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에서

생명은 소중해
- 공개여부
- 작성일
- 2023.10.3
오랜만에 산에 갔다. 아름답고 파란 하늘이 드러난 가을 날에. 도봉산.
사람이 많았다. 추석과 개천절까지 이어진 긴 연휴. 하긴, 한국 사람들은 많이 놀아봐야 한다. 10월의 첫째날, 도봉산 근처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도봉산역을 나와 등산 초입까지 수많은 상가들과 등산용품 등을 파는 가게들. 김밥 두 줄을 사고(김치까지 주셨다) 10시쯤 시작.
햇살이 제법 세지만, 여름보다는 너그럽다. 나무들이 만들어준 그늘이 많아 땀이 거의 나지 않았다. 그리고 올라갈수록 멋진 바위들이 많아 보는 재미가 있다. 게다가, 파란 하늘과 또렷한 풍경, 시력이 좋아진 듯 하다. 저 멀리 잠실 롯데타워가 잘 보인다.
은석암은 그냥 지나칠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 하지만, 그 고즈넉하고 쓸쓸한 매력. 안쪽에서 타오르고 있는 촛불들은 은근히 강렬했다. 그리고 시원한 약수물. 병풍처럼 둘려싸고 있는 수많은 불상들. 한동안 쉬며 마음을 정비하기 좋은 곳이다.
우리는 신선대가 잘 보이는 바위에서 김밥을 먹었다. 그리고 신선대를 갈까 말까 고민했다. 그러다 어떤 산행 고수 분에게 물어봤고, 신선대 바로 아래에 만월암으로 가는 길이 있다는 걸 알았다. 신선대를 몇 미터 남겨두고 우리는 만월암으로 내려갔다(참고로, 도봉산에는 발음이 비슷한 망월사가 있다). 계단이 엄청 많았다. 무릎이 안좋은 분은 하산할 때 스틱은 필수다.
만월암 근처에서 올라오는 어떤 분이 스님이 끓인 차를 마셔보라고 말하신다. 그분은 못먹어봤다고. 역시나 스님이 차를 권했다. 그리고 어떤 불자님이 과일도 권하셨다. 차는 진했고 배도 맛있었다.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건네는 것, 그건 차와 과일만 건네는 건 아니었다. 그 마음도 같이 전해진다. 이 가을 날 따뜻하고 포근하다.
만월암 근처에 유난히 빨간 열매를 가진 나무들이 많았다. 바로, 참회나무였다. 이 맘 때 쯤 열리는데 강렬하고 예쁘다.
나는 참회를 하였는가? 후회는 뒤에 돌아보는 것. 후회하기 전에 난 참회를 하련다. 산에 가고, 운동을 하고, 여행을 가는 게 별 것 아닌 것 같으나, 결국 나와 내 주위를 둘러보는 기회인 것이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스님이 건넨 진한 차 같은 그런 인생을 살고 있는가?
내려오니 여기저기 사람들이 왁자지껄하다. 각자 먹고 둘러보고. 두부김치와 막걸리를 마시는데, 어떤 스님께서 뭘 팔러오셨다. 난, 그저 합장을 하며 인사를 했고, 스님은 그냥 선물을 주고 가셨다. 이런 걸 생각하면, 난 받은 게 많은 복 많은 사람이다. 많이 받았으니 많이 베풀어야 하겠지. 이제는 안다. 선물을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크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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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부터 토스에서 '생일주간'이라고 하여 매일 약간의 포인트를 주고 있다. 살짝 감동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현재 이 세상에서 내 생일을 기억해주고 챙겨주는 유일한 사람, 나를 낳아준 분은 여전히 벅찬 감동이다. 오늘 그 분이 만들어 준 미역국과 잡채를 맛있게 먹고 왔다. 그냥 어떤 말도 필요없다. 말로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받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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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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