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uspense/Thriller

Kel
- 작성일
- 2015.12.31
그로테스크
- 글쓴이
- 기리노 나쓰오 저
문학사상
어젯밤 이 책을 다 읽고난 뒤에 정말 피곤했지만 그냥 자고 싶지않았다. 빨리 리뷰를 써서 머리 속의 생각과 감정을 다 쏟아내고 치워버린 다음에 자고 싶었다. 아니면 악몽을 꿀 거 같았다. 하지만, 너무나도 피곤했기에... 기억은 안나지만 꿈자리는 사나웠다.
일본에서 해결이 되지않은 미제사건중 하나로 많은 논픽션, 픽션작가들이 다뤘던 동경전력 OL 매춘, 살인사건이다. 살인보다는 엘리트인 그녀가 왜 매춘을 했는가에 사람들은 더 관심을 가졌던 거 같다. 마리 유키코의 [여자친구]에선 지기싫어하던 그녀가 관심을 받기 위한 행태로서 또다른 살인사건과 묶여, 결국 반전을 만들어냈다. 이 작품에선 반전은 없다. 마리 유키코의 작품처럼 심리소설이라고 생각되었지만 계속 읽다보니 이것은 사회파물이었다. 그녀가 왜 이렇게 괴물이 되어버렸는가. 책 뒤엔 한 평론가가 '재미있게 읽었다'라고 해놨던데, 역시나 남성. 난 도저히 이 작품을 재미있게 읽을 수 없었다. 이 작품으로 이즈미 교카상 (정말 어울리지않는가) 을 받고, 또 [아웃]으로 일본을 넘어 에드가상 후보에 까지 오른, 기리노 나츠오가 써내리는 힘찬 전개가 엄청나게 인상적이기는 했지만. 점점 더 괴물이 되어가는 여자들이 스스로의 잘못된 판단이라기보다는, 왜곡된 가족관계, 사회에서 개인을 평가함에 있어서 잔인한 이중성 등등이 자꾸 눈에 밟혀서. 점점 더 망가지는 그녀들은 그럼에도 이를 모른다.
'나'라고만 나오는 화자는 히라타가의 장녀이다. 실상 폴란드계 스위스인 아버지의 성을 받아야하지만, 일본인인 어머니의 자살이후 재혼을 한 아버지를 떠나온, 그녀의 여동생 유리코는 어머니의 성을 따른다. 혼혈아이지만 키가 작고 왜소하고 통통하고 눈이 작고 입이 튀어나온 일본인 어머니를 더 닮은 '나'와 달리, 유리코는 완벽한 인형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뒤돌아보고 찬사를 보내는. 상대적으로 '나'는 그녀와 대비되어 못생겼다며 천대를 받는다. 하지만, 그녀는 만화에 나오는 미녀와 비슷하나 눈안에 흰색의 별모양이 없다며 유리코의 눈을 멍청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두뇌는 뛰어나서 한번 입학을 하면 대학교까지 갈 수 있는 명문학교인 Q여고에 입학을 하기까지 한다. 그녀는 인색한 아버지와 오히려 닮았기에 멀리하는 어머니, 너무나 예뻐 모은 이의 찬사를 받는 여동생과 감정적으로 단절을 하고, 자기보호를 위해 악의를 키운다.
이제 그녀는 대학도 졸업하고 40대에 들어서려는 순간이다. 그렇게 아름답던 여동생 유리코는 님포매니아로서 Q학교에 들어와 매춘을 시작하고 결국 언니의 제보로 학교에서 퇴학당한다. 모델의 길을 들어서나 결국은 몸을 파는 여자가 되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거리에 서게 되었고 결국 중국인 밀입국 노동자에게 살해당한다.
한편, '나'의 동창 가즈에는 엄청난 노력가이다. 마치 [꽃보다 남자]에 나오는 학교처럼 부자이고 유명한 가문 출신의 이너써클이 입시를 통해 들어온 외부의 유입자들을 왕따시키고 괴롭히는, 그런 계급이 존재하는 그로테스크한 학교에서 가즈에는 너무나도 애처롭게 노력을 한다. 그 노력은 그녀를 두드러지게 만들고, 아이들의 우스개가 된다. 그녀는 노력을 하면 모든게 가능하다는 아버지의 세뇌교육에 의해 집안에서도 어머니를 제친 서열의 2인자가 되어, 무조건 노력을 하면 된다는, 게다가 자신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왜곡된 자아상을 가진다. 그래도 엄청난 노력 끝에 Q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대학교떄 죽은 아버지와 같은 회사에 입사를 하여, 집안에 생활비를 대며 또 우수한 경제논문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의 주변은 남성위주의 사회. 여성에게 기대하는 건 부드러운 미소와 미모와 같은 것뿐. 그녀의 기준과는 맞지않는, 게다가 점점 더 마르고 기괴하게 변해가는 외모와 행동으로 인해 그녀는 더욱 고립이 되고 결국 노력을 하면 될 수 있다는 그 기준은, 매춘을 해서 모아가는 통장의 숫자로 바뀐다. 게다가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으로 거리에 나서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않는 회사와 사회에서 벗어나 거리에 선 그녀는 어쩜 자유로웠을지 모른다. 누가 볼까 걱정하는 것도 없이 나는 '이러저러한 회사를 다니는 엘리트예요'를 주장하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슬프다. 자신을 인정해달라는, 자신에게 다정하게 해달라는 그녀의 강한 욕망은, 누군가 제대로 그녀를 보살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달라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엘리트, 사회계급상승을 꿈꾸는 그녀의 가족에게 있어서 그녀에게서 볼 수 있는 것은 망가지는 자아상이 아니라 밖으로 드러나는 성적표와 학력 뿐이었다.
정상적인 삶을 사는 듯한 '나'보다는 오히려 유리코의 수기가 더 진실에 가까운 것, 그리고 평생토록 '닮음'에 집착한 '나'는 외모에 가려져 내면을 보지못하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서양인과 닮은듯한 유리코가 오히려 일본인 어머니를 닮았고, 일본인 어머니를 닮은듯한 '나'는 그토록 비난하는 아버지와 닮아있다. 외모에 집착하여 내면을 보지못한 '나'는 결국 또다른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조카와 함꼐 무너진다. 외모지향적인 사회. 우리나라고 일본이고, 외모, 동안열풍인데 이러한 일그러진 자아상을 강요하는 사회에선 점점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맨끝에 번역가의 해설에서 이 '네명의 전형적인 현대여성'이란 말이 나오는데, 이들은 전형적이라기보다는 이 사회가 만들어내는 그로테스크한 피해자일뿐이다.
추리소설, 범죄소설은 그 내용상 인간의 선의보다는 악의에 집중한다. 이제까지 악의에 관한한 수많은 형태와 방법으로 인간을 상처입히는 것들을 읽어왔다. 가끔 그래서 그러한 면에 예민해지지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제까지 읽었던 그 어떤 작품보다 이 작품엔 악의가 가득차다. 누구를 해치고 하는 그런게 아니라 일상에서 매우 가볍게 던져지는 말들. 작품을 읽으면 등장인물에 몰입하기 쉬운데 이 작품에선 그럴 수가 없었다. 너무나 가볍게 아무렇지않은 투로 던져지는 악의로 인해, 이런 의문까지 들었다. 작가는 이 작품을 쓸 동안 어떤 기분이었을까 하고. 주제를 이끌어가는 작가의 능력은 탁월하며 줄줄 읽히면서 또 인물들이 눈앞에서 그려지는듯 생생하지만, 내용은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작품을 읽으시려는 분은, 마음에 갑옷을 하나 입고 읽으시길.
p.s: 1) 기리노 나쓰오 (桐野夏生)
- 무라노 미로 (村野ミロ)시리즈
1. 1993, 얼굴에 흩날리는 비 (顔に降りかかる雨) 파워풀한 문장, 흡입력있는 전개, 판단을 배제한 시선으로 이기적 인간을 날것으로 해부하다
2. 1994,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天使に見捨てられた夜) 좀 더 부드러워진 미로, 하지만 여전히 서늘한 시선 : 무라노 미로 시리즈 #2
3. 1995, 물의 잠 재의 꿈 (水の眠り灰の夢) (번외편) 드디어 나의 베스트로 등극한, 침튀도록 칭찬하고픈 '고품격' 울컥 하드보일드
4. 2000, 로즈가든 (ローズガーデン) 읽지않았으면 몰랐을, 무라노 미로의 세계
5. 2002 다크 (ダーク)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더러울 수 있는지
- 시리즈외
1997, 아웃 (OUT), 내가 읽은 올해 상반기 최고의 작품, 강추!
1998, 부드러운 볼 (柔らかな頬) 내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로 나왔었음) 그렇게라도 살아간다
2003 그로테스크 (グロテスク)
2004 잔학기 (残虐記)
2004, 아임소리 마마 (I'm sorry, mama) 인간비극
2005, 다마모에 (魂萌え!)
2005, 암보스 문도스 (アンボス・ムンドス)
2007 메타볼라 (メタボラ)
2008, 도쿄섬 (東京島)
2009, 인 (IN)
2) 죽은 여동생과 달리 정상적인 삶을 산듯한 화자'나'를 오래간만에 본 동창은 그녀의 얼굴에서 악의가 가득하다고 말한다. 그말마저 악의적일 수 있으나..일단, 난 나이가 들어가면서 보이는 여자들의 얼굴에서 악의, 심술이 보일떄 정말 추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름이나 화장술 그런게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예쁜듯해도 얼핏 비춰지는 것들이 있다. 실상 이런 감정들은 주름으로 남겨지기도 한다. 보톡스는 근육을 죽이기 때문에 피부탄력이 떨어지고 자연스러운 표정이 나오지못한다. 그리고 오래 맞아봤자 효과도 없다. 필러는 주름을 채우는듯 하지만 결국 인체내에 영구적인 것은 치명적이듯 좋은 필려는 시간이 지나면 몸속에서 배출된다. 보톡스와 필러로도 감정이 나타나는 주름은 감추기 힘들다. 나는 곱게 늙고싶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동안을 유지하고 싶다는 것보다는 내 얼굴에 악의없이 선의가 가득찬 맑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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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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