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あなたやっぱり

Kel
- 작성일
- 2012.6.18
스킵(Skip)
- 글쓴이
- 기타무라 가오루 저
황매
아, 이 작품 왜 절판일까. 정말 좋은데.... 빌려보고 난 뒤에 사서 가지고 싶었는데....
[이야기꾼여자]나 [시미가의 붕괴]까지만 해도 작가의 개인적인 내용이나 성별이 중요하기보단 참 묘하고도 귀여운 추리환타지호러작가로 생각했는데, 이 작품을 읽고 난 뒤 작가가 여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고 약간 충격받았다.
北村薰, 그래도 저렇게 동글동글 꾀많은 너구리상 (죄송~)이란 것을 보고 당연하단 생각이 들었지만.
작가와 교수인 모녀가 쓴 두개의 해설에서 알려주는데,
'기타무라표 소설이란 아름답고 강한 여성이 벌이는 활약, 그리고 작품 세계상에 드러난 리얼리티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질 좋은 이야기로 이루어진 추리극' 이라고.
근데, 내가 여성이 아니라서 놀랐던 점은, 정확히 '감탄스러워서 놀랐던' 점은, 대체로 남성작가가 쓴 여성이야기는 성별만 여성일뿐 가끔 아바타적으로 남성이 보고자하는 여성을 보여주는게 아닐까 싶은 게 많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여성작가가 썼다고 해도 매우 섬세하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였기 때문에. 특히나 첫사랑에 대한 부분에서. 만나고픈 작가가 몇몇 있는데 이 작가도 참 만나보고싶다. 인간적으로 정말정말 괜찮을 사람일 거란 느낌.
최근에 [빅]이란 드라마에서 18살이 30살이 된다나? 근데 한 사람이 그렇게 되는게 아니라 서로 다른 인물이 바뀐다고. 일찌기 시간대를 뛰어넘는 타임슬립에 관한 작품도 많았고 (H.G.윌즈의 [타임머신]은 나에겐 호러였지만 리차드 매디슨의 [Somewhere in Time]은 잊지못할 작품이고), 장소를 뛰어넘는 작품 (스티븐 굴드의 [점퍼])도 있었는데다가, 아예 책속으로 들어간 듯한 작품 (지금 이름이 생각안나는 드라마[오만과 편견 다시 쓰기])도 있었고, 한사람이 시간대를 뛰어넘어 성인이 되버리는 작품 (아예 십대라고 말하기 어려운 아이가 30대가 되는 영화 [빅]과 [완벽한 그녀에게 딱한가지 없는 것 (13 going on 30)])도 있었다. 또, 하루의 시간이 반복되고 반복되고 ([사랑의 블랙홀 (Groundhog day)])정말 우려먹고 우려먹어도 흥미진진한 소재인데다, 너무나 여러 설정이 가능한지라 갖가지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시인 프로스트가 시 '가지않은 길 (The Road Not taken)'에서 남이 안갔던 그 길을 갔다면 어쨌을까가 아닌 확고하게 '난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갔다'고 확언함에도 은근 그의 선택을 곱씹듯, 사람은 죽기전까지 어쩜 자신의 인생 중 많은 선택되지않은 영역을 궁금해하는 듯하다. 그래서 특정 시간에 했던 그 행동이나 상황이 아니었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영문법 중에서 가장 문학적인 가정법도 있지않은가.
이와 달리 과거의 미지의 영역이 아닌 미래의 미지의 영역에 대한 궁금증도 피할 수 없는 것이, John Keats의 시 'The Eve of St.Agnes'에선 1월 21일 전날밤 저녁을 먹지않고 아무도 보지않고 잠자리에 들면 꿈 속에 미래의 신랑을 볼 수 있다는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로 말해준다(결혼전엔 다년간 시도해봤는데, 까먹기 일수였고 한번은 성공했지만 꿈을 안꾸었다 ㅡ.ㅡ).
어떻게 된다면이란 설정자체는 상상만으로도 넘 재밌지만, 실제로 속들은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좀 더 현명하게, 그리고 앞을 볼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보다 현명하게 살고 싶은 마음 때문일듯. 하지만, 매번 하고하고 해도 오히려 더 엉망이 될 수도 있는 것을 (영화 [나비효과]).
이토록 많은 소설과 영화가 있다는 것은, 다시하면 잘할 수 있다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이나 모든 것을 교과서처럼 살아가기 힘들기 때문인 것을. 매일매일 잠들기전 눈감기전 오늘 하루 정말 잘살았다고 말하기는 손꼽히기 때문인 것을. 그러기에 '과거'나 '미래'를 둘러보지말고 '현재'의 지금을 잘 살라고 말하고 싶기 때문에.
아, 기타무라 가오루의 시간과 인간 3부작중 [스킵]을 읽으면서, 예전에 봤던 작품들이 생각났지만 역시나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는 비슷해도 각각 정말 다른 것마냥 또 다른 이야기였다 (이 작품이 일드로 나왔다는 소리를 들어서 너무 보고싶어서 열심히 검색을 했는데 1996년에 단막극으로 만들어졌다고).
1960년대의 시대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어느날, 이치노세 마리코란 여고2년생은 체육대회 가장행렬준비에 바쁘다. 비가 와서 체육대회는 중단이 되고 절친과 여러 이야기를 하다가 집에 돌아온 그녀는 잠이 든다. 그리고...
일어난 곳은 미지의 장소였다. 문을 열어 마주친, 누군가 생각나는 예쁜 여고생에게 말을 걸자 그녀는 자신을 '엄마'라고 한다.
25년이 흘렀다. 잠깐 잠을 청한 것 뿐인데. 그녀는 이제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이자 한남자와 20여년간 결혼생활을 한 아내이자 그리고 여고생 사쿠라기 미야코의 엄마이다.
(약간 이 부분은 좀 어색했지만...갑자기 엄마가 17살이라는데 왜 아무도 충격받거나 화를 내거나 그러지않아? 모르는게 당연하다는듯 첫설명을 해주는 부분은 좀) 이제 그녀는 아무도 알아차리지못하게, 전화로 고민을 상담하는 학생을 찾아야하고, 다음학기를 준비해야하고, 시험문제를 만들어야하고...아니 그것보다도 교무실의 위치와 자신의 자리를 찾고 앨범을 찾아 선생님들의 얼굴을 익히며 그들을 부르던 애칭과 개인사를 추리해야 한다. 일드 [고쿠센]마냥 정신없는 학교생활.
그와중에도 그녀는,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엄마와 아빠를 그리고, 아쉽게 지나가버린 청춘을 그리워한다.
아, 나 이부분에서는 눈가를 붉히지않을 수 없었다. 내가 처음 화장한 날, 내가 처음 소개팅에 나간 날, 내가 사랑에 빠지던 순간, 내가 실연에 아파하던 순간을 다 건너뛰어서 나이를 먹는다는 건 정말 대단한 상실이다. 다시 돌아가라면 절대 (..라고 말하긴 쬐금 미련남지만;;;) 20대로 돌아가고 싶지않도록, 앞날을 알 수 없이 불확실하고 불안한 시간이지만 (그래, 절대라고 말하기엔 너무 좋은 추억이 많아...) 하나도 지우고싶지않고 간직하고픈 시간이었다. 극단적인 설정을 통해 작가는 지금 엄마와의 소소한 말싸움, 대단한 반찬은 없어도 같이 먹는 식사시간, 친구와 책이나 드라마, 유행가에 대해 나누는 자잘한 이야기가 얼마나 소중한 것임을 뼈저리게 보여준다. 똑같이 사는 하루, 기왕이면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찾아내고 더 기뻐하라고.
...그런 굉장한 말 중에서 내 마음에 드는것이 하나씩 늘면....좋아하는 말을 많이 가질 수 있다면 아마 부자가 된 기분이 들 거예요...p.288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간이여 멈춰다오....반짝이는 빛, 오늘이라는 날 지금 이순간이 아름답다.... 괴테, [파우스트], p.361~362
...어제라는 시간이 있었던 것 같다. 내일이라는 시간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게는 지금이 존재한다...p.525
글쎄, 내가 마리코라면 그렇게 모두가 바란듯 그 자리로 들어가지 않을 것 같다. 난 뛰쳐나와 내 과거의 단절된 부분을 찾고 거기서 다시 살아볼 것 같은데...
여하간, 가장 감탄했던 첫사랑에 대한 갈망 부분과 그래서 아쉬웠던 점을, 작가의 2부이자 또다른 이야기 [리셋]에서 달랠 수 있기를.
p.s: 1) 과연 [골짜기의 백합]을 읽고서 어떻게 '나는 백명의 남자와 자고 싶습니다'란 감상평을 쓸 수 있는지.....하하하.
2) 작가의 복면작가 시리즈...읽고싶다~ 와세다대학 미스테리클럽부터 시작하여,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일전에 한번 나왔던 일본동전수수께끼로 본격미스테리대상 (평론) 수상과 본격 미스터리작가클럽 발기인에다 회장 출신인데, 추리물 소개가 넘 없다. 게다가 영역이 좋아하는 '일상미스테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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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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