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l
  1. - Histor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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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포스트, 1663 (1)
글쓴이
이언 피어스 저
서해문집
평균
별점8.4 (11)
Kel

경찰이라면 형사라면 하나의 범죄사건에 대해 여러 목격자, 증인, 관계자, 용의자들의 여러 버젼을 하나의 책으로 써내려 가는 아이디어가 그다지 신선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매일 듣는 것일테고, 여러사람의 여러얘기이던지 한 사람의 반복된 스토리이던지 듣다가 보면 어디선가 어긋나는, 일관성이 결여되는 부분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 터이니까.


 


프란시스 베이컨은 그 웃긴 이름에도 불구하고 형이하학적인 나를 매혹시킨 몇안되는 철학자에 속하지만, 뭐 그의 이론에 맞춰 어렵게 작품을 해석하고 싶지는 않다 . 그저 읽다가 보면 그의 말이 자연스레 이해될 뿐이다 .


 


사람은 자신이 중요하다고 하는 기준에서 다른 이를 판단한다. 그 기준은 자신의 위치를 높이 만드는 잣대일 것이고, 남을 판단하는 동시에 자신의 만족을 추구할 것이다. 그럼과 동시에 어떤 이가 어떤 기준을 강조한다는 것은 그 화자가 그 기준을 내적화해 원칙으로 내미는 경우일 수도 있고, 남에게 자신을 그런 기준으로 봐달라는 요구일 수도 있다.


 


옥스포드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첫번째 화자인 이태리인 마르코 다 콜라는 맨 처음부터 "나는 실제로 있었던 일만 말하겠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라고 사실을 강조한다. 사실을 얘기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100%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의도치 않던 의도하던 간에 사실들을 연결하는 일부 중요한 사실을 누락시킴 또한 100% 진실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사실을 말한다고 하더라고 어차피 보는 사람의 관점에서 주관화 될 여지가 다분 많으므로 객관화된 사실만을 가리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유머스럽게 표현되었지만 영국인의 성격과 문화에 대한 지중해인의 편견은 그가 본 연극에서 극대화된다 (내용상으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 여러분도 추정해보시라 - 으로 추정했는데 - 나중에 맞는 것을 알았을때, 책줄거리와 상관도 없는 작은 것을이지만 짜릿한 재미였다 - 그는 오로지 이태리인으로서의 관점만으로 세계인의 클래식이 된 그 작품을 쓰레기로 취급한다 (뭐, 만인의 클래식이라도 어떤 이에게는 별거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두번째 바톤을 넘겨받은 잭 프레스콧 역시 이런 면에서 마르코 다 콜라를 비판하지만, 그 또한 지극힌 인간적인 이러한 경우를 벗어날 수 없다. 역시 그 또한 자신이 중시여기는 이야기와 관점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뿐이다.


 


이제 2권으로 넘어가다 보면 얘기가 조금 시들해질 수 있다. 같은 얘기를 하더라도 화자의 말솜씨에 따라 까르르 웃는 농담도 있지만, 같은 얘기 몇백페이지씩 읽어봐라, 그 긴장도를 유지할 수 있을런지.


 


여기서 이안 피어스 (그리고 보니 이름 참 멋있지 않은가....어흠)는 윌키 콜린스보다는 조금 머리를 썼다. 같은 사건 얘기를 하더라도 얘기의 비중을 조금씩 다르게 두고 있다. 하기사 어떤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얘기를 풀어낸다 하더라도 그 사건에 대한 개개인의 비중이 다 일괄적으로 같겠는가 말이다.


 


조금씩 상대방의 정체에 대한 얘기가 엇갈리면서, 작은 사건들 또한 해석이 달라지면서 마음은 자꾸 다시 1권으로 넘어간다. 그러니까 콜라는 뭐라고 적었드라? 하면서... ([식스센스] 보냐?) 하지만, 여기서 부터 사건은 조금씩 조금씩 그 뚜렷한 윤곽을 찾아가고, 읽는 나는 편견에 사로잡한 한 인간의 외곩수? 자기 만족적 (결국은 자신을 괴롭히는) 해석을 보면서 혀를 차게 된다.


 


코끼리의 몸을 더듬고 있는 앞못보는 이에 관한 우화와 같이 난 책장이 계속 넘어가면서도 난 이 각각의 인물들에 대한 진실을 100% 파악할 수 없었다. 어쩌면 다시 읽으면서 형광펜으로 여기는 사실, 여기는 감상, 여기는 허구, 이런 식으로 색색깔로 칠을 할 수 밖에 없을 지도 몰랐다.


 


맨마지막 화자의 얘기가 - 물론 여기서 미스테리가 모두 풀리긴 해도 - 또하나의 버전이라고 생각되지만 (그래서 다소 종교적인 엔딩이 마음엔 안든다), 진실과 따뜻한 마음이 얼마나 강력하게 마음을 움직이는 알 수 있었다. 눈물이 나올듯 하면서 짜안한 느낌이었다.


 


2권 후반부에 이를때까지 열심히 읽어갔던 보람이 200% 보상받는 기분이다. 벌써 8월이긴 해도, 올해 별5개를 준 작품들을 쭉 훑고 난 뒤 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나에게 있어 이 작품은 올해 상반기 최고의 작품이라고. 아, 올해 뿐만 아니라 이 미묘하면서도 달콤하면서도 질리지 않은듯 매혹적인 맛은 그다지 흔하게 맛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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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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