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本格推理

Kel
- 작성일
- 2014.3.24
파계 재판
- 글쓴이
- 다카기 아키미쓰 저
검은숲
올해 전반기에 읽은 추리소설 (흠, 언제나 이런 표현을 쓰기엔 충분히 많이 읽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중 최고 박진감 넘치는 작품이 될 듯 싶다. 졸려 죽겠는데, 도대체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10여년간의 비교적 비경쟁적 법정신문기자로 일하는 화자, 요네다 도모이치는 간만에 눈여겨볼 재판 하나를 보게 된다. 대체로 피해자의 이름을 붙이는 관행도 따르지 않고, 새로운 흐름인, 단기간에 하나의 의 사건심리를 진행하는 '집중심리방식'을 채택한 재판. 게다가 우수하고 공정한 판사진과 엄청나게 뛰어난 검사, 그리고 아직은 30대초반인데다 다들 기피하는 형사변호사임에도 정신적 물질적 기반이 엄청난 면호사 햐쿠타니 요시로 변호사가 2건의 살해와 사체유기 혐의를 받는 피의자를 변호한다. 게다가 10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10년동안 법정을 출입하며 쌓은 내공으로 인해 화자는, 이 재판이 예상과 달리 일방적으로 피의자에게 불리하지 않은 또다른 양상이 숨어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그리하여, 법정이 무대처럼, 모든 법정관계자와 사건관계자들은 등장인물처럼 등장하여, 하나씩 사건을 검토하기 시작한다.
사건인즉, 신극무대배우로 유망했던 무라타 가즈히코는 2차대전 당시 징용되어 시베리아 포로수용소를 거친뒤 귀국, 배우로서 재능을 잃어버리고 스탭으로 살다가 불미스러운 일로 퇴원, 이러저러한 수상쩍은 일을 벌이다 오래간만에 만난 극단연습생 출신 도조 야스코와 불륜을 저지르게 된다. 몇달 뒤 야스코의 남편은 현장을 급습, 위자료 없이 이혼하겠다며 자신의 내연녀에게 말하곤 다음날 육교밑 기차선로에서 치인채 발견된다. 경찰은 가장 동기가 큰 도조 야스코를 의심하지만, 예상외로 죽은 도조 겐지가 남긴 재산은 적었고, 한달 뒤 경찰 감시가 소홀해지기 시작한 바로 그 시점에 그녀 또한 같은 장소에서 사체로 발견된다. 바로 전날 그녀가 피의자 무라타 가즈히코와 같이 있던 것을 목격했던, 쓰가와 히로모코의 증언으로 결국 피의자가 체포된 것이다.
일반적인 탐정소설에선, whodunit인 경우 작가가 이모저모로 수상쩍게도 순수하게도 시선을 조절해둔 수많은 용의자들에게 혹하지 않도록 노력하여 독자와 탐정은 거의 비슷한 속도로 (흠, 정확하진 않은데, 긴다이치 고스케 경우는 언제나 다 알고있으면서 연이은 살인을 막지 못하지) 나열된 사실을 근거로 트릭과 알리바이를 파괴하여 범인을 찾아나가고, howdunit에선 이보다 하나 더 범인을 알지만 그/그녀/그아이/그들의 트릭과 알리바이를 파괴해나가는 것이 중점이다.
법정추리물에선, 작가의 설레발 manipulation이 극소화되고 시간과 장소가 극도로 제한되어, 각기 위치에서 피의자를 고발, 변호하는 두 측간의 일종의 파워게임 (사건에 대해 더 알고 있는 자가 파워를 가진다)이 중심을 이루기에 갈등은 매우 치열하다. 결국 이 균형이 깨지고, 이미 알려진 사실의 이면 진실이 들어날때 사건을 해결된다. (직접 예를 들면 스포일이 되지만) 피의자가 진범이건, 아니면 새로운 범인이 들어나건 언제나 반전이 언제나 예상된다는 면이 의도치않은 스포일이지만서도.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길고 크게 확장되는 인간관계가 짦은 시간에 한 지점에 집중되었을때 평범한 생활 속에서는 볼 수 없는 격렬한 불꽃을 연달아 흩뿌리는 경우가 있다. 이 재판은 그 무서운 일례였다....p.23
마이클 코넬리의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나 존 그리셤의 court room thriller도 있지만, 이들보단 순전히 작품의 90% 이상 (이라지만 여기저기 대기공간 같은거 그냥 포함하면 거의 100% 같은데)을 법정에 두고, 지지부진할 것 같고 판결이 뻔할 것 같은 재판과정을 다룸에도 전혀 지루함 없이 (대체로 탐정물에선 항상 범인체포에서 끝나지만), 범인을 체포하는 과정 이상으로 사건을 검토, 반박하는 과정의 스릴감을 맛보게해주며 ([12인의 성난 사람둘]도 배심원실에서 일어난 단 몇시간의 이야기임에도 꽤 긴박했듯, 그보다는 캐릭터들의 힘은 약하지만서도), 누군가를 고발, 심판한다는 그 책임감과 보여지는 것 이상 이면에 있는 진실의 힘 (후반부에 가면 제목을 다시 곱씹게 된다) 등이 울리는 공명과 감동이, 퍼즐처럼 트릭을 밝혀내는 것, 그리고 사건 자체보다 더 크다. 어떠한 판결을 내리겠는가, 함께 결정해달라...라곤 하지만, 난 쉽게 어떤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진범 유무를 떠나, 난 과연 죄를 미워하지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인지, 죄가 무슨죄냐 저지른 사람이 문제인지인지...잘 모르겠다. 다만, 보여지는 것만으로는 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는 것만 알겠다.
.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인생을, 인간성을 이해하겠습니까? 그리고 그런 인간성에 대한 이해가 있을때 비로소 법률도, 진정한 가치를 가지는 것입니다....p.355
여하간 그럼에도 픽션으로서 이 작품을 보면, 나중에 의미를 가지는 물증, 증거, 사실을 군데 군데 숨겨두어 나중에 보여주는 등의 추리소설로서의 잔재미가 없는 것는 엔딩의 물증부분과 reasonable doubt은 조금 아쉽다.
그리하여....제 점수는요~ ^^
5점만점으로,
대반전 (독자 기만 점수) : 2
(흠, 반전은 예상하지 않을 수 없지. 한두번 봤나. 그래도 좀 여기저기 숨겨놓지)
속도감 (스피드한 전개) : 5
(거의 단숨에 읽었음. 요즘 지지부진하게 책 읽는거 보면 페이지 터너임. 사실 실제라면 고생하는 변호사 등도 있지만, 좀 더 복잡하고 길었으면 하는 바람을 맨 끝부분에서 하며 아쉽게 책장을 덮음 )
캐릭터 (매력적인 캐릭터) : 4
(변호사와 아내의 설정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관계이고, 다들 머리 속에서 그려지긴 하지만, 작품이 법정안에 국한되기도 하거니와 더 이상 캐릭터를 보여주기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음. 다만, 피의자에 대한 시선이 점점 화자 기자처럼 달라지게 되는 점에 점수를 확보)
선정성 (사건의 잔인함) : 1
(0점 주려다 문득, 너무 잔인한걸 많이 봐서 무덤덤해졌구나..하고 슬퍼짐. 정작 실생활에선 자기발톱의 피에 바들바들 떨면서)
논리정연 (논리적인 해결) : 5
(시종일관, 검사와 변호사가 논리적으로...페리 메이슨같이 조작 안함ㅎㅎ)
고전의 반열 (역사적 의의와 수상경력) : 4
(이 작품 1961년도에 씌여진것임, 와우~)
p.s : 10p.298에서 일본3대탐정중 하나 가미즈 교스케가 [문신살인사건]에 나왔다고 해서 동서추리문고 (그로테스크란 말이 부족하지 않은 ㅡ.ㅡ)찾아보니, 거기엔 없었다. 아, 왜그럴까 하고 뜯어보니, 아 놔, 뭐니~? 가미즈키 요오스케라고 표기가 되서 그런거. 황당.
2) 맨 뒤 '페리'라는 말, 난 가드너의 추리소설 주인공 변호사 페리 메이슨인 줄 알았는데....(가까운 시일내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으로 페리 메이슨 영화가 나온다네~)
3) [명탐정 코난]의 등장인물들은, 기존 추리소설에서 가져온 것들이 많은데, 귀여운 신형사 (한국이름: 신형선)의 일본이름 다카키 와타루 (高木渉)는 바로 다카기 아키미쓰 (高木彬光)에서 온 게 아닐까 했는데 사실은, 담당 성우 이름이 다카키 와타루라네~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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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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