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본 후에

생명은 소중해
- 작성일
- 2011.1.2
인셉션
-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
- 제작 / 장르
- 미국, 영국
- 개봉일
- 2020년 1월 29일
이런 영화는 처음이다. 다른 사람의 꿈속에 들어가다니! 꿈속에 들어가서 비밀스러운 생각을 뺏어오다니! 그리고 꿈속에 들어가서 원하는 생각의 씨앗을 심어놓다니(즉, 인셉션)!
'인셉션'을 보고 싶었던 이유는 유정맘님께서 2010년 생일 선물로 인셉션에 나오는 토템을 주셨기 때문이다. 이 토템이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꿈속에 들어간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라서 보고 싶었다.
나는 꿈을 많이 꾸는 편이다. 같은 꿈을 두 세번 꾼 적이 있다. 내 꿈속에서만 존재하는 장소가 몇 개 있다. 그리고 당연히 그 장소마다 있는 꿈속에서만 존재하는 사람들도 몇 명 있다. 그리고 꿈속에서만 존재하는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꿈속에서 현실에 없는 단어를 알기도 하고 책을 엄청 빨리 읽기도 한다. 이런 것을 생각할 때 내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쓴 글이 있다. 내가 꾸는 꿈 솔직히 꿈속에서는 현실의 나의 한계가 사라진다. 나는 더 뛰어나고 똑똑하다. 내 꿈속에서만 존재하는 장소들과 인물들이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정상적인 사람들도 그럴까? 인셉션을 보고 나는 혹시 누군가가 내 꿈속에 들어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전문적인 꿈속 침입자다. 어떤 회사의 의뢰로 대기업 회장의 금고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알아내려 한다. 누군가의 생각, 특히 비밀을 알아내려면 꿈속에 들어가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꿈속이지만 현실과 똑같은 금고가 있고 그 안에 있는 것도 현실과 똑같다. 코브는 동료와 그의 꿈속에 침입하여 그 금고안에 있는 문서를 훔친다. 하지만 그 문서는 비밀의 일부분뿐이였다. 그 회장은 더 큰 일을 시키기 위해서 코브의 실력을 테스트(그의 말로는 '오디션')했던 것이다. 그 더 큰 일은 곧 경쟁사를 물려받는 회장의 아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즉, 경쟁사 회장의 아들의 생각에 '나는 아버지의 회사를 해체하겠다'라는 황당한 생각을 심어놓는 것이다. 누군가의 생각의 씨앗을 심어놓는 것을 '인셉션(inception)'이라고 한다. 누군가의 생각을 바꿔놓는 것은 누군가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코브는 그 회장의 유혹(집으로 데려다준다는)에 넘어가 설계사, 위장사, 약제사를 모아서 일을 꾸민다.
누군가의 생각을 알아내거나 변화시키는 하나의 방법은 그 사람의 꿈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 방법은 예로부터 사용되어 왔다다. 천일야화가 그 예이다. 심리치료의 목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진 경우도 있고 악의적인 목적으로 사용된 적도 있을 것이다. 코브가 하는 방법은 악의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잡아서 협박하고 고문하지 않고 왜 이런 방법을 사용할까? 이 방법을 사용하면 당하는 사람은 단지 '꿈'인 것처럼 생각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꿈은 무의식과 관련있고 무의식에서 사람들은 더 솔직해진다. 그래서 은밀할수록 그 대상이 고위층일수록 이런 방법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사람은 뇌의 진정한 잠재능력을 일부만 쓴다고들 하지. 깨어있을 때 그래. 잠이 들었을 땐 마음은 거의 뭐든 다 할 수 있어.
이제 꿈속에서 마음은 계속 반복해서 세계를 창조하면서 동시에 인지하게 돼. 마음이 그걸 너무 잘해내서 우린 알아차리지도 못하지. 덕분에 그 과정의 한가운데로 들어갈 수 있어.

코브는 새내기 설계사에게 꿈에 들어가는 원리를 노트에 써가며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자신이 만들어놓은 꿈속에서 커피 한잔 하면서.
어떻게요?
창의력 부분을 지배하는 거야. 거기서 네가 필요해. 네가 꿈의 세계를 창조하는 거야. 네가 꿈의 세계를 창조하는 거야. 우리가 그 꿈속에서 표적을 데려오면 표적의 잠재의식이 그 세계를 채우게 돼.

하나 물어볼게.
꿈이 시작되는 게 기억났던 적은 없지? 늘 일이 벌어지는 중간부터 생각나잖아.
그런 것 같네요.
그럼 여긴 어떻게 왔지?
이러면서 아리아드네(새내기 설계사)는 자신이 있는 곳이 코브의 꿈속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긴 꿈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기억난 적은 없다. 꿈은 언제나 중간부터 기억날 뿐이다. 그래서 누가 꿈속에 들어오거나 내가 다른 사람 꿈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힘들다. 힘들뿐 불가능하지는 않다. 적어도 지금 여기서 현실인지 아니면 꿈인지 알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고 한다. 그게 바로 토템이다.

이건 코브의 토템이다. 팽이를 돌려서 멈추면 현실, 멈추지 않으면 꿈이다.
현실세계의 5분은 꿈에서는 1시간이라고 한다. 꿈속에서 한세월을 살다가 깨어보니 한낮의 꿈이었다는 얘기가 떠오른다. 꿈속에서는 더 빨리 두뇌활동이 일어난다고 한다. 꿈속에서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마치 신처럼.

이번에는 아리아드네가 만들어놓은 꿈속에 코브의 잠재의식을 초대했다. 이 경우에 코브는 표적이 된 것이다. 아리아드네는 물리법칙을 비틀면 어떨까 생각했다가 위의 사진처럼 건물들이 하늘을 덮어도 자동차나 사람들은 아무런 이상없이 잘 움직인다는 걸 알게 된다. 아리아드네가 꿈의 변화를 주자 코브의 잠재의식속의 피사체들(사람들 등)이 점점 아리아드네를 주목한다. 마치 병균과 싸우는 혈액세포처럼. 그런데 잠재의식은 코브조차 통제할 수 없다고 한다.

기억으로부터 꿈의 세계를 만드는 건 현실과 꿈의 구분을 잃어버리는 지름길이니까.
여기서 왜 코브 자신이 꿈의 세계를 만들지 않고 새로운 설계사를 키우는 이유가 나온다. 나중에 나오지만 코브는 그의 아내와 함께 엄청나게 큰 꿈의 세계를 만들었었다. 그러다가 그게 현실인 줄 알고 거기에 있다가 간신히 빠져나온 적이 있었던 것이다. 현실의 기억으로 창조한 꿈은 너무나 현실같은 것이다.

꿈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이런 폐쇄 반복 구조(펜로즈의 계단)도 만들 수 있다.




다음처럼 결론에 이른다.
아버지는 내가 당신의 발자취를 따르지 않고 스스로 이루기를 바란다.
아버지는 내가 자기처럼 안 되길 원한다.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누군가의 생각을 심는데 그의 마음속에 있는 것을 작업을 한다면 그는 알아채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결론내린 것 또한 얼마나 긍정적인가? 악의적인 의뢰로 이런 일을 하고 있지만 나는 이 결론에 지지를 보낸다.
자 그럼 3단계의 꿈들에 대한 시간 관념을 알아보자.
현실의 10시간 = 1단계의 꿈에서 1주일 = 2단계의 꿈에서 6개월 = 3단계의 꿈에서 10년
그럼 몇시간의 낮잠을 잤는데 그 꿈속에서는 몇 십년이 흘렀다는 옛이야기는 몇 단계까지 꿈이 진행된 걸까? 그럼 이 꿈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이 중요할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그것을 '킥'이라고 한다. 바로 걷어차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설계한 3단계 꿈을 모두 관통하는 킥의 동기화다. 몇 단계의 꿈에 있든지 이 킥을 느낄 수 있어야 같이 꿈을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올 수 있다. 그 킥은 음악으로 하기로 했다.
팀이 꾸려졌고 전략이 만들어졌다. 이제 표적만 있으면 된다. 표적이 10시간동안 자게 할 수 있기만 하면 된다. 그것은 항공기 여행. 이 표적의 10시간 여행을 위해한 항공사를 통채로 사버리고 일등석 전체를 사버린다.

이 영화에서 또 하나의 흥미로운 게 있다. 아리아드네는 코브가 감추려는 무의식을 아주 궁금해한다. 그래서 결국 그의 무의식속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와 그의 아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이아드네는 알게 되고 코브에게 극복하라고 한다. 왜냐면 이 일은 모두 자신의 무의식을 꺼내놓는데, 코브의 불안정한 무의식이 일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실행한다. 로버트(경쟁사 회장의 아들)를 잠들게 하고 모두 같은 꿈속으로 들어간다.

그들이 진입한 1단계꿈에서는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어, 그런데 그들이 탄 이 차는 어디서 본 차다. 바로 현대의 제네시스다. 이 폭우속에 로버트는 택시를 잡고 그 택시는 로버트를 납치한다. 그런데 갑자기 도로 한복판에 나타난 기차, 그리고 이들을 공격하는 사람들. 로버트의 무의식에 이런 경우를 대비한 조치가 발동한 것이다. 사이토(의뢰인)가 부상을 입고 죽어간다. 그런데 보통 꿈에서 죽으면 현실로 가지면 여기는 아니다. 강력한 진정제를 투여했기 때문에 '림보'라는 이상한 무의식의 세계에서 몇십년을 헤맬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안 팀원들은 코브에게 항의하지만 이제는 일을 잘 끝내서 빠져나가는 방법 외에는 없다. 로버트와 그의 대부의 대면으로 로버트는 아버지의 비밀유언의 존재를 알게 된다. 다시 로버트를 끌고 승합차에 오른다.

여기는 2단계 꿈이다. 1단계 꿈에는 약제사가 운전사로 남아서 동료들을 지킨다. 코브는 자신을 이 꿈에서 로버트를 지키러 온 존재라고 소개한다. 로버트는 코브를 신임하게 되고 자신의 대부를 의심하게 된다. 로버트는 대부의 무의식으로 가자는 코브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여긴 3단계 꿈이다. 2단계 꿈에는 코브의 동료가 킥을 기다리며 동료들을 지키고 있다. 로버트가 건물의 중심으로 가는 동안 다른 동료들은 그의 길을 지킨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누군가가 잠입한다. 그 누군가는 코브의 아내다. 하지만 코브는 그녀를 먼저 쏘지 못하고 그녀가 로버트를 쏜 후에야 그녀를 쏜다. 코브의 불안정한 무의식이 발동한 것이다. 로버트가 죽으면 이 일은 실패라고 말하며 철수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리아드네는 또 다른 제안을 한다.

여긴 4단계 꿈이다. 여기는 코브와 그의 아내가 만든 엄청나게 큰 꿈세상이다. 3단계 꿈에서는 사이토와 위장사가 동료들을 지키고 있다. 원래 여기까지 계획된 것은 아니지만 로버트와 사이토를 살리기 위해 여기까지 온 것이다. 아리아드네의 도움과 자신의 어려운 결정으로 코브는 아내로부터 벗어나고 로버트를 살린다.
그동안 1단계에서 약제사가 2단계에서 코브의 동료가 3단계에서 위장사가 자신의 동료를 지키고 킥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단계가 지날수록 시간은 약 12배로 증가한다는 것이 결정적이다. 승합차가 다리에서 떨어지는 몇십초동안 그 모든 일들이 일어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결국, 로버트는 의도된 아버지의 뜻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아버지의 숨겨진 금고에서 찾은 바람개비는 로버트의 잠재의식에서 나온 것이리라. 그의 마음속에 들어가서 찾은 걸로 작업에 들어가야 해 라는 위장사의 의도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제 로버트는 이들이 꾸민 생각의 씨앗을 정말로 받아들일 것이다.

로버트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비행기에서 잠에서 깨고 모든 동료들도 깬다.



로버트의 피사체들이 방해를 무릎쓰고 이들은 결국 목적을 달성했다. 코브는 원하던 자식들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다시는 이런 무모하고 위험한 모험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슬픈 것은 코브가 처음으로 인셉션을 시도했고 성공했던 그의 아내는 그 인셉션이 그녀를 부정적인 쪽으로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현실을 꿈으로 생각하고 이전의 꿈을 현실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 무의식속의 생각의 씨앗을 바꿔놓기는 힘들다. 그래서 그녀는 결국 불행한 길을 걷는다.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코브는 자신의 아내에게 한 인셉션이 그녀를 망치는 걸 보면서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한 사람의 무의식 속에 있는 생각의 씨앗 하나가 자라서 그 사람을 규정하고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코브의 말은 정말 맞는 말이다. 그럼 나의 무의식 속에 어떤 생각의 씨앗이 있을까? 자신의 잠재의식은 자신조차도 통제할 수 없다고 한다. 나의 무의식속의 생각의 씨앗은 어떤 모습일까? 어떻게 심어졌고 지금 어떻게 자라있을까?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자랄까?
무의식이란 무엇일까? 꿈이란 무엇일까? 다른 사람의 잠재의식을 원하는 꿈에 데려오는 게 가능할까? 아니면 누군가의 꿈에 들어가는 게 가능할까? 요즘에 꿈을 덜 꾸지만 나는 꿈을 많이 꾸는 편이다. 이 영화는 이해하기기 쉽지 않았다. 무의식과 심리 그리고 꿈에 대한 이야기가 많고 이야기 전개속도가 빠르다. 다층으로 꿈을 꿀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 다만 꿈을 꾸면서 그게 꿈인 줄 모르면 큰 일 난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꿈을 꾸던지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 즉 나만의 토템이 필요하다. 그게 무엇일까? 어떤 상황에서 이것이 현실임을 알려줄 수 있는 나만의 토템은 무엇일까? 가끔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현실이 있다. 악몽같은 현실이 있는 법이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것이 엄연한 현실임을 알려줄 토템이 필요하다. 그것이 악몽같은 현실을 극복할 힘을 줄 것이다. 토템은 기준이고 물결에 휩쓸리지 않을 기둥이다.
우리는 수많은 광고에 둘려싸여 살고 있다. 이 광고들은 우리에게 일종의 인셉션을 강요하고 있다. 광고는 일종의 인셉션일 것이다. TV광고, 스포츠 중계에서 선수들이 입고나온 유니폼의 마크들, 드라마나 연속극 또는 영화속에서 간접광고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목적을 가지고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 모두 시청자와 소비자에게 인셉션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동체, 사회, 교육기관, 국가조차도 우리에게 인셉션을 강요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인셉션을 강요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 있게 해주는 토템이 필요한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토템을 만들고 싶다. 나만의 토템을 만드는 시작점은 자기 생각을 의심하는 것일 것이다. 내 생각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 (참조: 낯선 질문,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나?). 그것이 꿈에서 깨어나는 방법이고 나만의 토템이 될 것이다.
만의 하나, 어쩔 수 없이 누군가에게 인셉션을 하려면 이들처럼 치밀하게 해야 한다. 이들 전문가도 예상치 못한 것에 닦쳐 어려움에 처했고 운이 따라줘서 아슬아슬하게 성공했다. 왠만하면 안 하는 게 나을 것이다. 엄청난 위험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꿈속에서 마음은 거의 뭐든 다 할 수 있고 세계를 창조하고 동시에 인지하게 된다. 그런 마음을 속이고 생각의 씨앗을 심어놓기는 아주아주 힘들 것이다.
<궁금>
2단계 꿈에서 코브의 3단계 꿈으로 들어간 동료들이 있는 방 바로 아랫방에 폭탄을 설치하면 아리아드네엑 설명한 부분이 이해가 안 간다. 1단계 꿈에서 킥이 오면 폭탄이 터져서 아마 동료들은 죽을 것이다. 1단계에서 킥이 오는 시점이 빨라도 안되고 늦어도 안 되는데 그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3단계 꿈에서 로버트(피셔)가 죽었을 때 일이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코브의 꿈으로 들어가서(4단계 꿈) 로버트를 어떻게 살려낼 수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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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