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웬만한 장르에는 다 침발라놓고 다 좋아하긴 하는데, SF는 영 젬병이다. 그러게 작가의 이력을 먼저 파악할 것을.... 괴기사건부라니..지가 뛰어봤자 X-file일거 아냐했는데, 정말로 괴기사건의 진상은 정말 괴기하지 않고 판타스틱하니 허무하다. 사건의 진상은 재미없지만, 이름을 걸어놓은 여자 주인공 야쿠시지 료코는 점점 보니 매력적이긴 하다. 집단에서 벗어나지 않고 자기 표현을 억제하는 일본인에게 사실 이렇게 자기표현 확실하고 안하무인에 잘난 맛에 사는 이런 여인이 통쾌하고 상쾌한 감정이입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것일까나.

일단, 야쿠시지 료코. 방년 27세의 세련된 짧은 머리 (이렇게 언발란스한 보브컷 단발을 하러 헤어샵에 갔다가, 아직 옆머리가 짧아 보브컷 단발 흉내만 내고 왔었다). 쭉쭉빵빵한 이 언니는, 고위경찰관리 출신의 일본최고의 보안시설업체 사장 딸이자, 도쿄 법대 출신에 외무고시, 사법고시, 국가공무원 1종고시를 패스하고, 권력을 휘두르는 맛 - 즉, 사람 체포하는 맛 - 에 경찰이 되어 인터폴을 거치고 - 아마도 이때 일종의 x-fil 관련 부서에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된다 - 도쿄 경시청 참사관 - 일찌기 논캐리어와 캐리어란 말도 안되는 일본 경찰의 모순점을 보여준 무로이란 멋진 남자가 있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면 경시청의 참사관이 내려와 사건본부를 만들고 수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 으로 발령난 인재이다. 이 언니는 자신이 법이며 - 지가 무슨 실버스타 스텔론의 저지 드레드라고... - 온몸, 특히 주먹 아니 발끝으로 사람을 완벽 제어하면서, 미모와 아슬아슬한 치마와 각선미로 집단세뇌를 시키는 마력의 소유자이다. 참, 그녀의 별명은 드라피해 료코, 즉 드라큐라도 피해간다는 여인이란 뜻이다.

그녀에겐 라이벌이 있었으니, 경찰집안으로 유명하며 적직 참의원과 현직 사립대총장의 딸인 무로마치 유키코 - 뭐 이리 연구적 자세로 서평을 쓰는 건 2권의 초입부 인물 비교가 나오는 덕분 - 인데, 일단 쭉쭉빵빵한 건 비슷한 도쿄 법대 동기인 그녀는 안경과 긴머리를 묶고, 조직내에서 튀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 일종의 전형적인 일본 인텔리의 모습이다.

그리고 시종일관 일종의 화자나 관찰자로서 등장하는 남자는, 방년 33세의 논캐리어 (그러니까 승진가도를 달리지 못하는, 이류대 이하의 경찰관으로서)인 이즈미 준이치로 (아, 이름 마음에 안든다). 가만히 보니, 얌전하면서도 가끔 할말 다하는 - 그러니까 생긴걸로 로쿄를 헤프게 보는 이들에게 당당히 변호를 해주는 - 멋진 남자라, 료코도 조금은 마음에 품고 있는 듯한 느낌.

괴기사건은 전직 고위경찰의 출판발표회가 만을 메꿔 초대형 주상복합 건물을 지은, 도쿄시티베이 프라자에서 발생한다. 갑자기 문이 다 잠기고 샹들리에가 떨어지고 조각상이 떨어지면서, 모두다 죽는다는 메시지가 창의 불로 전달되고 컴퓨터로 통제되는 시스템이 말 듣지 않는 사태가 발생된다. 어쩌면, 그 해리포터 시리즈 중에서 거 뭐냐, 전설속의 동물이 등장하는 작품과 조금은 유사할 수 있을 지도... 인텔리면서도 애니메이션에 목숨을 거는 귀여운 - 사실 그리 귀엽지는 않다 - 인물과는 전혀 친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2권의 초입 부분에 2페이지에 걸쳐서 료코 언니의 컬러화 화보는 무지 눈길을 끈다. 그녀의 짧은 드레스 끝은 레이스로 장식되어 있고, 바로 그 부분이 제본으로 안으로 쓸여들어가서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데......말이다.

여하간, 2권까지 쯤 보고 나면 허무하고, 3권쯤 보고나면 억울한 마음에 그래도 나아지겠거니 4권을 집고, 4권 배경이 파리라 부픈 마음을 여지없이 뭉개고 나면, 1권에서 멈췄어야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억울하게 낭비해버린 내 황금연휴의 시간을 돌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