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istorical

Kel
- 작성일
- 2014.12.20
사형집행인의 딸
- 글쓴이
- 올리퍼 푀치 저
문예출판사
간만에 만난 page-turner였다. 어제밤 새벽까지 이거 읽느라..다 읽고 새벽임에도 2권을 잡고서...오늘 아침 힘들었다. ㅎㅎ
아마존에서 [The Hangman's Daughter]란 제목의 책을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자주 봤는데, 이 책인지 몰랐다. 독일작가인지라. 그닥 독일,프랑스 추리물하고는 잘맞지않는듯 하였으나, 역시 아마존의 인기에 오를만큼 무난하다.
잘 짜진 이야기구조와 매력적인 인물 - '사형집행인의 딸'이 시리즈 내내 원제에 들어가지만, 아무리봐도 사형집행인이 가장 멋지던데, 음 어째 잭 리처가 생각이 남. 거구, 뛰어난 머리, 이성적인 판단과 관찰력, 순발력, 다정한 마음 등등. 막달레나와 지몬은 어째 [레 미제라블]의 코제트랑 마리우스를 연상시키며 (그 책을 읽을떄의 주의사항 중 하나가 이 둘때문에 열받지말라..였는데) 이 시리즈의 주의사항 하나도 이 둘의 철딱서니없음에 열받지말라..가 되야할 듯 싶다 - 많은 인물들이 나옴에도 깔끔하게 머리속에 정리가 되고, 시간적인 제한에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끝까지 사건의 원인이 뭔지 감질거리게 나오며 사람을 빨아들인다.
17세기의 독일. 숀가우는 이웃의 아우크스부르크보다는 작지만 물류의 이동과 보관에서 알찬 수익을 올리는 작은 도시. 선거후 공작의 지배하 그를 대신하여 밤낮으로 펜과 잉크, 종이를 끼고살며 행정적인 처리를 하는 법원서기 요한 레흐너가 실질적인 리더이다. 각 제조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가문의 인물들이 시의원을 차지하고, 평민의원과 함께 시의회를 구성, 시의 중요한 사항 등을 결정해간다. 하지만, 선거란 말뿐 번갈아 시장을 하고 있는, 이들 부유한 상인 시의원들이 가장 큰 목소리로 의사결정을 내린다.



야콥퀴슬, 사형집행인의 아들. 그는 아버지를 이으려했지만 그 고통을 견디지못해 군인으로 떠돌다 다시 돌아와 사형집행인이 되었다. 사형집행인은 기독교식으로 결혼을 하지도 못하고 그의 아이들은 세례받지못하고, 사형집행인 가문끼리 결혼을 하게 되어있다. 이들은 일종의 불촉천민. 대학에서 정식교육을 받은 의사들은 큰도시에 있고, 이러한 작은 도시엔 피를 뽑아 열을 내리고 염증이 생기면 팔다리를 자르는 돌팔이의사와 이발사만 있는 이 도시엔, 야곱은 대학입학만 하지 못했을뿐 유럽전역에서의 뛰어난 의학서를 손에 넣어 읽고 약초를 사용하는 등 돈없는 이들에게선 의사 이상의 존재이다. 하지만, 그때일뿐. 술집에서도 길에서도 그는 도움을 주고도 언제나 홀로, 사람들의 시선이 외면하는 존재이다. 그에겐 도시에서 가장 외진, 가장 냄새가 나는 가죽을 처리하는 무두장이집보다 더 외진곳에 살지만, 착한 아내, 예쁜 딸 막달레나, 쌍둥이가 있다.
전쟁이나 병 등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시의 후원금이 지급되는 양부모의 집에서 살지만 외면당하고 사랑받지못하는 존재들, 5명의 아이들은 다정한 과부 산파 마르타 슈테홀린의 집에 모여놀곤 했다.
사건은, 이 아이들중 하나가 잔인하게 살해당한채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아이의 등에서 발견된, 이교도의 상징. 사람들은 마녀가 범인이라며 마르타의 집을 습격, 하지만 야콥이 이들을 막고 적법한 사법절차를 따르게 하기 위해 그녀를 감옥으로 보호한다. 하지만, 재판을 위해 공작의 비서인 백작을 데려오면 그와 호위군인들의 침식비용이 엄청나게 들기 떄문에, 겨우 일주일, 그가 도착해서 바로 재판과 판결을 내릴 수 있게 야콥에게 고문명령이 떨어진다. 진짜 범인은 따로 있다는 것을 속으로는 다들 알고있지만, 공포와 광기가 확산되기전에 빨리 희생양을 찾기 위해 가장 만만한 산파를 고문, 허위자백이라도 받아내르는셈.
물류이동의 요지인 이 숀가우에, 나병환자수용소가 건설되고 있고 이 부지는 그나마 시의원중 이성적인 야콥 슈레포글의, 아버지가 죽기전 아들과 싸우고 교회에게 넘긴 곳. 이곳마저 누군가의 사보타지에 의해 망가지고..점점 사람들은 비이성적으로 변해간다.
돌팔이 의사 보니파츠 프로비져의 아들, 지몬 프로빈져는 의대를 중퇴하였지만, 의학에 열정을 가진 인물 (2탄에 보니 5피트의 키에도 프랑스패션을 사랑하는 차도남이군 ^^) 남들이 외면하는 사형집행인 야곱 퀴슬의 의학적 지식과 인격을 존경하고, 게다가 그의 예쁜 딸 막달레나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녀와 어울리는데 따르는건 아버지의 반대의 따귀와 사람들의 비웃음, 그리고 그나마 조금있는 명성이 무너지는 것.
이 둘은, 간간히 막달레나의 도움인지 민폐인지 어리광인지 끼어듦을 받으며, 고아중 살아남은 소녀 두명과, 뼈로된 손을 가진 악마처럼 보이는 인물들을 추적하며, 일주일의 기간동안 산파에게 가장 덜 치명적인 고문과 확실한 증거를 찾기위해 고군분투한다.
야콥은, 작가후기에서 처럼 퀴슬의 피가 나타내는 뚜렷한 특징, 건장한 체격, 예리함, 예술성, 욱함..등등을 가지고 있지만, 지켜보기에 매우 믿음직스럽다. 신체적으로도 강인하고 날렵하여 적의 공격을 잘막아내며, 정신적으로 매우 이성적이고 설득력과 위협을 적절히 배합하는 말솜씨, 의학적, 과학적 지식, 논리력을 갖추고 있는, 멋진 탐정격이다.
그나저나, 17세기 분열된 독일, 커피와 담배, 중상주의, 전쟁들의 유럽사, 30년전쟁, 마녀재판과 그 당시의 의학이나 사회적 배경 (지난번 몽크가 독일가서 화장실이 없어 다 요강을 아침에 거리에 버렸다는 소리에 아주 질겁을 하던데, 여기선 아주 적나라하다. 야곱이 지나가다 밖으로 요강을 버리는걸 피했어도 신발이 젖었다는 부분에서 나도 '으악'했다. 이러니 병들이 나지...)이 책이 매우 흥미롭다.
제목이 왜!! 사형집행인의 딸인지는 시리즈를 쭉 읽어가며 파악할 일이지만, 괜찮은 시리즈 발견! ^^
참, 그리고 맨뒤 작가의 후기를 읽는데, 왠지 매우 괜찮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요 네스뵈도 자신 선조의 나찌가담을 고백했고, 이 작가는 어째 숨기고싶을지모를 선조의 사형집행인..을 부끄러움 없이 받아들이는 것을 보니 참으로 멋지다. 역시 부끄럽건 아니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반성할건 반성하는 모습이야 말로, 숨기고 고치고 거부하는 것보다 천배만배는 멋지고 존경스러운 일이다. 가끔 개념발언을 하는 일본작가들 - 나쓰메 소세키, 무라카미 하루키, 시마다 소지, 아와이 슌지 (사사키 조는 아직 조금 부족하고 미야베 미유키는 더 멀었고...) - 을 보면, 하나같이 문학적으로도 뛰어난 것을 보니 글쎄 글로만 뛰어나고 실상은 그에 미치지못하는 글보다 더 진실되단 느낌이 든다. 그리고, 실상 사회정의는 이러저러한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가운데, 가장 상식적이고도 이성적인 근거를 발판으로 이루어진다. 최근의 슈퍼갑 논란에서 어디서는 가해자 피해자를 바꿔놓고 사회분란만 일으킨 존재라고 '마녀사냥'이란 말을 쓰던데. 마녀사냥은 일종의 희생양을 찾기위한 인간의 집단광기를 가르키는 것일뿐, 사회와 역사는 언제나 조용히 아무일 없이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러저러한 혼란과 분열을 겪으면서 바로 길을 잡아가는 것이며 그 와중에서도 언제나 다양함이 존재한다.
그나저나, 오늘밤도 2탄과 3탄을 읽기위해 잠을 잘 수 없을것 같다만 매우 행복하다 ^^
p.s: 1) 역사미스테리의 재미는 살아보지못한 시대를 알아가는 것인데, 흠 요즘 역사영화를 개봉하며 어디선가 역사선생이 나타나 흥미로운 해설을 해주더만, 해설에서 이시대 배경이야기를 넣어주었다면 훨씬 더 좋았을 것을...하여 조금 아쉽다.
중간에 스웨덴군대 이야기가 나와서...: http://ko.wikipedia.org/wiki/30%EB%85%84_%EC%A0%84%EC%9F%81
2) 마녀에 관한 영화 : http://today.movie.naver.com/today/today.nhn?sectionCode=EXPIRED§ionId=1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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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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