서 연결되는 작품들.


 


프리드리히 쉴러의 [군도] (또는 [도적떼])


도적 떼 군도


 


고골 [검찰관], [코]


 


 검찰관 코, 외투, 광인일기, 감찰관


 


푸시킨 [에우게니 오네긴]


 


예브게니 오네긴 


 


셰익스피어 [오델로]


 


오델로 


 


말리노프스키의 [미개사회의 성과 억압] (yes24 검색엔 안나오지만, 삼성출판사의 삼성세계사상에 포함되어있음)


 


도스토예프스키 [죽음의 집의 기록]


 


죽음의 집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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