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iction

Kel
- 작성일
- 2015.12.24
시드니!
- 글쓴이
- 무라카미 하루키 저
비채
맨처음 책을 받아들고 뒤커버의 소개글을 읽었을때의 첫인상은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얼마나 좋아하고 아니고를 떠나 한마디로 "부럽다"는 생각이었다. '와우, 올림픽을 보러가서 쓴 글도 책이 되는구나' 하지만, 역시나 그 정도 되는 글솜씨니까 되는 일이었다. 가끔은 그 자리에서 그의 눈으로 보고 심장박동을 느끼면서 읽는 듯한 장면도 있었고, 가끔은 낄낄대면서 "역시 무라카미여~" (잠든 덕선이, 아니 수연이를 보고 성동일 아빠가 웃으며 말하는 톤으로... ^^) 라고 말하곤 했다. 굳이 박물관에 가서 오스트레일리아의 뱀에 대한 DVD를 보지않나, 펩시에 대한, 올림픽후원사 코카콜라의 행태가 얄미워서 경기장입구에서 물건 검사할떄 자기노트북이 '펩시'라고 주장하지 않나, 올림픽의 지루함에 대한 구구절절한 토로 ㅎㅎㅎ와 '왈칭 마틸다 (Waltzing Matilda)'의 가사에 납득하지않는 모습 등등.
그가 지켜보았던 2000년 9월 이전해 6월에 나도 시드니에 있었다. 그땐 한창 올림픽 준비중이었을텐데, 역시 아는것만 보인다고 난 완전히 생각치도 못하고 그의 글 속의 일본인 관광객처럼 과연 코알라를 만질 수 있을 것인가, 캥거루 고기는 어떤 맛인가, 공연하는 애보리진 아저씨의 차가 실제로는 BMW인가 벤츠인가 등등에만 신경이 온통 쏠려있었다. 게다가 그떄 한창 모으던 심슨가족이 호주에서는 다른 버젼으로 나와 팔린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었고..그리고 아직은 올림픽전이라 자원봉사자들도 없었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읽은 신문기사대로라면 아직 관광객에 대한 미소준비로 도와줄 준비도 하지 않은 채였다 ^.~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 버전의 호주 이야기와 코스모폴리탄으로서 또 짜여지고 상업적인 것들을 싫어하는 자유인으로서 작가가 관찰한 스포츠 관람기는 관광이야기 이상으로 훌륭했다. 최근년들어서 육상경기를 엄청나게 좋아하게 되었고, 달리기 하나를 위해서 다리 뿐만 아니라 상체근육, 아니 머리와 멘탈까지 엄청나야 한다는 것 이상을 작가는 생생하게 알려준다. "아, 코너를 돌았습니다. 네 물을 마시는군요" 등등에만 머무는, 우리나라 방송국 마라톤 캐스터와 해설자를 차라리 무라카미 하루키와 동시통역사로 바꾸는게 어떨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는 테니스 경기 캐스터와 해설자도 좀 바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모두 - 거의 모두 라는 뜻이지만 - 자신의 약점을 안고 살아간다. 우리는 그 약점을 지울 수도 없앨 수도 없다. 그 약점은 우리를 구성하는 일부로 기능하기 떄문이다. 물론, 어딘가 남의 눈에 띄지않는 곳에 슬쩍 감춰둘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 보아 그런것은 아무 도움도 되지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옳은 행동은 약넘이 우리 안에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정면으로 받아들여 약점을 자신의 내부로 잘 끌어들이는 것뿐이다. 약점에 발목 잡히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나는 당연히 승리를 사랑한다. 승리를 평가한다. 승리는 두말할 필요없이 기분 좋은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깊이 있는 것을 사랑하고 평가한다. 사람은 떄로는 이기고 떄로는 진다. 그러나 그위에도 사람은 계속 살아가야 한다...p.394
기사들을 엮어 책을 내야 하기 때문에, 아니 맨앞과 맨뒤에 언급되는 두 선수들을 보자면 이 책이 올림픽 감상기보다는 스포츠,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에 저 윗글이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상업주의의 올림픽 안에서 인간적인 숨결로 숨쉬는, 엄청난 투쟁과 의지를 보이는 운동선수들의 경기를 보기만 한다면, 저 직접적인 교훈적 글은 읽지않아도 듣지않아도 십분 마음으로 이해가 된다. 그게 아마도 지난 계절 밤늦게까지 아무 상관도 없는 육상경기를 들여다보며 감탄했던 내 심정이기도 하다.
참, 이우일의 일러스트레이션은 너무 멋졌다. 그냥봐도 무라카미 하루키임을 알 수 있는, 또 그리고 "맛보기하지 말라'는 그림 등에서 빵 터졌다.
그리고, 내가 본 코알라는 매우 까칠했고 만져보려는 시도를 해서 스트레스를 줘서 미안했고, 또 캥거루고기는 좀 이상했다. 세상에 먹을 것도 많은데 굳이 고기종류를 늘리고 싶지않았다. 내가 여행가기전 학회차 시드니에 갔던 친오빠 뿐만 아니라 나도 다소 백인우월주의자를 만나 시드니에 대한 기억이 그닥 좋지않았다. 지금 지인이 가있는데 이제는 그런 무례함은 줄어들었는듯.
p.s: 1) 여자 400 미터 금메달리스트 캐시 프리먼의 영상을 찾았다. 엄청난 압박을 견녀낸, 우승하고도 무표정했던 그녀의 모습이 환희로 바뀌는 모습은 멋지다. 그리고 솔직히, 이 영상을 안보고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도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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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뜬금없지만, 제목이 그냥 시드니!라 다행이다, '핼로우 시드니'가 아니라...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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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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