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라는 책을 읽다가 문득, '서울특별시'라는 지명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광역시나 직할시는 그래도 대충 어떤 의미인지 짐작된다. 그런데 특별시라니?!

한국의 수도는 하나 밖에 없으니 그게 특별해서? 아니면 한국에서 제일 큰 도시이고 중심이 되는 도시니까 특별시?

'특별'이라는 단어 뜻은 이거다. -> 일반적인 것과 아주 다름

그럼 특별시는 일반적인 도시와 아주 다르다는 얘긴데. 서울이 좀 특별하긴 하지. 하지만 지명에 대놓고 '특별'이라는 단어를 쓰는 건 부자연스럽게 다가온다. 그럼 각 나라를 대표하는 베이징, 상하이, 도쿄, 파리, 런던, 뉴욕 등 도시에 '특별'이라는 단어를 사용할까? 이런 도시들은 도시이름에 '특별'이라는 단어가 없어도 그 도시가 특별하고 대단하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서울특별시의 영문 표현을 생각해봤다. 내가 상상했던 것은 'Seoul special city' 정도였다. 실제는 the Metropolis of Seoul; the Seoul Metropolis.였다. Metropolis의 뜻은 다음이다. '대체로 인구가 백만 이상이며, 정치, 경제, 정보 등의 기능을 통합하는 큰 도시' 서울특별시의 한글표현에는 '특별'이 있는데 영문표현에는 없다. 이상하다.

그래서 서울특별시가 어떤 것이 특별한지 좀 더 검색해봤다. 서울특별시에 대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나온 설명 중에 아래 내용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서울이란 신라의 수도를 서라벌(徐羅伐) 또는 서벌(徐伐)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한 말로, 수도를 지칭하는 일반명사인 동시에 고유명사로도 사용되고 있다. 즉 '한국의 서울(수도)은 서울(지명)'인 것이다. 서울은 한국의 도시 이름 중 유일하게 순수한 우리말로 이루어진 지명이며, 영문으로는 'Seoul'로 표기한다. 한자 표기의 관례가 없는 가운데 일본측에서 가끔 경성(京城), 중국측에서는 한성(漢城)이라고 쓰고 있으나, 그것은 과거의 일시적인 지명일 뿐이다. 중국과의 국교수립 이후 교류가 확대됨에 따라 한자 표기의 사용 빈도가 높아지면서 '서울'의 음과 훈을 제대로 나타낼 적절한 한자 표기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일반적인 도시와 아주 다른 것은 '서울'이라는 도시이름이 유일하게 순수한 우리말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런데 그렇다고 '특별'이라는 단어를 도시이름에 넣어야 했을까? 서울특별시라고 지은 사람이 누구일까? 누가 서울에 '특별'시라는 단어를 사용하려고 했을까? 하긴 우리나라의 수도인데 그냥 심심하게 '서울시'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 '서울광역시'라고 하면 독보적인 존재가 아닌 것 같고, 아주 '특별'하니까 그냥 '서울특별시'라고 지었을지도 모른다. '서울특별시'라고 지은 사람도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한자문화권인 중국과 일본은 자국의 수도를 어떻게 부를까 궁금하다. 그들도 '특별'이라는 단어를 사용할까?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특별시의 지위'에 대한 다음 내용이 있다.

특별시[特別市], 한국 행정구역, 특별행정구역으로서의 광역지방자치단체.

한국에는 유일하게 서울특별시가 있다.

조선시대부터 우리나라의 수도로 발달해온 서울은 8·15해방 후 1946년 군정법령(軍政法令)에 의해 경기도 관할하에서 정부 직할의
특별시가 되었고, 1949년 '지방자치법' 시행에 따라 서울특별시로 계승되었다. 1962년 '서울특별시 행정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의해 내무부 직속의 다른 도와는 달리 국무총리 직속으로 그 지위가 승격되었고, 서울특별시에 대한 중앙 각 부처의
지휘와 감독권을 제한했다. 서울을 특별시로 정하게 된 목적은 수도 행정의 독자적 특성을 추구하고, 건전한 발전을 위해 능률적인
행정 조직과 운영을 꾀할 수 있도록 특수한 지위를 갖게 하는 동시에 서울특별시장의 지위 향상과 재량권의 확대를 위한 것이었다.

북한에는 1946년 특별시로 승격한 평양특별시가 있다.

북한의 수도인 평양도 평양특별시라고 한다. 이것도 오늘 처음 안 사실. 남한이나 북한이나 수도에 '특별'이라는 단어가 있다.

나는 솔직히 서울특별시에서 '특별'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안 든다. 특별하긴 하지. 우리나라에 서울같은 대도시는 유일하니까.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 등의 중심지니까. 하지만 '특별'이라는 단어의 쓰임에서 배타적인 냄새가 느껴진다. 흔히 우스게 소리로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다른 곳에 사는 사람에게 "나는 서울특별시에 사는 특별한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단어라는 것은 묘한 마력이 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서울은 특별해', '서울에 있는 것들은 다른 데에 있는 것들과 달라'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도 좀 특별해지고 싶어서 너도나도 서울에 몰려들어 서울집값은 지방의 두 배에 이르기도 한다. 서울이 뭐가 그리 특별한데?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사는 것 자체만으로 그들만의 '프리미엄'을 누린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를 말릴 생각은 없다. 서울이 특별한 건 인정하니까. 그런데 사람들은 점점 더 특별하게 만들려고 한다. 마치 특별하고 싶은 사람들, 모두 서울에 모여 라고 말하는 것 같다. 아니면 한국 사람들이 특별한 것을 유독 좋아하거나. 무리해서 혼수 장만하고, 무리해서 대출받아 집마련하고, 무리해서 자식 교육시키고. 이런 것들이 모두 특별해지기 위해서 하는 거 아닐까? 남보다 돈많은 배우자 만나서 특별해지려고, 남보다 좋은 아파트에 살아서 특별해지려고, 남보다 좋은 대학에 보내서 내 자식 특별하게 만들려고. 남들과 비교하고 경쟁시키고, 일등되려고 애쓰고 패배자는 재기가 힘들고, 이런 한국인의 성향이 '서울특별시'라는 지명을 만들어낸 건 아닐까? 특별해지고 싶은 거야 누구나 있는 성향이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특별해지고 싶은 것에 좀 많이 집착하는 것 같다. 그럼 그렇게 특별해져서 뭐하려구요? 무슨 목적이 있나요? 묻고 싶다.

나는 서울특별시에 살기 싫다. 살아봤는데, 그저그랬다. 마트, 병원 가까운 건 좋으나 공기 안 좋고 조용하지도 않고 사람 많고. 공연이나 전시회, 모임 같은 게 많아서 그런 거 보러가려고 서울에 간다. 하지만 나는 서울에서 집을 구해 살고 싶지 않다. 그렇게 특별해지고 싶은 마음도 없고 조용하고 사람 적은 곳에서 편히 살고 싶다.

그리고 굳이 '특별'이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아도 서울시가 특별하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이제 "나 특별한 도시니까 서울특별시야."라고 광고 안 해도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서울을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굳이 '서울특별시'라고 불러야 할까? 주소쓸 때 시간만 더 걸리지. 그냥 '서울시'가 낫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