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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l
- 작성일
- 2010.12.10
밤의 의미
- 글쓴이
- 마이클 콕스 저
랜덤하우스코리아
픽션인 이 작품은 케임브리지의 후기빅토리아소설 전공의 교수의 서문 겸 해설이 붙어 현실감을 살리려한다(물론, 저 교수 또한 픽션의 인물이다). 케임브리지 대학도서관의 듀포트 문서고에 미스테리하게 포함된, 그 어떤이의 고백이라고. 근데, 이런 장치가 없이도 워낙 저자가 30년동안 전문가급으로 준비한 19세기 초반부터 중반까지의 시대고증이 철저한터라 실제인물의 고백록을 보는양 생생하다. 그래서인지,
그 빨간 머리 남자를 죽인뒤 나는 저녁식사로 굴요리를 먹으러 퀸즈로 갔다..
는 충격적인 첫문장과 남주가 살인을 저지르고 저렇게 태연할 수 있다는 충격에 호감도를 매우 낮추고 시작하였더라도 맨마지막 문장(p.643의 이 문장은 정말 오래도록 기억할 문장이다. 전체문장은 스포일이 되므로 일부만 옮겨적는다.
...이떄 나는 잠에서 깨어 울기시작했다. 내가 잃어버린 것이 아쉽다거나 다시 돌아오지않을 과거가 그리워서가 아니었다. 사랑의 상처 때문에 가슴이 아파서 운 것도 아니었다....를 위해서 울었다.....못할 것이다.... )
을 읽을때, 나 또한 누웠다가 일어나 벌컥 눈물을 흘리고 싶을 정도로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주의 마음이, 그리고 이렇게 뛰어난 작품을 쓴 저자가 이제 고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워서.
The atmosphere of [Bleak House], the plot twists of [Fingersmith], the sensuous thrill of [Perfume] and the mystery of [Jonathan Strange and Mr. Norrell] are all combined in a fabulous story of murder, deceit, love, and revenge in Victorian England ([황폐한 집]의 분위기, [핑거스미스]의 배배꼬인 플롯, [향수]의 감각적인 스릴, 그리고 [조나산 스트레인저와 미스터 노렐]의 미스테리가 한데 합쳐진, 빅토리아 영국에서 벌어진 살인, 속임수, 사랑, 복수의 이야기!)
이런 완전찬사류의 멘트는, 기대치를 너무 높여 실망감을 더 강화시키거나 다음엔 속지말자는 결심까지 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래서 오히려 멀리했던게 아쉬울 정도로 완전 동감이다. 작품 속에 트레드골드 변호사가 기차안에서 [데이비드 커퍼필드]의 연재물 중 2회를 읽는 장면(p.233)이 나오는데, 마치 좀 더 어두운 정열과 복수가 전체를 지배하는 [데이비드 커퍼필드]와도 같았다. 어릴적부터 글을 쓰는 어머니와 살았던 언덕 위의 작은집도 그렇고, 이들을 둘러싼 호의적이고 착한 인물들, 런던에 올라와 그를 둘러싼 변호사 사무실의 가늘고 고개를 죽인채 두손을 맞잡고 아부하는 죽스씨 - 그는 꼭 유라이아 힙 같다 - 벨라와 미스 카트릿, 그리고 동글 동글한 카트릿씨는 매우 디킨즈적이라 크룩생크의 일러스트레이션에 그려질 듯한, 전형적인 인물들이다. 그리고, 죽은 탠저경의 부인의 미스테리는 디킨즈의 [황폐한 집 (The Bleak House)] 내지는 Mary Elizabeth Braddon의 [Lady Audley's Secret]이 연상된다. 다만, 여기서 한가지 아쉬운 점은, Lady Dedlock이나 Lady Audley나 현재에 떳떳지않은 과거를 속임에 따라 양심의 가책과 타인의 협박이라는 고통을 받아 결국 권선징악적 속죄를 하게 되지만, 탠저경부인의 동기는 '복수'란 그닥 정신건강에 좋지않은 동기라도, 아들에게 남긴 3가지 당부중 재산이나 타이틀이 주는 것말고 스스로 분발하고 선함을 유지하라는 좋은 내용임에도, 앞서말한 전작들보다 이 작품에서 가슴아픈 결말로 이어진다는 것.
...우리 둘 다 자신에게 잘못을 저지른 자를 스스로 처벌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파멸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듭니다....p.651
(아, 마음에 안들어. 후반부의 쇼킹한 그 배신자의 말로를 보고싶다고!!!)
존 글리버 (실상은 글라이버가 맞다) 는 태어나기전부터 어머니와 별거한 아버지 캡틴을 모른채, 그리고 그의 자유분방함과 민폐에 모르고 사는것이 더 행복한채 로맨스소설을 쓰며 생계를 이어나가는 어머니의 사랑과 톰 그렉스비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잘 자라난다. 그의 뛰어난 지적능력으로 이튼에 진학하게 되었지만, 거기서 사악한 인연을 만나게 된다. 포이보스 돈트. 그는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잃었지만, 학자이자 목사인 돈트목사가 새로 맞이하게 된 정력적이고 야망이 있는 의붓어머니의 압도적인 영향아래 그녀의 먼친척인 탠저경의 영지에서 자라난다. 얼마전에 죽은 첫부인이 낳은 아들을 비극적으로 잃은 탠저경은, 돈트부인의 영향력과 포이보스의 재치있는 처신으로 점점 더 포이보스의 후원자를 자처하며 아버지로서 돈트목사의 영향력을 빼앗가가게 되고 이제는 후계자를 볼 확률이 낮아진 자신의 뒤를 이을 인물로 포이보스를 고려하게 된다. 이튼에서 자신에게 집착하는 포이보스에게 한마디를 한 것에 복수심을 품게된 그의 음모에 의해, 에드워드 글리버는 거의 퇴학같은 자퇴를 하게되고, 대학으로 진학할 자격마저 잃게된다. 게다가 어머니마저 잃게된 그는 독일 등으로 학교를 다니다가 돌아온 그는, 우연히 어머니가 강박적으로 남긴 일기장, 서류, 영수증, 메모 등을 읽다가 알게된다. 어릴적 자신을 사랑스럽게 슬프게 바라본 부인이 누구인지, 자신은 탠저경의 첫부인 (그녀는 이 작품 속에서 시인 바이런이 애모하여 그녀에게 '음악을 위한 시'를 바쳤다는 미녀로 나온다) 남긴 아이라는 것을, 그리고 바로 그 원수 포비보스 돈트가 차지하려는 그 자리가 자신의 자리임을!
하지만, 포이보스 돈트 또한 만만치 않은 인물로, 작가로서의 명성을 쌓으면서 순진한 인물들을 속여 사기극을 벌이고, 자신의 본성을 꿰뚫는 이는 '주먹'을 빌려 해치우는 신속한 잔인함까지 가지고 있었다 (아아, 포이보스 돈트보다 정말 얄미운 그 '후반부 배반자'의 순진한척, 희생자인척 가식이 더 얇밉다).
..정신을 집중해서 뭔가를 자세히 관찰할때 느끼는 만족감, 빛과 그림자의 섬세한
변화를 감지해서 사진의 각도를 올바로 잡아야 한다는점, 사진의 배경을 끈기있께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는 점, 이런 것들이 내게 강렬한 만족감을 주었다....p.221
여러가지 사건들이 에드워드 글리버의 노력을 무산시키려는듯 보이지만, 그 또한 만만치 않은 인물이었던 것이었다! 게다가 아주 후반부에 나오는 어릴적 에피소드 이지만, 그 또한 복수하는 성격이었던 것, 흠.
원래 몰입을 잘하는터라 공감가는 인물이 고통을 겪으면 잘 못견디는데, 게다가 이 포이보스 돈트란 자식이 어찌나 사악하고 교묘한 녀석인지....으으으, 작가가 속시원한 디킨즈적 엔딩을 만들어내길 손꼽아 기다리며 빨리 넘기고픈 욕망과 문학적인 문장들로 꼼꼼히 읽고싶은 욕망 사이에서 속을 끓이면서 읽었다.
...그녀를 보호해주려고 했다. 만약 나의 운명이 지금과 달랐다면, 기쁘게 그녀와 결혼했을테고 오로지 그녀에게만 나를 바치는데 만족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심장은 이미 내것이 아니었으므로 내 마음대로 누군가에게 줄 수 없었다. 아주 커다란 힘을 지닌 무언가가 내 심장을 뜯어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에게 주어버렸다. 내 심장은 앞으로도 그녀의 것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영원히 망각 속에 묻혀버린 가엾은 포로....p.70~71
...목사가 내 요청으로 저 멀리서 부서지는 파도소리와 갈매리 소리를 배경으로 존 던의 시 한구절을 낭독했다. 낭독이 끝난뒤 어머니는 우리가 볼 수도 만질수도 들을 수도 없는 곳으로 영원히 사라져버렸다. 어머니는 단단한 흙을 수의처럼 입은 시든 꽃이었다....p.135
...그 문으로 그들은 들어갈 것이며 그집에서 그들은 살것이고 그곳에는 구름도 태양도 없고 어둠도 눈부신 빛도 없고 오로지 공평한 빛 한줄기만 있을것이며 소음도 침묵도 없고 오로지 공평한 음악만 있을 것이며 두려움도 희망도 없고 오로지 공평한 끌림만 있을 것이며 적도 친구도 없고 오로지 공평한 친교과 정체성만 있을 것이며 끝도 시작도 없고 오로지 공평한 영원만 있을 것이다....p.196 (존 던의 설교집에서)
... 진실? 우리가 항상 찾아 헤매는 것은 진실이다. 그렇지않은가? 이미 알려진 사실이나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기준, 또는 경험에 순응하는 것은 우리가 벗어날 수 없는 삶의 본질이다. 하지만, 단순한 진실을 추월하는 뭔가가 있다. 우리가 흔히 진실이라 부르는 것, 즉 A는 B와 같다거나 죽음이 조용히 우리 모두를 기다리고 있다는 명제들은 뭔가 더 커다란 것의 그림자나 복제품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그림자 진실에 '의미'가 결함될 때만, 특히 실질적 경험으로 터득한 의미가 결함 될 때만 우리는 진실중의 진실을 볼 수 있다....p.463 (이말은 맨처음, 이 고백이 시작될때 에드워드 글리버가 미리 써놓고 있다. 진실이 아닌 의미를 찾는다며)
..우리의 지식은 우리의 무지를 보여줄 뿐이다...p.467
...적의 악의를 지나치게 중히 생각하여 그대의 불행이 모두 그의 탓이라고 말할 정도가 되어서는 안된다. 시대상을 지나치게 무시해서 그대의 불행이 모두 시대 탓이라고 말할 정도가 되어서는 안된다. 운명의 여신을 너무 내세운 나머지 그대의 불행이 모두 여신의 탓이라고 말할 정도가 되어서는 안된다. 하느님을 기쁘게 하라. 그러면 모든 리바이어던의 콧구멍이 고리를 걸 수 있으니리...p.653 (존 던의 설교집에서)
다 읽고났을때 원래대로라면 바로 리뷰를 적었을터인데 힘이 거진 빠져 컴퓨터를 키고 앉아있을 수 없었다. 자신의 꿈을 하잖은 음모로 짓밟은 인물이 자신의 정당한 자리까지 사악한 계략과 폭력, 권력을 통해 차지하려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확인시켜줄 증거를 확보하고 그의 정체를 폭로하려는, 남주의 복수심에 휩쓸여 애가 다 닳아버려서. 칫, 디킨즈라면 이왕 착한 인물의 부정적인 동기 등을 벌주더라도, 약간 우연을 남발해서라도 책장을 닫는 이의 마음을 속 시원~~하게 해주었을텐데...근데, 역시 저자는 넘 착해! 후속작인 [The Glass of Time]에서 바로 여주가 누군가의 부탁에 의해, 탠저경의 집으로 들어가서 드뎌 그 얄미움이 근질거려서 박박 긁고싶은 '배신자 (!!!!)' 의 비밀을 염탐하게 된다. 아, 지금 주문하면 일주일 이상 걸리는데...그동안 딴책잡으면 또 그 모드로 바뀌게 될거같은데...아, 당장가서 사고싶은데...
여하간 (아, 난 언제쯤 교훈적으로 끝내는 패턴을 극복할 것인가!), 제목 [밤의 의미]는 바로 죽음이다. 원수를 죽이기 위해 살인연습을 시작했던 남주는 결국 모든 음모를 바로잡는 '진실'에 눈멀어 죽음의 제대로된 의미를 깨닫지 못했음을 맨마지막의 눈물로 깨닫는듯하다.
p.s: 저자의 동영상 인터뷰, 역시나 부고사진으로 사용된 검은 모자와 코트를 입고 몸을 돌려 쳐다보는 모습이나 아내에게 바치는 책의 헌사에서 느끼듯 부드러움 속에 열정적인 인물 같다.
뛰어난 저자가 능력에 비해 넘 일찍 세상을 떠서 안타깝다. 참, 저자 인터뷰(Michael Cox)에 따르면, 원서표지에 남자의 얼굴이 안보여서 다행이라던데, 굳이 얼굴을 밝혔으면 번역서에 원서에 포함된거 외에 설명이나 후기 등등 같은것도 좀 있어야 하지않나...(글고, 영화화하면 에드워드는 저자의 조심스러운 추천처럼 '조니 뎁'이었으면)
여기 (http://www.themeaningofnight.com/)에 가면 탠저경의 가계도나 이븐우드 저택 등 작품의 배경을 좀 더 풍부하게해줄 자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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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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