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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소중해
  1. 책읽은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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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리만 가설
글쓴이
존 더비셔 저
승산
평균
별점8.7 (12)
생명은 소중해

선생님이 1부터 100까지 더하는 문제를 냈는데 어린 가우스는 단번에 답을 말했다고 한다. 답은 바로 101*100/2=5050이다. 1부터 100까지 숫자를 한 줄로 늘어트려 놓았을 때, 차례대로 양끝의 숫자 두 개를 더하면 항상 101이다(101=1+100=2+99=3+98...) 예전에 이 이야기를 읽고 어린 가우스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1부터 1000까지 또는 10000까지 더하는 문제도 간단해진다. 그리고 이 원리를 살면서 응용한 적도 몇 번 있다. 아무래도 가우스께 고마워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리만 가설'을 설명한 책이다. 책표지 왼쪽에 세로로 필기체로 Prime Obsession이라고 써 있다. '소수 사로잡힘', '소수 집념'으로 해석할 수 있다. 리만 가설의 시작에는 '소수'가 있다. 참고로, 소수는 1과 자기 자신 이외에는 나누어떨어지지 않는 수이다. 예를 들면, 1, 2, 3, 5, 7, 11, 13, 17 등이 있다. 리만 가설은 아래와 같다.


 


리만 가설


제타 함수(ζ function)의 자명하지 않은(non-trivial) 모든 근들(zeros)은 실수부가 1/2 이다.


 


이 책에 위의 리만 가설이 수시로 등장한다(서문에도 등장함). 저자는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이 문장을 종종 보여주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마치 암호와 같은 이 하나의 문장을 설명하기 위해 이렇게 두꺼운 책을 써야 했다니. 참고로 이책은 554쪽이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제타 함수', '자명하지 않은', '모든 근들은 실수부가 1/2이다'의 무게감이 팍팍 느껴진다!


 


저자는 서문에 사칙연산과 간단한 수학지식만 있으면 리만 가설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좀 안심이 됐다. 저자는 초반에 조화 수열과 소수 정리를 설명한다. 그 시작은 가우스였던 것 같다. 가우스는 '주어진 수 N보다 작은 소수의 개수는 몇 개인가?'를 제기했다고 한다. 소수 자체보다 소수의 개수를 더 중요시하다니. 소수의 개수는 무한하다는 것이 밝혀졌으니 주어진 수 N보다 작은 소수의 개수라도 알고 싶었겠지 라고 생각했다. 가우스가 무심코 제기한 이 문제가 결국 리만 가설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수많은 수학자들을 괴롭히게 되고 수학사에 엄청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 책은 총 22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에 홀수장은 약간은(?) 수학적인 내용이고 짝수장은 리만 가설과 얽힌 이야기가 중심이다. 그래서 이 책은 홀수장만 읽어도 상관없고 짝수장만 읽어도 상관없다고 한다. 나는 처음이라 그냥 차례대로 다 읽어봤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두 권으로 분책해도 될만큼 홀수장과 짝수장은 독립되어 있다. 하지만 홀수장과 짝수장은 서로 보완한다. 리만 가설을 수학적으로만 아는 것보다 리만 가설에 얽힌 수학자들의 이야기와 같이 아는 것이 더 재밌고 더 기억에 오래남을 것이다. 따라서 처음에는 홀수장과 짝수장을 구별하지 않고 읽는 것을 권한다. 나중에 홀수장만 따로 읽고 싶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저자의 세심한 배려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아주아주 쉽게 리만 가설을 설명할 것이니 겁먹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정말 쉽게 설명한다. 초반에는 음수와 음수를 곱하면 왜 양수가 되는지까지 알려준다. 그러다가 e(오일러의 첫 글자란다)가 등장하면서 '캐묻지 말고 믿어주는 게 저자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애원한다. 저자가 저런 것까지 일일히 설명한다면 이 책은 엄청나게 두꺼워질 것이다. 그 부분에서 살짝 웃으며 저자를 이해했다. 저자 더비셔는 리만 가설을 딱딱하지 않고 재밌게 설명하려고 한다. 이 책 곳곳에 숨어 있는 저자 특유의 재치도 이 책의 흥미를 더해준다.


 


인내심을 가지고 저자의 설명과 논리를 차근차근 따라가다보면 일반인들이 범접할 수 없는 고등수학과 만나게 된다. 수학과를 전공하지 않으면 절대로 평생 들여다볼 수 없는 찬란한 수학의 세계가 펼쳐진다. 솔직히 사칙연산만 알고 이 책을 이해하기는 정말 힘들다. 소수법칙, 지수함수, 로그함수, 미적분, 복소함수, 행렬, 다항식이 대한 기본 지식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저자의 안내를 따라가다보면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배웠던 수학내용들이 어렴풋이 떠오르곤 했다.


 


이렇게 저자의 세심한 배려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이 있는 책은 정말 드물다. 특히, 순수과학분야에서는 가뭄에 콩나듯 하다. 저자는 독자들이 못 따라올까봐 중간중간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라며 친절한 해설을 덧붙인다. 정의역과 함수에 대해 설명할 때에는 혹시 저자가 초등학생에게 리만 가설을 이해시키려고 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와 4색 문제는 초등학생도 도전할 수 있는 문제다. 그 기본적인 내용은 특별한 수학적 지식없이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리만 가설은 다르다. 리만 가설의 단 한 문장 (제타 함수(ζ function)의 자명하지 않은(non-trivial) 모든 근들(zeros)은 실수부가 1/2 이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수정리를 비롯하여 조화수열, 로그함수, 미적분, 확률, 제타 함수, 복소평면 등의 수학지식을 알고 있어야 한다(알고 있어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한다). 즉, 진입장벽이 높다. 제타 함수 하나만 해도 정말 특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함수이다. 이 제타 함수를 복소평면에 나타내고 자명하지 않는(허수인) 근들의 실수부가 1/2인 것을 구하는 것만 해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 리만 가설에 도전한다. 이렇게 난해한 리만 가설을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책으로 펴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수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은 이 책 한 권으로 리만 가설을 이해할 수 있다고 나는 말할 수 있다! 저자 더비셔는 리만 가설의 그 높은 진입장벽은 걸어서 넘을 정도로 낮춰줬다. 저자는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는 리만 가설을 대중들에게 설명하고 혹시나 그 대중들이 관심을 가져서 리만 가설이 풀어지기를 기대한 것은 아닐까?


 


일반인에게 쉽게 전문분야를 설명한 책들 중에는 핵심을 좀 많이 비켜간 책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아니다. 이 책은 리만 가설의 핵심과 그 주변을 샅샅히 파헤친다. 저자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뒷부분에는 어쩔 수 없이 증명없이 믿어달라고 하지만 저자는 최대한 쉽게 리만 가설을 설명하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


 


둘째는 짝수장에 있는 리만 가설과 관련된 수학자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는 것이다. 저자는 리만이 태어난 시대적 배경부터 설명한다. 저자는 수학뿐만 아니라 유럽의 역사에도 조예가 깊은 것 같다. 프랑스 혁명(1789~1794)과 발미 전쟁을 시작으로 유럽은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나폴레옹의 유럽 정벌이 이뤄지고 게르만계 민족들이 뭉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300여개의 작은 독일 국가들이 34개의 독립국(오스트리아와 프러시아 포함)과 4개의 자유도시로 통합되었는데 리만은 그 중에 하나인 하노버 왕국의 동쪽인 브레젤렌츠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훔볼트의 개혁으로 수학에서 변방이었던 독일은 두각을 나타낸다. 베를린학술원이 생겼고 리만은 그 혜택을 받은 것 같다. 리만은 괴팅겐대학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연구한다. 괴팅겐대학에는 유명한 수학자인 가우스와 디리클레가 있었다. 리만은 두 수학자를 존경했고 디리클레의 제자였다. 가우스와 디리클레(오일러가 발견한 황금열쇠를 찾아낸)와 리만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리만 가설이 나온 것이다. 리만은 1859년(33세)에 베를린학술원의 회원이 되어 한 편의 논문(주어진 수보다 작은 소수의 개수에 대한 연구)을 냈고 그 논문은 수학의 역사를 바꿔놓았다.


 


그 밖에 오일러(러시아의 표트르 대제에게 스카웃당한) 등의 수학자들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 책의 짝수장을 들여다보면 수학의 역사와 전통적인 분류(산술학, 기하학, 대수학, 해석학)에 대하여 알 수 있다. 저자는 짝수장에 이런 이야기를 배치함으로써 독자들이 지치지 않도록 배려한 것 같다. 로그 적분 함수 Li(N)는 소수 계량 함수 π(N)(N보다 작은 소수의 개수)에 근접한다. 리만 가설을 증명하면 소수 계량 함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 세계의 수학자들은 못 풀고 있다. 물론, 수학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들은 많다. 리만 가설은 언제 풀릴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저자가 일반인을 위해 리만 가설을 설명한 책을 낸 것은 소수 계량 함수 π(N)에 근접하려는 로그 적분 함수 Li(N)라는 생각이 든다.


 


난해한 리만 가설의 이렇게 쉽고 재밌게 책으로 펴낸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 책을 읽으며 가끔 웃음지으며 봤다. 이 책을 읽으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몇 군데 있었다. 하지만 이 책 덕분에 리만 가설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고 수학의 흥미로운 세계를 엿볼 수 있어서 기쁘다!^^ (참고로, 회사 독서동호회 '주경야독'에서 이 책을 선정하지 않았다면 나 스스로 이 책을 선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리만은 평생을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하나님을 섬겨 왔으며 죽는 순간에도 신앙심을 잃지 않았다.


그가 추구했던 신앙이란, 매일 신 앞에서 자신의 의지를 시험하는 것이었다.


 


<의문>


'자명하지 않은(non-trivial)'의 의미를 명확히 모르겠다. 허수가 들어가서 자명하지 않은 걸까?


 


<오자 추측>


기존: x=1/3이면 1/(1-x) = 1/(1-1/3) = 1/(3/2) (195쪽 아래에서 다섯 번째줄)


수정: x=1/3이면 1/(1-x) = 1/(1-1/3) = 3/2


 


----------------------------------


 


이 책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이다. (왜 '리뷰'에는 '긴글입력'이 없는 걸까? 불편하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하나하나 알아갔던 기쁨들을 이 요약때문에 누군가에게서 빼앗을까봐 염려된다. 이 요약은 왜곡이나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소수 정리


π(N) ~ N/logN


 


π(N)는 N보다 작은 소수의 개수를 나타내는 소수 계량 함수이다(π=3.14...인 그 파이가 아니다). 소수의 개수를 나타내는 함수와 log가 관련있다니, 신기하다! 드디어 리만 가설의 첫 두 단어인 '제타 함수'가 등장한다. 제타 함수는 조화수열의 각항들을 s제곱한 역수들의 합이었다. 이 부분에서 바젤문제의 답을 구한 오일러가 등장한다. 오일러가 제타 함수에서 항들의 합을 항들의 곱으로 바꿔버린 황금 열쇠가 등장한다.


 


개선된 소수 정리


π(N) ~ Ni(N)


 


Ni(N)는 1/logt의 로그 적분 함수이다. 미적분을 동원하여 개선된 소수 정리를 유도한다. Ni(N)가 N/logN보다 π(N)에 더 근접한다는 것을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다.


 


9장에서 드디어 제타 함수의 그래프를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바로 정의역을 확장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무지막지한 함수가 있다니! 저자는 아홉명의 줄루족 여왕이 중국을 지배했다(Nine Zulu Queens Ruled China, N Z Q R C는 자연수 정수 유리수 실수 복소수다.)는 이상한 얘기를 꺼내면서 슬그머니 복소수의 세계로 이끈다. 바로 리만 가설의 '자명하지 않은'을 설명하려는 것이다. 에고, 저 한 문장을 설명하기 위해 이렇게 고생하는 저자가 애처롭고 대단하다. 급기야 GPS를 이용하여 복소 평면을 돌아다니도록 훈련받은 변수 개미와 함수 개미가 등장한다. 그 개미들이 특정값에서 싸인펜으로 표시하는 점들의 그래프를 보고 제타 함수의 특성을 알 수 있었다.


 


π(N) ~ Ni(N)에서 수학자들은 결코 만족하지 못한다.  근접하다는 애매모호한 '~'를 확실히 같다는 '='로 바꾸기 싶기 때문이다. 때문에 오차항을 구하려는 시도에서 'O'(big oh)가 등장한다.


 


현대 대수학에서 리만 가설의 해석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바로 체이론(field theory)과 행렬이다. 이 부분에서 유한체라는 단어가 나와서 기분이 산뜻했다.^^


 


'~'를 '='로 바꾸기 위해서 J(x)라는 함수가 등장한다(리만이 만든). 그리고 소수 개량 함수 π(x)를 J(x)로 나타낼 수 있고 ζ도 J(x)로 나타낼 수 있다. 그러므로 π(x)를 ζ로 나타낼 수 있다는 삼단논법이 적용된다!


 


21장에 가면 제타 함수에 대한 조금은 기괴한 그래프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제타 함수의 실수부 1/2 선상의 근들 또한 특정 함수값 등을 사용하여 다양한 그래프들을 보여주면서 제타 함수의 특성을 설명한다. 그리고 양자역학에서 에르미트 행렬의 고유값의 형태 인자와 제타 함수의 근들의 간격 분포가 같다는 것을 우연히 다이슨을 만난 몽고메리가 알 게 된다.


 


도데체 제타 함수의 정체는 뭘까? 리만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그냥 가설로 슬쩍 흘렸을 뿐이다. 하지만 제타 함수를 뜯어볼수록 로그, 미적분, 양자역학, 뫼비우스 함수까지 줄줄이 사탕처럼 끌려나온다. 이런 것이 전세계의 수학자들이 리만 가설에 열광하는 이유일 것이다. 아래는 이 책에 있는 제타 함수과 관련된 그래프들이다.









제타 함수와 관련된 그래프들의 모양들이 참 묘하다!
 
(2011-07-02 추가)

좋은 '리만가설' 리뷰: http://blog.naver.com/backchan/70107584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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