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stery + (정리중)

Kel
- 작성일
- 2008.2.18
사명과 영혼의 경계
- 글쓴이
- 히가시노 게이고 저
대교북스캔
[하얀거탑]을 보고서 그래도 (스스로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가끔 신인냥 착각을 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정말로 열심히 인생을 살았다는 점에 보다 몰입을 한다면, 이 소설에선 그 직업의 이상성에 감동의 눈물을 흘릴지 모른다. 게다가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을 읽고, 재미있었다는 것 이외로 뭔가 인간이라는 것에 회의스럽고 뭔가 허무했다면, 그 기분을 채우고도 넘칠 정도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종합병원의 의료사고가 중심적인 갈등으로 점점 집중이 되는 이 작품에선, 누가 무엇을 저지를지는 다 알려져있다. 하지만,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지, 정말로 진실은 무엇이었는지가 범죄보다 더 중요하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태연할 수 없는 수련의 유키와 수술실에 사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조지.
...아무 생각없이 살면 못쓴다. 열심히 공부하고 남을 배려하면서 살다보면 저절로 모든 걸 알게되지. 인간은 그 사람이 아니고는 해낼 수 없는 사명이라는 것을 갖고 태어나는 법이란다. 누구나 그런 걸 갖고 태어나는 거야...기왕이면 멋지게 살아야지...p.35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회복률이 높은 수술후 사망하는 비극을 마주할지라도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의료사고란 뭘까?..의료행의로부터 유해한 결과가 생겨을 경우 그 모든 것을 의료실수라고 정의하고 있다....일반적으로 고의로 일으키는 경우는 일단 있을 수가 없다....사고의 원인에 대한 견해가 환자 측과 병원 측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사고가 일어났을 때 의사를 포함한 병언사람들은 그 원인을 질병의 특성이나 환자의 체질 등 피할 수 없는 외적 인자에서 찾으려고 한다. 그에 비해 환자측은 의사나 간호사의 역량부족, 부주의 등 개인적 요인을 문제 삼으려 한다........p.219
우리나라에선 의료사고의 경우, 의료행의 자체가 선의에서 이뤄진 것이므로 여기서 중대한 결함의 유무를 의사가 아닌 환자측에서 증명하도록 하고 있으며, 전문적인 지식의 장벽이나 물리적 자료에 대한 접근 어려움 등으로 인해 이에 대한 불합리성이 지적당하고 있다. 이 부분을 읽다가 보면, 어쩜 어쩌다 가끔 인터넷 등에서나 TV뉴스로 접하는 의료사고에서 일차적 피해자임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겐 일종의 이상성의 강조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일부 경멸스러운 인간이나 역사적 참혹한 인간성의 예 등에도 불구하고, 보다 감동적인 엔딩에 마음이 쏠린다. 이런 부분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역량이자 작가개인적인 긍정적 관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회문제적인 씁쓰레한 부분보다는 (이점이 보다 부각되는 점에선 [인간의 증명]이 대표적이다. 진정, 그 작품을 읽고서 착잡한 마음을 가지지않을 독자는 없을 듯), 책제목이 말해주듯 보다 이상적인 감동에 젖어 이 책을 기억하게 된다. 그게 이책이 추리물이었는지, 이게 본격물인지 사회물인지, 누가 범인이고 어떤 사건인지, 왜 일으켰는지, 의료사고가 어쨌는지 궁금했던 점을 모두 잊어버리게 만들어버린다.
죽은 무엇보다는 산 무엇이 낫다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히무로 겐스케 (픽션의 인물인 그의 말이 맨 앞에 인용된 것처럼)가 가장 부럽다, 난.
p.s: 같은 소설적인, 이상적인 엔딩에도 불구하고 장르에 따라 나의 평가가 달랐던 것은, 어쩜 인생을 대하는 주인공의 태도에 대한 동감 내지는 이질감에 따랐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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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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