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nfiction

Kel
- 작성일
- 2017.4.6
꿈은 토리노를 달리고
- 글쓴이
- 히가시노 게이고 저
비채
히가시노 게이고의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 관전기이며 소설 (ㅎㅎㅎ) 이다. 일전에 나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2000년 시드니 하계 올림픽 관전기 및 여행기 ([2015 결산]지루함을 통한 감명 - 무라카미 하루키의 2000 시드니 올림픽 관전기)와 함께 읽으면 꽤 멋진 맛이 날 것 같은 느낌이다.

두 작가 모두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인데다가, 말솜씨나 발상 등이 상상을 벗어나기 때문에 꽤 멋진 대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각각 육상과 동계스포츠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여, 스스로 부상을 무릅쓰고도 즐기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내가 느낀건, 무라카미 하루키는 역시나 코스모폴리탄. 그가 일본인이라고 느끼기 힘든, 매우 정치적으로도 올바른 그런 글이고, 인생을 골고루 즐기는 느낌이라면, 히가시노 게이고는 은근 게으른 (ㅎㅎ) 느낌을 전해주면서도 (결국 책 두권 안읽었을 거야) 매우 강렬하게 (정말로 전문적인 수준으로 대단하다!!!) 관심사에 집중하고 (그러기에 성공했겠지) 가끔 스스로 맨끝에 지적하듯, 아시아에서 일본을 제외하곤 시선을 두지않는 (중국은 그렇다쳐도, 한국에 대한 반응은 조금 그랬어~), 그럼에도 미국 등에 대해 꽤 감정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는 터라 조금은 껄끄럽게 읽혀지는 부분도 있었다. 또한, 초점이 전자는 상대와 작가에게 골고루 뿌려져있지만, 후자는 전체적으로 작가가 전달해주는 시선 (그것도 일본선수에게만 집중된 관심). 아쉽게도 그래서 스포츠선수들의 열정이 좀 덜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여하간, 역시나 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20주년 기념 가이드북 [東野圭吾公式ガイド (
히가시노 게이고 월드의 공식 가이드북) 에는 맨뒤에 작가가 직접 그린 고양이 그림이 있어서, 문득 위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처럼 이우일작가의 일러스트레이션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고양이 그림, 잘 그리지않나? ㅎㅎ
근데 이건 문고판이라 오른쪽 페이지인데, 인터넷에서 본건 왼쪽 페이지. 신서판인가?)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에겐 유메키치란 고양이가 있었다.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고양이와 달리 이름도 있고, 엔딩도 다르다..... (흙) 여하간, 이 유메키치는 어찌저찌하다 인간이 되었고 (그것도 잘생긴 이케맨), 이참에 히가시노 게이고는 역앞 라멘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시키려하지 않나 가뜩이나 동계스포츠에 관심이 적은 안타까움으로 그를 선수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하며 몰아친다. 결국 나오키상을 탄 다음날, 숙취에 벗어나지 못한 작가와 편집자를 따라 유메키치는 토리노 동계 올림픽을 관전하게 된다.
..."전에 얘기했지만 이 녀석은 원래 고양이야. 그래서 여권같은거 없는데 괜찮을까?" 아저씨는 무책임한 말을 했지만 구로코 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양이에게 여권이 필요하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현실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소설이니까 괜찮겠죠...뭐 이렇게 대충인 사람들이 있을까. 평소에도 늘 이런 식으로 "소설이니까 괜찮을 겁니다"라고 말하는게 틀림없다...p.80
히가시노 게이고는 전문가적 수준인지라 스포츠종목별로 다 구분이 가겠지만,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이우일작가의 일러트스레이션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고, 또 유메키치의 재치있는 끼어듬은 정말 나쓰메 소세키의 '고양이'가 생각나게 글에 양념을 친다.
다양한 동계 스포츠의 매력이 전달되지만, 유명배우가 드라마를 하면 좀 더 인기가 많아지지않을까 고민하는 모습들에서 안타까움을 느끼는데, 작가 또한 스키장 시리즈 ([백은의 잭], [질풍론도]) 그리고 이 책에서 언급되는 [조인계획]등을 통해 사명감을 느껴서 내놓았을지도 (물론, 이야기를 멈추지 못하는 충부한 이야기 소재를 안은 스토리텔러로서 자기가 좋아하는 관심사를 다루지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여하간, 조금은 성공한게 평창에서 올림픽이 안열리더라도 조금 더 동계스포츠에 (물론, 김연사 선수와 뒤를 잇는 선수들의 분발 소식, 그리고 최근에 본 [독수리 에디]가 엄청 좋기도 해서였고) 관심을 더 두게 되었으니까. 다만, 우리나라 선수만 볼게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선수들을 응원하고 싶다.
...실제 올림픽 현장에 가서 직접 느껴보니 일본은 기묘한 나라라는거야. 한국이나 중국처럼 아시아임을 자각하고 특화하는게 아니라 유럽인이나 미국인과 같은 행동을 하려고 해....그런 일본 선수에게 감동했어. 쿠베르탱의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다'는 말의 의미를 태어나서 처음 알았어...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 조금 더 빛을 비춘다면 동계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변할거라고 생각해...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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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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