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stery + (정리중)

Kel
- 작성일
- 2011.5.8
명탐정의 저주
- 글쓴이
- 히가시노 게이고 저
재인
하하, 히가시노 게이고씨 농담도 잘하시는군요.
지난번 [명탐정의 규칙 (추리소설이란 무대뒤에서 관련된 모든 것을 꼬집다)]에서 12가지의 본격추리물의 트릭을 가지고 갖가지 실험을 해보았던 그는 이제 좀 다른 시각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실제로 이 두 작품은 1996년에 연달아 쓰여졌다. 지난번에 무지 힘들게 히가시노 게이고의 bibliography를 옮겨놓았는데, 이제 이걸 쭉 늘어놓고 이 작품속에서 느껴지는 저자의 심경변화를 추리해보려니 참 흥미롭다.
그는 원래 매우 뛰어난 트릭을 선보인 [방과후]란 본격추리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의 작품은 솔직히 몇몇은 영화의 표현이 더 뛰어날 정도로 스토리텔리이나 묘사, 세심함은 약간 아쉽지만, 새롭고도 뛰어난 트릭을 제시하며 사건의 해결에서 통쾌한 쾌감을 주었다. 이는 점점 그의 공학전공과 맞물러, 그리고 시기마다 약간 미래를 앞보는듯한 비젼적인 이슈를 가지고 사람들을 압도하였으며, 또 휴머니즘적 감동 또한 잊지않는 천재적 감각으로 사람들을 감탄시켰다. 하지만, 쭉 살펴보면 대체로 본격추리물보다는 사회적 이슈가 중점이 된 작품들이 많았으며, 게다가 그때쯤 나타난 신본격추리파인 아야쓰지 유키토와 안좋게 엮이는 등의 일들이 있었다. 뭐, 일본 추리소설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자료도 별로 없고, 이 책의 편집부도 그닥 후기나 작품배경이나 가끔 무지 부지런한 편집자들이 관련 잡지 인터뷰 싣는 것에도 관심이 없는터라 뭐 더 더욱 알기 힘들다 (책 표지를 벗겨보면 뱀의 그림이 그려져있는데, 아아 난 파충류나 양서류를 무지 싫어해서 사진으로도 만지기도 싫은데다 원래 하드커버는 누워서건 돌아다니다 띠지가 찢어질까 벗겨서 갖고다니는데, 계속 뱀그림을 봐야 해서 ㅡ.ㅜ 저기 그런거 디자인 실기 전에 작품 소개나 후기나 좀 싫어주세요. 번역가의 독후감 같은것을 말하는건 아니예요) 아마도 그러면서, 그는 이 작품 [명탐정의 저주]의 후반부 나, 추리소설가 = 덴카이치 탐정의 입으로 고백한다.
...나는 요즘 인기있는 젊은 작가들이 쓴 클래시컬한 본격 미스터리들을 신이나서 깎아내렸던 것이다. 시대에 뒤떨어졌다느니, 외국에서는 성인들은 읽지않는다느니 하면서....p.325
(아래 일부는 한년도라도 순서가 바뀌었을 수 있음, 괄호안은 수상내역 또는 드라마나 영화화됨을 표기. 출처는 Wiki에서 일본어를 한글로 번역했음)
1985 방과후 (에도가와 란포상수상, 드라마)
1986 백마산장 살인사건
1986 졸업:설월화雪月?0?
1987 学生街の殺人 (국내소개전)
1987 11문자 살인사건
1988 魔球 (이 미스테리가 대단해 18위)
1988 香子の夢-コンパニオン殺人事件 (드라마)
1988 浪花少年探偵団 (나니와 소년 탐정단 시리즈, 드라마)
1989 잠자는 숲 (가가형사 시리즈, 드라마)
1989 十字屋敷のピエロ(십자저택의 피에로, 국내 소개전)
: 1988년 우타노 쇼고의 [긴집의 살인]의 뒤를 잇는 작품인데, 불운하게도
아야쓰지 유키토의 '관시리즈'의 데뷔로 인해 아류작으로 평가받게됨
1989 鳥人計画 (이 미스테리가 대단해 15위)
1989 殺人現場は雲の上
1989 부루투스의 심장
1990 依頼人の娘
1990 숙명 (드라마)
1990 범인없는 살인의 밤 (드라마)
1990 仮面山荘殺人事件
1991 변신 (영화)
1991 회랑정 살인사건
1991 교통경찰의 밤 (드라마)
1992 ある閉ざされた雪の山荘で
1992 아름다운 흉기
1993 동급생
1993 分身 (이 미스테리가 대단해 21위)
1993 浪花少年探偵団 2 (나니와 소년 탐정단 시리즈, 국내 소개전)
1994 怪しい人びと
1994 옛날에 내가 죽은 집
1994 虹を操る少年
1995 パラレルワールド・ラブストーリー (이 미스테리가 대단해 24위)
1995 괴소소설
1995 天空の蜂
1996 독소소설
1996 명탐정의 규칙 (덴카이치 고고로 시리즈, 이 미스테리가 대단해 13위, 드라마)
1996 명탐정의 저주 名探偵の呪縛 (덴카이치 고고로 시리즈)
1996 둘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가가형사 시리즈)
1996 악의 (가가형사 시리즈, 이 미스테리가 대단해 24위드라마)
1998 비밀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장편부분수상, 이 미스테리가 대단해 9위, 영화)
1998 탐정 갈릴레오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1, 드라마)
1999 내가 그를 죽였다 (가가형사 시리즈, 이 미스테리가 대단해 27위)
1999 백야행 (이 미스테리가 대단해 , 드라마, 영화)
2000 거짓말, 딱 한개만 더 (가가형사 시리즈, 드라마)
2000 예지몽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2)
2001 片想い
2001 산타아줌마
2001 超・殺人事件 推理作家の苦悩 (이 미스테리가 대단해 )
2002 호숫가 살인사건 (이 미스테리가 대단해 , 영화)
2002 도키오 (이 미스테리가 대단해 , 드라마)
2002 게임의 이름은 유괴 (이 미스테리가 대단해 , 영화)
2003 편지 (이 미스테리가 대단해 ,영화)
2003 おれは非情勤
2003 殺人の門 (이 미스테리가 대단해)
2004 환야
2004 방황하는 칼날 (영화)
2005 흑소소설
2005 용의자 X 헌신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3, 나오키상, 서점대상, 본격미스테리상 수상, 이 미스테리가 대단해 1위, 영화)
2006 붉은 손가락 (가가형사 시리즈)
2006 사명과 영혼의 경계 (이 미스테리가 대단해 )
2007 夜明けの街で
2007 ダイイング・アイ
2008 유성의 인연 (이 미스테리가 대단해, 드라마)
2008 성녀의 구제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4, 이 미스테리가 대단해)
2008 ガリレオの苦悩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아직 국내 소개전)
2009 パラドックス13
2009 新参者 (가가형사 시리즈, 이 미스테리가 대단해 , 드라마)
2010 カッコウの卵は誰のもの
(이 작품속에선 유난히 건물안의 뜰을 안은 ㅁ자형 구조가 연속나와 좋았다. 인테리어 프로그램은 꼭 챙겨보려고 하는데, 좁은 일본의 토지라도 자연을 감상하려는 의지가 계속해서 일본식 건축에서 느껴져서 나도 나중에 꿈꾸는 은퇴후의 집은 이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있다,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의 뒤뜰의 추억을 이기고)
[명탐정의 규칙]과 동종업계의 비밀을 들춰낸 타이거마스크 마술사처럼 추리소설계에서 그는 파문은 안당했겠지만 (사실 아마존에 찾아가보면 '추리소설' reference는 무지하게 많다. 그보다 더 적나라하게 분석한), [명탐정의 저주]로 그는 거의 모든 이의 사면을 받았음이 틀림없다. 왜냐면, 시작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인양 (푸하하하, 미로가 되버린 도서관과 토끼처럼 뛰어가는 사나이...) 농담처럼 시작했지만, 엔딩에서 그는 자신의 태생이 본격추리물이며, 자신이 비웃었더라도 여전히 그 가치를 알고있으며, 어떤 구분이 있어 존재하기 전 전체의 추리소설을 무지하게 사랑하고 있음을 뛰어나게 직선적으로 오해하나도 할 것없이 고백하였기 때문이다. ^0^
화자는 [명탐정의 규칙]의 오가와라 경감이 아니라 '나'란 일인칭의 추리소설가로 시작된다. 그래서 이야기 속에는 출판관련자나 추리소설가들이 자기네들끼리 하는 푸념에 적나라하게 들어간다, 어슴푸레 알았어도 환상 다 깨지게! (투자자를 위해 기업분석을 할만큼의 규모를 가진 출판사는 소수인지라, 다른업종대비 그닥 잘 알지는 못해도 영리를 위한 것만큼은 확실하다. 다만, 난 다품종이 아주 다양한 독자들을 위해 소수의 베스트셀러에 몰리지않는 서비스이길 바랬지 뭐.)
...책이 저렇게 많이 출판되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책이 그만큼 팔리지않기 때문이다. 출판사가 전체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작가가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이라도 출판사 입장에서는 'one of them'에 지나지 않는다. 또 작품이 아무리 뛰어나도 평론가의 호평을 받지 못하면 순식간에 사람들의 기억 저편으로 밀려나고 만다.....p.11
또한, 본격추리물이 팔리는 나라는 일본뿐이라며 해외미스터리는 리얼리티를 중시한다...는 참 기분잡치는 발언 연속에 '찬 나랑 안맞는 스타일이야. 왜 요즘 연속으로 이러는 걸까???' 하던중, 이 '나'는 자료조사차간 도서관안에서 길을 잃고 앞에 체크무늬 양복에 지팡이를 든 채 뛰어가는 신사를 따라가다가 10대 미소녀 히노 미도리를 만난다. 그녀로 인해 그는 도서관 밖으로 나가고 아까 들어오기전 세계랑 다른 보레로시에 왔있음을 알게된다. 거기서 그는 자신을 덴카이치 탐정이라고 부르는, 소녀의 아버지인 히노시장의 요청으로 이 도시를 만들어낸 크리에이터의 기념관의 도굴사건을 맡게된다.
뭔가 추리소설 설정에게만 편리한 도시의 구조, 뭔가 추리소설 설정에게만 편리하게도 있을건 있고 없는 이 묘한 도시에서, 그는 묘한 기시감과 환타지소설처럼 누군가말해주면 빈여백에 새로운 이야기가 스르륵 씌어지듯 자신의 기억과 역사를 새로 깨닫는 경험을 하면서, 기념관의 관장이자 고고학자인 쓰기무라 박사로부터 박물관의 미이라와 훔쳐진 사각형의 저주의 물건이야기를 듣는다.
과연 훔쳐진 것이 뭔지도 모르는 가운데 (그냥 두리물실하게 사각형이 아니라 정사각형도 아니고 직사각형이라고 말해줬다면, 대박 독자들을 알았을거야 ㅡ.ㅡ), 그는 미즈시마 산업의 회장이자 거부인 미즈시마 유이치로 (일본추리물번역물이 요즘에는 원어표기를 잘해줘서 정말 신나는데, 예전 한 몇년간은 완전 생략해서 참 답답했던 적이 있었다. 여기선 등장인물의 한자가 뭔지가 중요하다)를 만나지만 그는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자 이제 오가와라 경감 (!)이 등장하고 초면도 아니면서 초면이라는 설정하에 자살이라는 경감의 주장과 달리, 나, 덴카이치탐정은 살인이라고 주장한다. 아. 참나. 살인의 근거가 '이렇게 특이하게 방안을 만들어놓고 죽을리가 없다'라니...저도 아키오의 야무진 다음 발언에 한표 던지고 싶었다.
...보통은 범인이 출입한 흔적이 발견되면 그에 따라 타살을 의심하게 되지. 그런데 당신은 먼저 타살이라고 결론을 내린 뒤 출입이 불가능한 상황에 대해 의심해보라고 말하고 있어. 얘기가 꺼구로 된 거 아니야?...p.91
하지만, 나, 덴카이치탐정은 나도 모르게 탐정으로 나섰지만 추리소설가로서의 입장은 남아있다.
...보통 밀실에서 시체가 발견되면 자살보다는 우선 밀실트릭을 의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동서고금을 통해 다양한 밀실트릭이 고안되어 왔기 떄문에....p.92
하하, 이런 발언을 들으면 나중가서 범인이 왜 필사적으로 막으려던 연유를 다소 중의적이나마 깨닫고 동조하게되며, 또 억지스러운 본격추리물의 트릭은 가끔 히다 슌스케가 본래는 의도치않았지만, 여기 써먹으면 딱 좋은 이런 말로 대답해주고 싶어진다.
...등장인물에게 피가 통하지않아. 인간을 제대로 묘사하지 못한단 말이야. 모두 다 모조품일뿐이야. 이건 소설이라고도 할 수 없어. 아니, 단순한 이야기의 수준도 못돼....p.159
자, 이제 하나씩 사건은 저주처럼 연이어 터지고, 살아남은 월화수목금토일의 나머지 멤버가 시장의 외딴 별장에 모여 덴카이치탐정이 두근두근 '범인은 너지!'에 완전 재미붙이는 가운데, 대단원의 사건이 벌어진다.
자, 이제 본격추리물이 없는 이 도시에서 본격추리물의 재미를 다시 만끽하게된 나, 추리소설가는 그동안 외면했던 명탐정의 존재,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존재의미를 다시 깨닫는다. 좀 깨주었으면 했던 패턴 - '당신에겐 살인사건이 따라다녀요' 또는 범인을 알만하면 죄다 죽여버리는 통에 참 몇 안남는 인물가지고 재미도 반감될텐데 여전히 '범인은 너지!' - 을 여전히 고수하며..ㅎㅎ
좀 더 통렬하고, 객관적인 분석이었다면 어쩜 농담처럼 말장난처럼 기막혀서, 은근 웃겨서 웃는 재미가 반감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처럼 추리소설가가 아닌 추리소설애호가의 고백과 같이 소프트한 에세이같이 되지않았을텐데...하는 느낌이 약간 아쉽다. 아, 재밌는데 뭔가 아쉽지않으면 이제 히가시노 게이고가 아닌거야? 그래도, 힘빼고 즐길 수 있었다.
위에 작품순서를 보고서 이건 본격, 이건 사회파 이렇게 구분할까도 했는데....대강 눈짐작으로도 아주아주 큰 작품변화는 느껴지지않는다 (난 나올때마다 그때마다 사서 몇달뒤 할인혜택같은것도 못받았지만...그의 작품을 읽기시작하시는 분들은, 위의 순서대로 읽으시면 더욱 좋겠다. 나도 놓친 재미인지라 꼭 해보셨으면 좋겠다) 아마, 아무리 작가가 콧방귀를 뀌어도 이미 추리소설내에 몸담고 또 그 걸 무지하게 사랑한다면 구분하여 비중을 달리하는 건 그닥 큰 의미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최근엔 이 둘을 조화롭게 이룬 시마다 소지의 걸작,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를 본 후라 더 더욱.
흠흠, 요즘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한 애정도가 식었는데, 다시 회복되는듯. 좋아하는 것을 같이 좋아하니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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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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