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안에서 건진

생명은 소중해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1.11.16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한다. 진짜 공짜가 없을까?
어느 누구는 공기도 공짜, 하늘도 공짜, 물도 공짜, 산도 공짜, 지구도 공짜~~ 널린 게 공짜란다.
자연은 돈 받지 않는다. 그냥 준다. 엄밀히 말하면 주는 것도 아니지.
가져가고 싶으면 가져가고 아님 말고..
내 생각에 아주 옛날에는 몽땅 공짜였다. 때와 장소만 알면 사는데 문제없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이 나고 언제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봄에 나물 캐먹고 씨앗뿌리고, 가을에 거두어들이고, 산에 가서 열매도 따먹고, 겨울오기 전에 김장하고 추위 대비하면 나머지는 뭐 욕심만 좀 줄이면 그냥저냥 행복한 삶들.
에덴동산에서 살던 아담과 이브의 삶이 아마 그랬을 것 같다.
사람들은 그렇게 살다가 왠지 재미가 없음을 느꼈을 것 같다.
맨날 똑같이 해는 뜨고 달도 뜨고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여름이면 산은 녹색으로 덥히고, 긴장도 덜되고.
모두 비슷하게 행복하니 행복한 줄도 모르겠고.
뭔가 재밌는 게 없을까? 사람이란 새로운 긴장과 위험을 찾기 마련이다.
그래서 내기도 하고 게임도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남보다 더 많이 가지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생겼을 것이다.
먹고 살만큼만 가지면 모두가 행복할텐데.
남보다 더 많이 가지고 싶은 거다. 그 욕심은 끝이 없다.
그래서 현재 세상의 절반이 굶주리는 상황이 생긴 것 같다.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임.
'공짜'의 반대말은 '공짜가 아닌 것'이다. 그런 게 뭘까?
무료가 아니라 유료인 것. 마트에 있는 것들은 거의 모두 공짜가 아니다.
'돈'이라는 것이 생겨난 이후로 사람들은 '돈'을 모으려고 한다.
마치 부르마블 게임하는 것처럼. 누가누가 돈을 많이 모을까? 게임하는 것 같다.
'돈'은 일종의 파생상품이다. 돈은 물건으로부터 나온 파생상품이다.
돈은 물건의 거래를 편리하게 하기 위해 생긴 것이다.
돈이 생긴 이후로 더 빨리, 더 편하게 재화를 모을 수 있게 됐다.
그만큼 더 빨리 빈부의 격차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2008년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대출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닥쳤다.
그리고 지금도 전세계는 불안불안하다. 이 금융위기의 중심에 '파생상품'이 있다.
위험을 줄이려고 만든 스왑상품들.
스왑(swap)이란 '바꾼다'는 의미이다. 즉, 위험을 다른 것과 바꾼다는 뜻이다.
서프-프라임 대출채권들을 증권화한 파생상품들은 위험을 널리 퍼뜨렸다.
파생상품 때문에 위험은 더 빨리, 더 편하게 퍼질 수 있었다.
그런데 위험이 분산되고 퍼지면서 더 안전해졌을까?
서브-프라임 대출의 위험이 적절한 조치를 취한 파생상품들로 변화면서 조금씩 위험이 완화(헤지)되어 결국 안전해진다고 착각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금융혁명이라고 자랑스럽게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다.
과연 그 위험은 그들의 생각대로 작아지고 안전해졌을까?
아닐 것이다. 공멸이다.
돈도 파생상품, 대출채권도 파생상품이다.
이 파생상품들 때문에 물건의 가치와 위험이 더 빨리, 더 편하게 전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더 빨리 재화를 모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더 빨리 모두 망할 수도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한다.
우리는 더 빨라졌고 더 편해졌다. 하지만 그만큼 더 위험하고 불안해졌다.
옛날보다 지금의 삶이 더 나았을까? 그렇다고 단정할 수 없다.
예전에는 더 느렸었고 더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위험하고 불안하지 않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말은 인간들이 만든 세상에 딱 맞는 말이다.
'공짜'는 자연이고 지구다. 그런 의미에서 '공짜'의 반대말은 '인간'일 것이다.
'세상에 자연은 없다'
'세상에 지구는 없다'
'세상에 인간은 없다'
모두 끔찍한 문장들이다. 우리는 더 빠르고 편리해졌지만 우리가 어떤 위험과 불안 속으로 가는지 잊고 있는 것 같다. 파생상품들, 즉 돈과 증권, 채권, 신용부도스왑(CDS), 선물, 옵션 등은 그 안에 담긴 위험을 보이지 않게 한다. 아무리 위급한 경고의 목소리도 이 파생상품으로 포장하면 모기소리보다 작게 들릴 것이다.
'세상의 공짜는 없다'는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마라'의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공짜는 없으니 열심히 일해서 돈버는 데 힘써라'의 의미로 생각하고 돈 모으는데 너무 열중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공짜가 없는' 세상은 인간세상이다. 인간세상 밖을 보면 공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더 빨리 더 편하게'보다 '더 느리게 더 불편하게'를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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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인 거지. 공짜가 없다는 게 모든 일엔 대가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대가를 지불하면 그로 인한 이득도 반드시 있다는 소리거든. ('닥치고 정치' 206쪽)
(2012-02-10에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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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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