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spionage

Kel
- 작성일
- 2011.4.5
자칼의 날
- 글쓴이
- 프레드릭 포사이언스 저/석인해 역
동서문화사
와우, 브라보~ 새벽에 다 되어 책을 놓으면서 (젠장, 운동도 못가고...후반부가 너무 재미있었다) 이렇게 기립박수치고 싶었다.
작품은 세개의 장으로 나눠져있다. 음모의 해부학, 추적의 해부학, 그리고 암살의 해부학. 첫장은, 과연 망명정부의 수장이자 '전투에서 졌으지언정 전쟁이 지진않았다'고 명언을 남겨 좌절하려는 국민의식을 부추겼던, 은퇴하고 돌아서도 나와 제5공화국의 대통령이 되었던 샤를 드 골이 쿠바의 카스트로 만큼이나 암살의 위협을 받았던 배경을 설명하고 있고, 또 등장인물들을 소개하는터라 마치 간간히 재연드라마가 삽입된 BBC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단계를 지나서니 '[어벤저]와 다른 느낌이었어요!'란 말이 입안에서 쏙 들어가게, 힘찬 스릴러가 진행된다. 와우와우!! 그래서 스릴러 작가 선호순위 (스릴러 작가 선호순위) 바꿨다. 맨마지막의 아쉽지만 허털한 부분에 '킬러가 과연 누구였는지'란 대형 질문을 던져놓은, 마지막 장을 닫을 때엔, 완전 감탄하여 순위를 더 높여야하나 약간 고민했다.
여하간, 1962년 7월 알제리 독립으로 드 골에 대한 깊은 배신감을 느낀 OAS (Organisation de l'armée secrète; 프랑스 극우군인집단)은 끊임없이 드 골 암살을 모색하지만, 그때마다 예상치않은 변수의 등장과 SDECE (Service de Documentation Extérieure et de Contre-Espionnage ; 프랑스 비밀정보기관, 국외정보관리 방첩부)의 이중스파이들로 인해 음모가 계속 발각당하며, 수장인 앙투안 아르고 대령마저 체포당하며 우익세력의 외면을 받고 와해되기 직전이었다. 아르고 대령을 이은 마르크 로댕은 가장 최고의 계획은, 그 어디에도 기반을 두지않은, 프랑스 정보기관이 파악하지 못한 외국의 프로암살자를 고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영국 런던 메이페어거리에 조용히 사는, 키 큰 금발신사가 등장한다. 그에겐 '자칼 (Jackal /Chakal)이란 암호명이, 당사자의 제의로 붙여진다 (이거 나중에 다른 의미로 해석되었다가, 맨마지막의 정체의 반전에서 또 뒤집어진다. 나도 왜 사냥을 안하고 죽은 시체를 먹는 자칼인지 의아했었다만..).
....금발의 방문객은 신장 180센티미터쯤, 나이는 30살이 지나 보였고 운동선수처럼 근육이 단단해보였다. 차림은 매우 말쑥했고, 볕에 그을린 얼굴에는 눈에 띄는 특징이 없었다. 그리고 의자의 팔받침에 양손을 맡기고 점잖게 앉아있는 모습이, 로댕의 눈에는 자기 억제에 익숙한 인간으로 판단되었다...자기 억제에 익숙한 인간...겁쟁이의 부드럽고 촉촉한 눈, 정신병자의 촛점이 일정하지 않은...병사의 조심스러운 눈을 잘 알고있었다. 그런데 영국인의 눈은 밝고 맑았으며 아무 거리낌없는 솔직한 눈이었다. 다만 눈의 홍채는 회색으로 흐려있어 가을 아침의 젖빛안개처럼 흐려보였다. 그리고 그 눈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p.64
(1973년 영화의 자칼, 배우이름 에드워드 팍스 (Fox)이다. 그는 정말 평범한 영국신사처럼 보인다. 그는 암살의 대가로 받는 돈이 주는 화려한 인생을 꿈군다. 헉, 약간 실망이었어. 암살을 즐기는 사이코도 좀 그렇지만. 그렇다고 1997년도 영화의 브루스 윌리스는 한번보면 기억에 남는 인물이던데...그는 암살의 짜릿함을 즐긴다)
자, 이제 읽는이는 계약금 25만달러와 연락책 정도외엔 아무것도 필요없다는 이 뛰어난 암살자가 어떻게 한나라의 수장을 암살하려는지를 지켜보게된다, 손에 땀을 쥐며. 상대방에 대한 모든, 인쇄된 내용을 읽어보며 상대방에 대해 파악을 한다. 그리고, 시나리오 3개정도 마련하여 각기 진품의 여권, 그리고 계획에 적합한, 조립가능한 사제무기를 제작의뢰한다. 몰입되다보면, 그에게 '감히' 협박을 하려는 피라미에게 불끈하며 점점 더 그의 계획이 어떻게 실현가능할지 궁금하게 된다. 마치, 그의 호적수인 르벨 파리 사법경찰총경처럼 (아우, 근데 여기는 정보기관이랑 경찰기관이 참 복잡하다. 기자출신 아니랠까봐 작가는 '머리 속에 그림을 그려봐'하듯 브리핑을 해준다).
... 클로드 르벨이라는 인간을 형성하고 있는 요소의 하나는 사람에게 신뢰감을 주어 무엇이나 털어놓게 하는 재능으로...20년 동안 범죄수사로 성공해온 것도...경찰을 무서워하고 실어하는...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생각과 의혹을 털어놓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무기력한 분위기....새로운 타입의 형사처럼 피의자를 협박하거나 위로하면서...아니었다....소시민이...범인도 되고 피해자도 되고 목격자도 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다....이들로 하여금 그에게 모든 것을 말하게 할 수 있었고...부분적으로는 그의 좀집...조그마한 사나이...공처가 이미지..복장도 너절했고 언제나 주름투성이 양복에 레인코트...부드러웠고 언제나 사죄를 하고있는 듯한 느낌..겉보기에는 단순하고 온유해보이는 이면에는 명석한 두뇌와 어떠한 도발이나 위협에도 굽히지않는 강인함이...p.234~235
(음, 자꾸만 콜롬보 반장이 생각난다...참, 계획을 알아차리는 부분에서의 고문, 췟, 꽤나 문명/인권 어쩌고 하더니 할건 다하는구만, 췟..그리고 SDEC 행동부의 롤랑대령이 녹취 테이프를 듣는 부분에서 난 한 광고를 보았다. 외국어 공부하는데 펜 갖다대면 원어민이 읽어주는거. 글쎄, 이 작품 보면 롤랑이 없었다면, 같은 언어라도 정말 중요한 정보를 지닌 단어를 잘못 듣는데...과연 아이들이 제대로 들을까? 잘못 듣고 따라해서 그게 먼저 박히면 어떠하지?)
여하간, '혹시 전반부 무료했었어?'라고 작가가 물어봐주듯 후반부엔, 높은 직급의 인간들이 자기들이 책임을 지기싫어 르벨총경을 불러다놓고 '실패하면 자네책임일세'하는 부분에서 열받고, 게다가 생클레르 (음, 지난번 영화 [테이큰]의 나쁜놈 이름도 생클레르 아니었던가?)의 윗사람에겐 눈도장찍고 아랫사람에게 갖은 구박다하는 액션에, '너 두고보자'로 조금 남은 읽는이의 주의력을 모두 다 차지해버린다.
죽은아이의 호적을 갖다가 여권을 만들고 (참, 엉성하네. 전산시스템 도입직전엔...근데 더 대단한건, 밤새도록 그 모든 발급여권을 대조한 영국경찰들...우앗, 정말 박수감이었다), 도난여권을 만들어 변장하고, 시골사람들의 환심을 사고 여자와 게이를 이용하는 등, 물론 미인계를 사용한 스파이의 팁이 있었지만, 그것없이도 프랑스경찰의 상식의 허를 찔러가며 (아우, 정말 바부들~ 범인이 나 범인이요 하고 다니겠냐) 이제 2차세계대전 종전기념일의 드 골의 머리 위로 접근한다.
근데, 요즘에 정말 대단히 감명받았던 한 경제학자나 작품 중 직접적인 이름이 언급되지않으나 처칠이나 최근에 틈틈히 팟캐스트로 듣는 [삼국지]의 유비나 다들, 정말 역사상에 이름을 남기는 사람들은 정말 일반인의 경지를 뛰어넘는 '지력과 스케일, 덕'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개인적인 감정에 휘둘리지않고, 큰 것을 생각하는 건 정말 대단한 듯, 나같은 소인은...ㅡ.ㅜ
르벨총경의 활약 이상으로 감동적인 영국 스코틀랜드야드, 정보부의 노력과 도움 (존 르 카레의 작품에도 대단한 영향을 미치고, 언급되었던 킬비사건이 또 언급된다)으로, 한걸음씩 좇아가고 한걸음씩 멀어지는 후반부의 추적은 스릴이 넘친다. 그리하여, 바로 그 '자칼의 날'에 과연 성공한 것은....^^ (문화적 차이의 한방은 정말 웃어야할지...하하)
살아남은 것을 이겼다고 한다면 뭐, 이긴쪽은 확실하지만, 하이게이트거리의 찰스 칼스롭 부분은 모든이의 뒤통수를 한번씩 후려치며, 진짜 이긴쪽은 누구? 하게 만든다. 끝까지 읽는이에게 짜릿함을 안겨준 작가, 완전 최고.
p.s: 1) 프레데릭 포싸이스 (Frederick Forsyth)의 fiction bibliograpy (p.469 의 1994 작품은 first가 아니라 fist이다)
2) 표지그림, 드골인거니?
3) [뉴욕타임지]는...[추운나라에서 온 스파이]같은 작품이 이제는 아동용 미스터리처럼 느껴진다....라고 했다지만, 떽! 완전히 서로 다른 영역인걸. [추운나라..]는 낭만적 시각이었다면, 이건 실제가 픽션의 구분이 안가는 논픽션적 시각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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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