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l
  1.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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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댈러웨이 부인
글쓴이
버지니아 울프 저
열린책들
평균
별점8.7 (15)
Kel

델라웨이, 댈라웨이, 댈라웨어..등으로 잘못 알고 있었는데 (검색하다 답답해서 원제를 보니 Mrs.Dalloway. '달로웨이'부인이라고 발음한다), 더한 무지의 소치는 학부졸업때 버지니아 울프의 양성론 (Androgyny)에 대해서 썼고 [자기만의 방] 등을 배우면서 뭔가 그녀는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가졌던 것. 읽기시작하고 몇페이지 넘기지않고 바로 이 작품에 폴라당 빠져버렸다. 심지어 나의 베스트10 안에 올라갔다 (아마도 읽으실 분은, 번역서 말고 원서로 바로 넘어가시는게 더 나을듯 ^^ 베스트 10이니 다음에 또 다시 잡을때에는 이쁜표지의 원서로 잡을 예정 ^^).


 


읽다가 결정적으로 나의 베스트10이 된 것은, '만약에 내가 소설을 쓴다면 바로 이 작품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강렬하게 들어서.


 


...아무도 없었다. 그녀의 말은 시들어 떨어졌따. 로켓이 떨어지듯. 그 불꽃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면서 어둠에 굴복하고, 어둠이 내려 집과 탑의 윤곽 위에 쏟아진다. 황량한 언덕들의 윤곽이 부드러워지다가 어둠 속에 묻힌다. 그러나 비록 눈에 보이지않는다 해도, 밤은 그 모든 것으로 충만하다. 빛깔도 없고 불켜진 창문하나 보이지않지만, 사물은 좀 더 육중하게 존재하며 밝은 대낮에는 드러나지않는 것을 암암리에 내비친다. 새벽이 가져다주는 안도를 빼앗긴채 어둠 속에 함께 웅크리고 있는 거기 어둠 속에 뒤엉켜있는 사물들의 혼란과 불안을, 새벽이 벽들을 흰색과 회색으로 씻어내고 유리창 하나하나를 비추며 들판에서부터 안개를 걷어버리고 평화로이 풀을 뜯는 적갈색 암소를 보여줄 때면, 모든 것이 다시금 눈앞에 차려지고 다시 존재한 넉시아. 나는 혼자다. 나는 혼자야!...p.34~35


 


(밑줄 긋고 싶은 부분 많은데 그러면 거의 한페이지. 이 작품은 분명 소리내서 읽어야 제격일 것이다. 천재적인 추리소설가 코넬 울리치의 작품 제목으로도 쓰인, 내가 좋아하는 시중 하나 Francis William Bourdillon의 'The Night Has a Thousand Eyes' 이 떠오르며 정말 마구마구 좋았다. 어떻게 이걸 제목으로 쓰는 천재적인 생각을 해냈을까?


 


The Night has a thousand eyes,
And the Day but one;
Yet the light of the bright world dies
With the dying sun.


The mind has a thousand eyes,
And the heart but one;
Yet the light of a whole life dies
When love is done.)


 


 


...아마도 확고한 무신론자이지만 그는 가끔 놀랍게 고양되는 순간들을 겪곤 한다. 우리 바깥에 존재하는 것은 마음의 상태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나약하고 추하고 비겁한 남자들과 여자들의 바깥에 있는 무엇인가에 대한 욕망이다....p.78


 


1. 하루에 일생을 살다


 


....꽃은 자기가 사오겟노라고 댈러웨이부인은 말했다....


(가장 유명한 첫문장들)


 


 


작품은 1923년 6월의 어느날이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처럼 하루이다. 하지만, 이 작품과는 좀 더 다르게, 마치 일종의 전염처럼 한사람씩 나레이션이 이동을 하며 다양한 색채를 보여준다. 좀 덜 철학적이며, 덜 묘사적이다.


 


...가능한 외적이고 무관한 것들과 뒤섞이지않게끔 전달하는 것이 소설가의 의무가 아닐까요...버지니아 올프, [현대소설론]


 


..전통적인 작가들이...인물을 묘사하라고...그녀의 아버지가....무슨 병으로 죽었는지 암을 묘하사고...전통적인 사실주의 방식으로...한 인간을 제대로 그려낼 수 없는 것은 이처럼 삶에 대한 시각 자체가 달라져...'무수한 인생 원자들의 소나기'로 이루어지는 삶.....'마음에 떨어지는 그 원자들을 떨어지는 순서대로 기록하고 겉보기에는 아무리 무관하고 일관성이 없더라도 각각의 광경이나 사건이 의식에 새겨지는 패턴을 추적해보자'..그녀의 제안...제임스 조이스의 방법이기도...'심리적' 기법...우리가 삶이라 부르는 것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게...해설.


 



 


 


클라리사의 머리속이 중점적으로 나레이션되지만, 그녀가 마주치는 이들 또한 속내를 드러내며 흘러간다. 어떤 기승전결의 줄거리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일생에 어느 하루가 일생에 버금지않는가. 그 하루에 그 전까지의 인생을 다시 다 살듯. 클라리사, 리처드 달로웨이 (헷갈리니까 그냥 다 '달로웨이'로 하겠다), 피터 월시, 그리고 셉티머스와 아내 루크레치아 등 그들의 의식이 흘러가는대로 따라가는데 ('의식의 흐름') 마치 그네들의 과거를 다 들여다 본 셈이다.


 


2. 동일한 것이 주는 서로 다른 에피파니 (동시성)


종소리나 비행기가 그리는 글자들을 서로 모르는 이들이 바라보고 각자 다른 인상을 받고 해석을 내리고 다른 방향으로 미세하게 간다. 그러니까 구심점에서 1cm만 달라져도 직선으로 쭈욱 가면 원래가려던 곳보다 엄청나게 멀어지지않는가. 여하간, 동일한 것에서 받는 각자의 의식은 마치 종소리의 여파처럼 매우 흥미롭다. 마치 서로 다른 곳에 살고 있지만 같은 하늘아래 살고있는, 묘한 이어짐이랄까.


 


3. 인물


셉티머스의 모습을 보노라니 Jacqueline Winspear의 [Maisie Dobbs]가 생각났다. 동일하게 이 두 작품은 1차대전후의 영국 런던.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았던 작가가 동일한 시대를 쓴건데, 꼭 동일한 시대가 공통점이라서가 아니라 묘하게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인물들은 각자 인생의 험난한 구석을 겪기도 하고 아니기도 했지만, 그 바라보는 시선이 매우 부드럽고 우아하다. 영화에선 셉티머스를 [BBC 셜록]의 레스트레이드경감역의 배우가 맡았는데, 바로 그를 바라보는 느낌이 그렇다. 동일한 인물을 알고 있는데 보다 그의 보드랍고 솜털이 있는 젊은 모습을 바라보며 감탄하는 그런 것처럼.


 



 


..그녀는 이제 세상 누구에 대해서도 그들이 이렇다든가 저렇다든가 말하지 않을 것이다. 아주 젊은 그러면서도 말할 수 없이 나이가 든 기분이었다......단하루라도 산다는 것은 아주, 아주 위험한 일이라는 느낌이 떠나지않았다....p.14


 


...두려움이라는 것이 있다. 부모가 손에 쥐어준 이 인생이라는 것을 끝까지 살아야한다는 것. 평온하게 지니고 가야한다는 것. 평온하게 지니고 가야 한다는 것에 덮쳐오는 무력감.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도 끔찍한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었다 요즈음도 리처드가 있어주지않는다면 [더 타임즈]를 읽으며 그가 거기 있지않다면 그래서 그녀가 새처럼 웅크리고 있다가 차츰 되살아나 마치 마른가지를 마주비비듯 그 한향없는 기쁨의 불꽃을 피워내지 못한다면 그녀는 도저히 더 살 수 없을 것이었다. 그런 두려움에서 그녀는 벗어났다. 하지만 그 청년은 자살을 한 것이다...어떤 즐거움도 젊은 날의 승리 들과 결별하고 살아가는 과정에 자신을 내맡기고 있다가 가끔 기쁨에 떨면서 해가 뜨는 것을, 날이 저무는 것을 발견하는 것에 비할 수 없었다......P.241~242


 


클라리사는 묘하게 (비록 내가 등장인물에게 좀 잘 공감되는 면이 있다해도)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데, 그녀의 shallowness, 속물성, naive한 기대,  모든 것을 공유해야하는 피터에서 멀어져 기르는 개가 발목이 거의 잘리는 사고에서 보여준 리차드에게 끌리는 모습이라든가, 혼자 초대받고 간 남편의 부재나 레이디 부르턴에 대한 서운함 (레이디 부르턴과 클라리사의 관계는 거의 적대적이지만, 레이디 부르턴이 '클리리사는 잘 있나요?'라고 묻는  한마디 떄문에 리차드는 그녀가 클라리사에게 호의적일 것이라고, 클라리사의 반응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정말 대단해!!!!! 이토록 섬세해서 버지니아 울프는 힘들었을까) 이라든가, 미묘한 갈등과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민감함 등. 대개의 여주에게는 범인과 다른 모습이라든가 운명을 보여주는데 그녀와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의 속세적 삶과 의식 (달로웨이 부인에겐 계급적, 물질적 부러움과 함께 정신적 우월함을 느끼지만, 그녀의 딸 엘리자베스에 대한 애착과 실제관계에서의 실망을 느끼는 미스 킬먼이나 잘나가는 할리가의 의사 윌리엄경 등)은, 이 작품을 읽는 동안 생생하게 살아움직여 또다른 동시성을 느끼게 해준다. 절대 만날 것 같지않은 클라리사와 셉티머스의 운명이 잠깐 부딛히는 순간, 나는 무심코 읽어버리곤 했던 신문기사나 누군가의 이야기 속의 인물과의 거리가 좁혀지는 기분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기억은 있는 법이다. 택시를 탄 뚱뚱한 저 부인이라든가, 그렇다면 그게 문제가 될까? 그녀는 본드스트리트 쪽으로 걸어가며 계속 생각했다. 그녀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죽어야 한다는 것이? 이 모든 것은 그녀없이도 계속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점이 한스러운가? 또는 죽으면 모든 것이 완전히 끝이라도 믿는 편이 위로가 될까? 하지만 어떻든 런던의 길거리에, 사물들이 밀려오고 밀려가는 흐름 속에 그녀는 여전히 살아있고 피터도 살아있으며 서로의 속에 살아있었다. 그녀가 고향집 나무들의 일부이듯 저기 보기싫게 잡동사니처럼 늘어서있는 집들의 일부이고 한번도 만나보지못한 사람들의 일부이듯. 그녀는 자신이 잘아는 사람들 사이에 엷은 안개처럼 펼쳐져있었다. 언제가 보았던 나무들이 안개를 떠받치듯이....더는 두려워말라. 태양의 열기를. 사나운 겨울의 횡포를....p.15~16


 


 


빅벤의 종소리가 일종의 장의 구실을 하듯, 원제는 [The Hours]였다. 이 작품 (1925)은 또 다른 작품 [The Years (1937)]으로 이어지는 과정 (줄거리가 이어진다는 뜻은 아니다)이며 또 마이클 커닝햄의 [세월 (The Hours(1998)]로 이어진다 (아래 영화화되었다). 1920년대에서 도 1990년대의 달로웨이부인으로 (후자에선 실명이 아닌 별명이지만). 게다가 단편의 제목을 딴 단편집 [Mrs. Dalloway's Party]까지.  


 


  


 


연상이 되고 연관이 되고 배경이 되고..이렇듯 세계를 확장하는 것. 실상 추리소설을 읽다가 언급되는 클래식소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마이클 코넬리는 헤르만 헤세를 언급하고 남주와 깊은 연관을 갖는다. 그렇듯 직접적이지 않더라도 작품 속의 인물들이 듣는 음악을 같이 듣고싶은 것처럼 (가끔은 전혀! 상관없이 그저 구색을 맞추는 작품도 있긴 하다만) 그 작품들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싶다.  그게 바로 점차 litarary bucket list를 좀 더 길게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일반 독자 ...Common reader...문학적인 편견이나 학문적 독단에 물들지않는 상식...지식을 전수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교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 책을 읽는 독자....


 


 


p.s: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의 목소리는 너무 좋다. 중간에 그녀때문에 깜짝 놀란 것이 있는데, 그녀는 버지니아 울프를 문학계의 피카소에 비유했다. 영국보다는 미국에서 그녀의 평가가 더 높다며.


 



 


조지 엘리어트의 이야기를 하면 그녀의 인맥과 주변인물들 (그녀에겐 그저 친구이자 지인이었겠지만, 사상사에선 거물급)에 놀라지만, 가장 압권인 인물은 버지니아 울프이다. wiki에 갔다가 완전 놀랐다. 그녀의 모습을 딴 그림도 있다니....여기 (http://www.youtube.com/watch?v=2Hnlsh8WyPE)에 가면, 머리 속에 달로웨이 부인이 그려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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