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nfiction

Kel
- 작성일
- 2010.11.10
아스피린의 역사
- 글쓴이
- 다이어무드 제프리스 저/김승욱 역
동아일보사
리뷰쓰다가 알았는데, 65차 (아마도 2006년도 아니면 2007년도 발간한 책 대상인가보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추천도서에도 뽑혔는데 왜 벌써 절판되었을까. 이걸 보지않더라도, 선정이 되지않았더라도 아쉬워했을 것이다. 저자가 BBC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던 이력이 있어서인지, 글이라도 마치 한편의 명품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했다. 설명이 나오기전 재현배우가 등장해 중요한 에피소드나 시대설명을 보여주고 난뒤에, 바로 나레이터가 자료화면을 보여주면서 설명하듯 매우 흥미진진하게 글을 전개해간다.
우리집에 있는 두개의 약품상자 중에서 절대로 떨어지면 안되는게, 아스피린과 후시딘 등등 (물론, 집안내 의료전문가의 조언을 받고 구성했다) 이다. 나만의 의학적 주의사항도 있어 아스피린을 애용하는터라 (음, 지금까지 일반인 평균보다 더 먹었을껄?), 먼저 읽고 '논픽션중 재미론 상급'이란 그이의 추천으로 읽었다 (편두통일 경우엔, 그동안 경험으로 보건데 약보다는 운동이 훨씬 낫다. 운동을 하면 혈관이 넓어져서 편두통이 없어진다. 적어도 나는, 여자들이 제일 고통스러워하는 편두통은, 운동으로 없어졌다).
아스피린 만큼 부작용-free하고 다재다능한 약이 있을까 (뭐, 아스피린 알레르기란 것도 있다고 하지만). 이것은 아스피린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인류가 가장 많이 먹은 wonder drug을 둘러싼 세계사의 이야기이다. 전반부에는 아스피린의 탄생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후반부에는 아스피린의 독자적인 역사가 나온다.
전반주의 역사는 마치 알파벳 Y자를 연상하게 만드는 흐름을 보인다. 위에서 아래로 과거에서 현재로 진행된다면, 왼쪽에선 수메르에서 건너온 의학자료들이 신학적인 내용과 합쳐져 이집트에서 정리가 되고, 또 이것을 파피루스에 베껴적은 내용을 산 이집트 부유층대상의 경험많은 의사가 자신의 무덤에 이를 같이 묻는다. 그것이 18C에 미국에서 무슨 스캔달인지 도망치듯 이집트로 오게된, 이집트학의 아마추어전문가 에드윈 스미스 (그를 마치 '인디애나 존스'에 비유했다만, 뭐 그닥 모험적이라기보단 금전적인 인물같더만)의 손에 극적으로 떨어지고, 또 이를 독일학자가 사들이게 된다.
그러던 한편, Y자의 오른쪽에선 18세기 영국의 한 시골의 목사 에드워드 스톤은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다가 아주 우연히 강가에 산책을 나갔다가 버드나무 껍질을 벗겨서 무심코 입에 넣었다. 근데, 그 맛이 학질치료제의 맛과 똑같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 당시 의학이라고 해봤자 겨우 이발사로부터 외과의가 독립하고 담즙이론으로 아프면 피뽑고 관장하던 수준인지라, 방앗간에 나무껍질을 갖다주고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주변의 발열환자들에게 실험해본다. 뭐, 그때는 임상실험의 개념도 없었지만, 버드나무에서 추출되는 '살리신 (버드나무의 라틴어 이름인 살릭스에서 유래된 것이다)'의 효과가 학문적으로 기록되는 기초를 다지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영국의 산업혁명기에 대도시로 몰려 위생상태가 바닥에 떨어지자 이를 처방하는 등 여러가지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자료가 생기게 되고, 그러던차 보라색염료의 개발 등 도대체 약하고는 상관없을 화학환경에서 뛰어난 화학자겸 경영자였떤 뒤스베르크의 열정으로 바이엘에서 살리실산의 위염증상을 없앤 '아세틸살리실산 (ASA)' 성분의 아스피린이 탄생한다. 만약, 뒤스베르크의 아버지말대로 가업을 이었다면 탄생하지도 못했을지도...아니, 탄생하였을지 모르지만 너무나 많은 요인들과 인물들, 역사적 환경 등에 의한 탄생이야기는 정말로 영화처럼 흥미진진하다.
...누군가의 단 한순간 천재성을 발휘함으로써 획기적인 과학발전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과학계의 진실이 여기에서도 입증된다. 대부분의 경우 과학자들은 서로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조각그림을 완성하는데 필요한 단서를 한조각씩 찾아낸다.....p.58~59
약품이름이 아닌 성분을 처방해야 하는 환경에서 아스피린을 약처방에 있어 절대적 권력을 가진 의사에게 각인시키려는 브랜드와 마케팅효과 (마스피린이란 이름은, 아세틸화를 의미하는 A + 버드나무보다 살리신이 더 많은 조팝나무의 라틴어속명 스피라에아에서 딴 스피에다 + 당시 약품이름끝에 붙이는 접미어 In을 합쳐서 탄생했다)다 를 쓰면서도, 만병통치약처럼 팔리는 이른바 '특허약'에 대한 비판의 바람을 피해가야하는 이중적 상황 (각 나라의 특허법, 그리고 보건업계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1차세계대전에서 영국등 독일에 대한 제재와 독일잠수함 유보트이야기, 독일스파이, 미국의 참전, 그리고 스페인독감 (이제사 알았다. 왜 스페인 독감이라고 불리우는지), 화학전, 독일의 패전과 특허권 말소 등등의 정말 손에 땀이 나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솔직히 바이엘은 정당한 아세틸살리실산의 후계를 이었다고 볼 수 없는, 약간 재빠르게 슬쩍해서 자본의 대규모 투자와 화학대국으로서의 독일의 후광을 입은 것이지만, 정치상황에 따라 민간기업이 엄청난 영향을 받는 것을 보니 좀 안쓰러웠다. 하지만, 기업의 책임감까지 생각해야하는 부분도 꼬집어낸다. 유대인화학자의 업적을 아직까지 인정하지않는 거나, 나치에게 동조하여 신약개발에서 생체실험 등을 자행한점, 그리고 전범으로 처벌받지않았지만 다시 경영진으로 복귀한 나치동조자들 등.
이렇듯 무미건조할 수 있는 제약, 화학, 역사적 카테고리에 있는 이야기를 재밌게 만든것은 작가의 역량과 노력이다. 주석이 페이지마다 달렸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걸 불가능하게 만든 무수한 참고자료 (석사논문의 참고자료처럼 형식적인게 아니라, 정말 열심히 살펴봤음이 나타난다)과 방대한 사실을 이해하여 이야기로 엮는 역량이 대단하다. 중간에 바이엘 연구소의 3총사를 묘사하는게 있는데 머리에서 그려질 정도이다. 하나는 성격이 불같지만 연구원들이 뭘입든 뭘하든 냅두고 결과물만 가져오기만 하라는 카리스마형, 하나는 사사건건 회의적시각으로 반대하고 깐깐하지만 자기 닥스훈트는 넘 사랑해서 가끔 같이 출근해서 연구실 책상밑에 코골게 내버려두고, 또 하나는 가장 영민해서 보고서는 다 쓰고 연구발표시 발제자 이름을 빼앗기고..ㅎㅎ(바이엘에서 아스피린보다 오히려 헤로인이 더 각광을 받아 팔렸다는 얘기는 재밌다. 그걸먹은 공장노동자가 '난 영웅같이 느껴져'라고 해서 이름이 헤로인이 됬단다).
최근에 프로포폴이나 시부트라민계열의 약 (리덕틸 등 잘팔리는 약을 대체할 제품없이 바로 금지로 넘어간다면, 오히려 더 민간요법식의 치료제가 기승하게 되지않나?)이 금지된 것처럼, 약은 아직도 열심히 진화한다. 하지만, 아스피린의 위염유발현상으로 모색된 여러 형태의 개선이 탄생시킨 아세트아미노펜의 타이레놀, 이부프로펜 (가장 잘팔리는 걸로 애드빌이 있다) 등 자신에게 맞는 약을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냥 약을 달라고 해서 먹지말고, 설명서의 부작용을 꼼꼼히 읽고 간직하며 물과 함께 먹는 것도.
여하간, 어떤 하나의 영웅적이고 천재적인 것이 독자적으로 인류의 진화를 이뤄낸게 아니라, 의도하지도 않았고 무심했고 오히려 반대영향을 작용했던 것들이 서로 화학적 효과를 이뤄내듯 작용을 하고, 그리고 그 속에서 목적이 돈이었던 기업이었든 국가였든간에 열정적으로 현재에 만족하지않고 실험하고 노력한 인물들이 있어서 역사가 만들어진 것을 목격한 것 같아 아주 뿌듯했다.
... 결국 모든 일은 운에 달린 것이다. 운이 커다란 역할을 하기 때문에 훌륭한 과학자가 되려면 자신을 찾아온 행운을 알아보는 요령을 터득해야 한다. 이거 이상하네, 이거 웃기네. 이렇게 말하면서 계속 조사해보는 것...p.299, 노벨의학상 수상자 존 베인
(이말이 진정으로 감탄스러운 것은 거의 불가능의 영역을 미리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시달리기도 했음에도, 끊임없이 했다는 것. 그랬기에 '운'이라고 할 수 있는 영감을 만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 것이다)
p.s: 만약 다시 발간한다면 사진자료를 넣어주면 좋겠다. 글고, 제대로 표기가 안된 움라우트 표기철자도 바로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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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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