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本格推理

Kel
- 작성일
- 2004.9.17
모자수집광사건
- 글쓴이
- 존 딕슨 카 저
동서문화사
먼저, 추리소설에서는 짧은 대사나 간단한 묘사 하나도 단서가 될 수 있다. 뭐, 이 작품에서는 펠박사가 독자에게 공정한 게임을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읽던 내내 짜증이 나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다른 분들이 지적해주신 것을 제외하고서라도, 한글로 쓰여진 작품인데도 가끔씩 "뭔 소리야?" 하며 한국어 독해실력을 점검받아야 했으니 말이다 (할말이 더 많지만 여기서 그만둔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존 딕슨 카의 작품을 이제 통틀어 네권을 읽었으니 이 책이 왜 그의 작품 중 베스트라고 하는 건지는 몰라 일단 출판사의 마케팅으로 치부해 버리려 했다. 그러나, 그의 열성팬이 만든 싸이트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으려 하니, 이 작품에 대해서는 "어떤 면에서 그의 작품 중 베스트. 치밀하게 짜여진 사건의 구성과 인간적인 인물들"이라고 평해져 있다 (한편으로는, 지하철을 타는데 있어 연체되는 시간이 없다는 우연을 비판하고 있는데, 나는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던 문제였다. 역시 하나의 작품을 보는데 있어 얼마나 다른 각도와 강도의 시점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존 딕슨 카의 작품에 대해서 그로테스크한 배경이 90% 일 뿐 치밀한 사건 구성을 찾아보기 힘들것이란 생각을 바꾸어 놓은 작품이긴 하지만, 몇개의 단서만을 조금 흘릴 뿐 결국 펠박사가 수첩을 찾아 사건을 구성하는 것을 그냥 쳐다봐야 하거나, 인물들 (특히 범인)에 대한 정보를 끝까지 놔두었다가 고백으로 처리한다던가, 더 이상의 비극은 만들기 싫다는 이유로 범인을 그냥 덮어주려하는 것 등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참, p.179-180, 그리고 p 238 에 나오는 런던경시청의 해드리 주임경감과 펠박스 간의 '명탐정론'과 '추리소설론'은 읽어볼만 하다. 펠박사는 전반적으로 아가사 크리스티의 포와로와는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설득력이 부족한 인물묘사로 인해 정이 별로 가지 않는다. 오히려 조연치곤 해드리 경감 쪽의 매력이 넘친다.
p.s: 혹시나 이 책을 읽고서 런던탑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나 갖지 않을까 염려된다. 가보시면 알겠지만 왕의 궁전으로도 쓰였지만, 반역자들이나 신분높은 이들의 감옥으로 더 유명했던 그 장소에는 비가오건 겨울이건 사람이 별로없건 그로테스크한 맛은 이제 없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런던탑 내부의 지명을 다소 억지스럽게 (그래, 70년대에 번역된거 인정한다) 번역하면서, 중간에 나오는 역사적인 인물 및 사건들에 대한 소개가 잠깐이라도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인상깊은구절]
....펠박사왈 "나는 소크라테스적인 방법을 애용하고 있다네. 토론에 의해 자네의 사고를 유도해 나가 그 이론이 옳은지 아닌지를 결정짓는 방법이지." 그러자 주임경감은 순진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말했다. "실은...탐정소설에 나오는 탐정이라는 자들은 박사님 말씀과 같은 일을 해내고 있더군요. 플라톤의 [대화편]에 나오는 희랍의 철학자와 똑같은 일을 말입니다. 우선 맨 처음 그리스 청년이 두사람 등장합니다. 두사람이 같이 철학자를 방문하여 '안녕하세요, 철학자님.' ....'안녕들한가, 젊은이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이런 말을 하게 됩니다. '그럼, 거기에 걸터앉게. 대화를 나누어야지.'...소크라테스가 질문을 하면 청년 가운데 한 사람이 대답을 합니다. 이 문답이 9페이지쯤 계속 되는 거지요...그리고 또 한사람의 청년과 교대하여 또 16페이지에 걸쳐서 문답을 합니다.....언제까지나 결론같은 것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 책을 읽고 있으면 저같은 사람은 조마조마해서 몽둥이로 소크라테스의 머리를 갈겨줬으면 좋다는 생각이 듭답니다...결국 이것이 탐정소설의 기원입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존 딕슨 카의 작품을 이제 통틀어 네권을 읽었으니 이 책이 왜 그의 작품 중 베스트라고 하는 건지는 몰라 일단 출판사의 마케팅으로 치부해 버리려 했다. 그러나, 그의 열성팬이 만든 싸이트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으려 하니, 이 작품에 대해서는 "어떤 면에서 그의 작품 중 베스트. 치밀하게 짜여진 사건의 구성과 인간적인 인물들"이라고 평해져 있다 (한편으로는, 지하철을 타는데 있어 연체되는 시간이 없다는 우연을 비판하고 있는데, 나는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던 문제였다. 역시 하나의 작품을 보는데 있어 얼마나 다른 각도와 강도의 시점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존 딕슨 카의 작품에 대해서 그로테스크한 배경이 90% 일 뿐 치밀한 사건 구성을 찾아보기 힘들것이란 생각을 바꾸어 놓은 작품이긴 하지만, 몇개의 단서만을 조금 흘릴 뿐 결국 펠박사가 수첩을 찾아 사건을 구성하는 것을 그냥 쳐다봐야 하거나, 인물들 (특히 범인)에 대한 정보를 끝까지 놔두었다가 고백으로 처리한다던가, 더 이상의 비극은 만들기 싫다는 이유로 범인을 그냥 덮어주려하는 것 등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참, p.179-180, 그리고 p 238 에 나오는 런던경시청의 해드리 주임경감과 펠박스 간의 '명탐정론'과 '추리소설론'은 읽어볼만 하다. 펠박사는 전반적으로 아가사 크리스티의 포와로와는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설득력이 부족한 인물묘사로 인해 정이 별로 가지 않는다. 오히려 조연치곤 해드리 경감 쪽의 매력이 넘친다.
p.s: 혹시나 이 책을 읽고서 런던탑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나 갖지 않을까 염려된다. 가보시면 알겠지만 왕의 궁전으로도 쓰였지만, 반역자들이나 신분높은 이들의 감옥으로 더 유명했던 그 장소에는 비가오건 겨울이건 사람이 별로없건 그로테스크한 맛은 이제 없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런던탑 내부의 지명을 다소 억지스럽게 (그래, 70년대에 번역된거 인정한다) 번역하면서, 중간에 나오는 역사적인 인물 및 사건들에 대한 소개가 잠깐이라도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인상깊은구절]
....펠박사왈 "나는 소크라테스적인 방법을 애용하고 있다네. 토론에 의해 자네의 사고를 유도해 나가 그 이론이 옳은지 아닌지를 결정짓는 방법이지." 그러자 주임경감은 순진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말했다. "실은...탐정소설에 나오는 탐정이라는 자들은 박사님 말씀과 같은 일을 해내고 있더군요. 플라톤의 [대화편]에 나오는 희랍의 철학자와 똑같은 일을 말입니다. 우선 맨 처음 그리스 청년이 두사람 등장합니다. 두사람이 같이 철학자를 방문하여 '안녕하세요, 철학자님.' ....'안녕들한가, 젊은이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이런 말을 하게 됩니다. '그럼, 거기에 걸터앉게. 대화를 나누어야지.'...소크라테스가 질문을 하면 청년 가운데 한 사람이 대답을 합니다. 이 문답이 9페이지쯤 계속 되는 거지요...그리고 또 한사람의 청년과 교대하여 또 16페이지에 걸쳐서 문답을 합니다.....언제까지나 결론같은 것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 책을 읽고 있으면 저같은 사람은 조마조마해서 몽둥이로 소크라테스의 머리를 갈겨줬으면 좋다는 생각이 듭답니다...결국 이것이 탐정소설의 기원입니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