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본 후에

생명은 소중해
- 작성일
- 2012.6.29
어메이징 스파이더맨(3D디지털)
- 감독
- 마크 웹
- 제작 / 장르
- 미국
- 개봉일
- 2012년 6월 28일
영화 보기 전
일탈이란 이런 것일까?
목요일(어제, 6.28일) 점심먹고 오후 2시에 우리팀은 가방을 메고 지하철을 타고 죽전CGV로 향했다. 당연히 회사 업무시간이었다. 팀원 복지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팀장님께서(아니, 영화를 많이 좋아하실지도 모른다) 회사의 눈치를 보면서도 이런 일탈을 감행하신 것이다.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회식날. 오후에 영화보고 맛있는 저녁먹는 게 오늘의 회식코스이다.
죽전CGV는 죽전역과 이어진 신세계백화점 건물에 있었다. 사진이 들어간 특이한 영화표를 출력하고 우리는 조금 늦게 상영관에 들어갔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2시 50분에 시작이었다. 스파이더맨 자체도 기대했지만 처음 보는 4D에 대한 기대가 더 컸다. 도대체 4D란 어떤 것일까?
(영화 시작)
주의: 영화헤살(스포일) 있음!
숨바꼭질 놀이
우리 6명은 맨 뒷 자리 중앙쪽에 앉았다. 입구에서 나눠준 3D 안경을 썼다. 음, 역시 3D! 입체적으로 보인다. 다섯 살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집에서 누군가와 숨바꼭질 놀이를 하는 것 같다. 누군가 숨어 있는가 보다. 누굴까? 아빠? 하여튼 꽤 넓어보이는 집을 여기저기 뒤적인다. 커튼을 젖히기도 하고 안경을 쓰기도 하고. 그러다가 이 아이가 어느 방에 들어갔는데 책상과 바닥이 어지럽혀 있고 창문은 깨져 있다. 그제서야 아이는 소리를 지르고 아빠로 보이는 남자가 와서 아이를 안고 간다. 그 후로 그 아이의 부모는 어떤 부부에게 아이를 맡기고 어디론가 떠난다. 엄마는 슬픈 목소리로 '딱딱한 빵은 안 먹고 잘 때 불을 켜두라'는 부탁을 한다. 이는 분명 어떤 사정이 있기 때문이리라. 그 후로 떠난 부부는 연락이 없고 이 아이는 커서 고등학생이 되었다. 미드타운 과학 고등학교 학생. 그의 이름은 피터이다.
숨바꼭질 놀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 방은 왜 어질러져 있었고 창문이 깨져 있었을까? 왜 아빠는 어질러진 책상위의 서류를 서둘러 정리하고 칠판에 써진 그림과 공식들을 서둘러 지웠을까? 왜 피터는 삼촌네에 맡겨진 것일까? 왜 피터의 부모는 그동안 연락이 없었을까? 왜 삼촌은 부모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을까? 피터는 어릴 때부터 이런 많은 질문들을 안고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겉보기에는 사진 찍고 보드 타고 키가 큰 평범한 남자 고등학생이다. 피터가 학교에서 돌아와 집에 왔다. 숙모는 식사준비를 하고 있었다. 무슨무슨 마카로니. 그런데 갑자기 스파게티 향기가 나는 거다. 이게 나의 착각인 줄 알았는데 계속 그 맛있는 냄새가 난다. 4D라서 향기가 나는 듯. 더분에 조금 배고 고팠다.ㅋㅋ 이런 평범한 삶 속에 비밀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었다. 삼촌과 창고 정리하는 중에 피터는 우연히 서류가방을 발견한다. 이 서류가방은 피터 아버지의 가방이었던 것 같다. 이 사건이 앞으로의 피터의 삶을 바꿔놓았다.
중단된 숨바꼭질이 계속된다.
피터는 방문을 잠궈놓고 서류가방에서 서류들, 안경, 공학용계산기 등을 꺼내어 방바닥에 차례대로 놓는다. 안경을 써보기도 하는 등 피터는 아버지의 유품에 관심을 보인다. 그 중에서 피터는 서류가방의 은밀한 부분에서 나온 '제로 붕괴률 이론'에 대한 서류를 들여다본다. 이건 무엇인가? 이 적절한 타이밍에 삼촌은 피터방에 와서 서류가방에서 나온 사진속에 피터 아버지와 같이 있는 친구의 이름을 알려준다. 그 친구의 이름은 코너 박사. 이제 피터는 아버지와 연결된 끈을 찾은 것이다. 이제 피터는 어릴 적에 중단된 숨바꼭질 놀이를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삼촌의 집에 감춰진 서류가방은 피터의 손에 들어가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서류가방과 삼촌으로부터 들은 아버지 친구의 이름은 아버지를 찾는 숨바꼭질을 계속 이어갈 원동력이 되었다.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렸던 순간인가? 운명이란 그렇게 예고없이 찾아온다. 피터는 아버지 친구에 대하여 검색한다. 코너 박사는 '이종교배 유전학'의 대가이고 유명한 과학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코너는 무작정 코너 박사가 일하고 있는 회사 건물로 찾아간다. 다른 인턴의 명찰을 가로채는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피터는 코너 박사와 대면하게 된다. 그런데 인턴들을 이끄는 여자가 같은 학교 아는 여학생. 게다가 피터가 평소 좋아하는 스웬이었다. 스웬은 피터를 알아보고 심각한 얼굴로 끝나고 따로 얘기하자고 말한다. 피터는 인턴들의 무리를 빠져나와서 그 회사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거미줄이 둥근 벽을 이루고 있고 그 거미줄 사이로 거미들이 돌아다니는 방에 들어가게 된다(피터는 멀리서 한 번 본 터치패턴을 완벽하게 따라 해서 문을 열었다). 그 방에서 거미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한 마리가 피터에게 오게 된다. 그 방을 빠져나온 피터는 결국 스웬에게 인턴 명찰을 빼앗기고 내쫓기게 된다. 그리고 피터의 몸에 있던 거미 한 마리 역시. 그 거미 한마리가 피터의 목 뒤를 물었다. 그 때 내 목 뒤에서 바람이 휙 나왔다. 난 놀랐다. 물린 정확한 타이임에 바람이 나왔고 마치 내가 거미에게 물린 것 같았다. 나를 포함한 관객들도 놀란 듯 하다. 관객들은 소리를 질렀다.
비밀은 반드시 댓가가 있다
거미에게 물린 이후로 피터의 삶은 달라진다. 평범하지 않다. 이런 이야기 전개는 이전에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 이종교배 유전학, 피터가 물린 거미는 아버지에 의해 만들어진 특별한 거미였다. 이것으로 스파이더맨은 피터팬처럼 상상속의 인물이 아니라 어쩌면 현실에서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이야기는 더 정교해졌다. 이후로 피터는 반응속도와 근력이 향상된다. 날아오는 공을 잡고 넘어지는 컵을 잡는다. 그리고 거미처럼 벽과 천장에 붙을 수 있다. 이런 신체적 기능 향상은 당연히 기분 좋을 것이다. 특히 사춘기 시절인 고등학생에게는. 피터에게 비밀이 생겼고 피터는 밤마다 범죄자들을 잡는 일탈을 몰래 한다. 그런데 한 가지 부작용이 있었던 것 같다. 바로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피터는 삼촌과 한 약속을 종종 잊어버리가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것은 기억력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무엇에 빠지게 되면 다른 것은 잊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삼촌과의 약속, 숙모와의 약속을 잊고 갑자기 향상된 자신의 능력에 대하여 열광한다. 당연히 삼촌과 숙모는 피터의 이런 변화에 대해 걱정한다. 그러다가 불행한 일이 벌어진다. 삼촌은 약속을 잊고 밤 늦게 온 피터를 야단치자 피터는 집을 뛰쳐 나간다. 삼촌은 피터를 찾으러 밤거리를 헤매고 그러다가 갑자기 맞닥드린 마트 도둑의 총에 맞아 돌아가신다. 그런데 문제는 그 마트에 피터가 있었고 마트점원이 피터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피터가 거절했다는 것이다. 피터는 삼촌을 붙잡고 울고 그 이후로 손목에 별 문신이 있는 범인을 찾아 뉴욕을 헤멘다. 이게 스파이더맨이 된 결정적인 이유다.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다
어쩌면 이건 순진한 생각일 수 있다. 자신의 죄책감, 삼촌의 죽음을 자신이 초래했다는 그런 무거운 죄책감을 벗어나려는 몸부림일 수 있다. 그래서 뉴욕경찰의 무전기 주파수를 듣고 뉴욕의 범죄현장에 경찰보다 먼저 나타나 범인을 잡아두는 것은 스스로를 위안하기 위한 핑계일 수 있다. 겉으로는 범죄자를 응징한다는 공공의 측면에서 말하지만 실제는 삼촌을 죽인 범인을 찾는 개인적인 복수심때문에 스파이터맨 활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건 스파이더맨의 시작이고 스파이더맨은 완벽하지 않은 오히려 결핍이 있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저 우연히 어떤 능력을 얻게 된 사춘기 고등학생이 자신의 죄책감을 합리화하기 위해 범죄자를 응징한다. 이러한 일은 어떤 사람의 인생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봉사를 열심히 하는 많은 사람들 중에 순수하게 남을 도우려는 의도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 중에는 봉사를 통해 자신의 실수나 죄를 용서받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피터는 키가 큰 평범한 고등학생이지만 그 나이면 대부분 그렇듯이 인생의 기준이 확실히 잡혀 있지 않다. 특히 피터는 자신의 부모에 대한 의문과 결핍이 많은 아이이다. 이런 아이에게 삼촌과 숙모는 멘토의 역할이다. 특히 삼촌은 피터의 절대적인 멘토 역할을 한다. 삼촌은 피터에게 말한다. 피터의 아버지는 능력이 있다면 누군가를 돕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피터는 마트점원의 부탁을 받아들여 도둑 잡는 것을 도울 수 있었다. 돕지 않았던 건 피터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건 피터의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었음을 삼촌은 아버지는 알려준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피터는 밤마다 뉴욕의 범죄자를 응징하는 역할을 한다. 스스로 뿌듯했을 것이다. 이 정도로 끝이었다면 나는 이 영화에 별 다섯개를 주지 않았다.
농어 -> 설전 -> 뽀뽀
이런 비밀을 간직하면서 피터는 학교생활을 계속한다. 그리고 스웬과 가까워지게 된다. 그리고 스웬은 피터를 자신의 가족에게 소개하기 위해 피터에게 '농어'를 좋아하느냐는 뜬금없는 질문을 한다. 피터나 스웬이나 연애에는 초짜임이 분명하다. 피터가 스웬에게 끌린 것은 미모때문이라고 추측하는데 스웬이 피터에게 끌릴 것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폭력을 휘두르는 친구에 맞섰기 때문일까? 하여튼 둘은 서로에 대해 사랑의 감정을 느낀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스웬은 뜬금없이 '농어를 좋아하느냐'고 묻고 언제 몇시에 어디로 오라고 피터에게 말한다. 피터는 당연히 농어를 좋아하든 말든 스웬이 말한 장소에 갔고 특이한 것은 정문이 아니라 20층 스웬방의 창문을 두드렸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 '농어'라는 대사가 유별나게 많이 나오는 것으로 봐서(스웬의 아버지는 스웬의 방에서 피터를 처음 보자마자 '농어'얘기를 꺼낸다) 농어 관련 광고주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스웬은 당연히 피터가 정장으로 올 줄 알았던지 '슈트'는 어디 있냐고 묻지만 피터가 알아들은 그 '슈트(스파이더맨 옷)'는 그 '슈트(정장)'가 아니었다. 어찌어찌하여 스웬의 가족과 피터는 한 식탁에서 농어 요리를 먹게 된다. 여기에서 스웬의 아버지와 피터와의 대화가 볼 만하다. 스웬의 아버지는 공교롭게도 뉴욕 경찰서장이다. 스웬의 아버지는 경찰 대신 범죄자를 소탕하는 스파이더맨에 대하여 얘기한다. 뉴욕경찰서장에게 스파이더맨은 눈에 가시같은 존재이고 곧 잡힐 거라고 말한다. 피터는 스파이더맨이 경찰이 못미치는 부분에서 범죄자를 응징하는 장점을 얘기하고 스웬의 아버지는 스파이더맨의 단점을 얘기한다. 경찰이 범죄조직의 뿌리를 뽑기 위해 6개월간 일부러 안 잡고 있던 범죄자를 스파이더맨이 잡아서 6개월동안의 노력이 허무로 돌아간 적이 있다고 한다. 이건 스파이더맨인 피터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다. 이 영화의 끝부분에서는 스웬의 아버지는 피터가 옳았음을 인정했지만 스파이더맨이 무조건 옳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나는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예전부터 수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은 영웅이고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환상 뒤의 그림자를 보여준다. 이런 영웅은 완벽하지 않고 사춘기 소년일 수도 있고 잘못 생각할 수도 있고 지나친 영웅의식으로 오히려 일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이 농어 식사에서 스웬의 목적은 피터를 자신의 가족에게 정식 남자친구로 소개하는 것이었지만, 그것보다 피터와 스웬 아버지의 설전으로 스파이더맨같은 능력자가 무조건 옳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더 큰 효과였다. 스웬은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흘러가지 않자 식사중에 피터를 밖으로 부른다. 그 곳에서 둘은 아까 '슈트'처럼 같은 말 다른 의미(나 물렸어 -> 응, 나도, 사랑벌레^^;;)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지만 결국 서로를 열렬히 사랑하기에 극적인 뽀뽀로 모든 것이 원만하게 끝냈다. 뽀뽀하면서 피터는 사랑을 고백하는 동시에 자신이 스파이더맨임을 고백한다.
그 후에 스웬의 한 마디가 인상적이다. "나 이제 어떡해." 스웬은 스파이더맨의 여자친구가 된 게 당황스러웠나 보다.^^
리자드맨의 탄생
피터와 스웬은 연인이 되고 달콤한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그 전에 피터는 아버지의 친구인 카터 박사를 찾아가 카터 박사가 연구에서 막혀 있던 것을 해결해준다. 바로 '제로 붕괴율 이론'이다. 이건 피터가 뛰어나서라기 보다 그 서류가방에서 찾아낸 문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피터는 종이 한 장에 제로 붕괴율 이론의 해답을 공식으로 쓰고 그것을 잠깐 본 카터 박사는 이걸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본다. 피터는 그저 머리를 가리키는데. 나는 그 때 그 해답을 카터 박사가 이미 알고 있었던 건 줄 알았다. 그래서 그냥 딱 보고 알았으리라고 추측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카터 박사는 그 답을 찾기 위해 헤매고 있었고 제로 붕괴율 이론의 답을 피터가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피터가 찾아낸 그 해답으로 카터 박사는 도마뱀 유전자를 이용하여 다리가 세 개 밖에 없는 쥐의 나머지 한 개의 다리를 재생하는 것에 성공한다. 그리고 자의반 타이반으로 무리하게 스스로 임상실험을 감행한다. 자신의 오른쪽 팔을 재생하기 위하여(카터 박사는 오른쪽 팔이 없는 장애인이었다). 오른쪽 팔은 재생되었지만 부작용으로 도마뱀 꼬리가 있는 괴물로 변했다. 그리고 그 괴물은 뉴욕시를 휘젖고 다닌다. 당연히 스파이더맨은 출동하고 사람들을 구하고 이 리자드맨과 싸운다. 피터는 리자드맨이 카터 박사임을 눈치채게 되고 스웬의 아버지에게 알린다. 스웬의 아버지는 피터의 말을 무시하는 듯 하지만 카터 박사에 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라고 명령한다. 꽉 막힌 경찰서장은 아닌 것이다. 일반적인 영화에서 등장하는 악당처럼 리자드맨도 자신만의 논리가 있다. 인간은 처음부터 약하게 태어났다. 그래서 자신은 인간의 신체 능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위대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카터 박사는 자신이 인류에게 주는 선물(gift)이라는 표현까지 한다. 기존에 카터 박사가 하는 일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도파민 호르몬 이상을 치료하는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카터 박사는 그런 질병과 장애을 뛰어넘어 인간이란 종 자체의 신체적 능력향상을 할 수 있다는 자만심에 빠진 것이다.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공중살포를 시도하려고 하지만 스웬, 스파이더맨, 스웬의 아버지에 의해 저지된다.
2탄을 암시하는 끝장면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후에 감옥에 있는 코너 박사와 누군가의 대화 장면이 이어진다. 그 누군가는 피터에게 아버지 얘기를 했냐고 물어본다. 코너는 안 했다고 하고 그 누군가는 그렇다면 코너를 좀 더 살려둬야겠다고 말한다. 코너는 피터를 내버려두라고 소리친다. 이 장면은 2탄를 암시한다. 피터의 아버지는 과연 어디에서 무엇을 했을까? 꼬마 피터를 삼촌집에 내팽개쳐두고. 피터는 아버지를 만나면 이것을 따질 것이다. 2탄가 기대된다.
(영화 끝)
이 영화가 던지는 화두, 질문들
피터를 어릴 때부터 보살펴준 숙모가 늦게 들어오고 이상해진 피터에게 한 말이 있다.
"비밀이 있으면 반드시 댓가가 있다."
피터는 자신이 향상된 신체능력에 기분이 좋았고 자신을 때린 친구에게 복수도 한다. 하지만 그 때문에 삼촌은 학교로 불려간다. 삼촌은 피터에게 묻는다. 복수하니 좋냐고. 피터는 말이 없다. 피터는 삼촌이 돌아가신 후에도 삼촌이 피터에게 남긴 음성메세지를 종종 듣는 것 같다. 삼촌은 피터에게 아버지 이상의 멘토 역할이었던 것 같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아니라는 것. 복수는 옳은 해결책이 아닐 수 있다는 것. 누구나 틀릴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스파이더맨이더라도. 삼촌과 숙모는 피터가 사춘기를 겪고 있고 이 열병을 무사히 넘기기를 바라고 응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춘기 고등학생 피터는 삼촌과 숙모가 하는 말들을 귀담아 듣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자신은 정의를 수호하고 경찰이 못잡는 범죄자를 잡는데 누가 나에게 뭐라고 할 수 있을까? 그건 스파이더맨 자신의 생각일 수 있다. 이 영화는 일반적인 영웅에 관한 정형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그런 요소들도 있다. 하지만 여러 생각할 것들을, 여러 화두와 질문들을 관객에게 던진다.
우선 첫 번째로 내가 능력이 된다면 남을 돕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라고 이 영화는 말한다. '책임이 아니라 선택'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기 바란다. 그러면 적어도 '선택보다 책임에 가깝다'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태어나서 누구도 스스로 컸을 리 없다. 누구나 세상에 빚을 지고 있다. 따라서 능력이 된다면 남을 돕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 선택이 아닌 책임인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이 영화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능력있는 자들, 권력있는 자들 그들이 항상 옳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이 능력도 있으니 선택도 옳을 것이라는 것은 착각일 수 있다. 그게 스파이더맨일지라도. 아니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지도자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전쟁이나 재앙에 휘말린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어떤 분야에 특별한 재능이나 능력이 있다고 해서 모든 분야에 재능이 있는 건 아니다. 피터는 신체적 능력이 뛰어나서 스파이더맨이 되었지만 정신적 능력은 사춘기 고등학생일 뿐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세 번째로 사춘기 청소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피터는 자신을 키워준 삼촌과 숙모에게 고마움을 느끼지만 자신을 간섭하는 것을 싫어하고 벗어나려고 한다. 오히려 아버지에 대하여 알려주지 않은 삼촌을 원망하며 집을 뛰쳐나간다. 스웬은 아버지가 경찰서장인 엄격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피터에게 끌린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님들과 자녀들은 서로에게 불만이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스웬과 피터를 통해 사춘기 자녀와의 갈등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그리고 이 영화는 네 번째로 인생의 본질에 대해 말한다. 이 영화를 끝부분에 피터가 집나간 피터에게 남긴 삼촌의 음성메세지를 듣는 장면이 있다. 삼촌의 메세지는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피터 너는 어릴 때부터 많은 의문을 가졌던 아이였다. 그 의문들을 가슴에 품고 살아라. 그 의문들을 삶의 원동력이다. 그리고 그것이 삶의 본질이다."
인생을 살면서 의문이 없다면, 결핍이 없다면, 고민이 없다면 어찌 제대로 산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끝나지 않은 숨바꼭질 놀이
피터에게 어릴 적 숨바꼭질 놀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피터에게 그 숨바꼴질 놀이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그 안에 있다. 그는 그것에 대하여 꾸준히 고민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고민들은 그의 삶의 원동력이고 활력이 되고 그의 삶의 본질이 될 것이다. 그 숨바꼭질 놀이가 끝나고 안 끝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그 많은 의문에 대하여 고민하고 숨바꼭질 놀이를 하는 과정이다. 아직 피터는 어리다. 그래서 스웬의 아버지가 죽어가며 부탁했던 약속을 잘못 해석던 것 같다. 스웬의 아버지는 죽어가면서 피터에게 스웬을 안전하게 하라는 약속을 부탁했다. 아직도 스웬 아버지의 '프라미스~'라는 말이 떠오른다.(그런데 스웬 아버지는 너무 갑자기 죽어버리셨다) 마치 청개구리처럼 피터는 그 약속을 스웬을 떠나라는 것으로 반대로 해석한다. 그 후로 피터는 스웬을 멀리한다. 스웬은 피터가 자신을 멀리하는 이유를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피터는 수업시간에 지각하고 스웬의 뒷자리에 앉으며 약속을 깨지는게 제 맛 이라고 스웬에게 속삭인다. 스웬은 미소짓는다. 아직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춘기 소년 피터, 그는 스파이더맨이다. 피터의 수업 지각을 나무라던 여자 교수님(이 분 어디서 많이 봤는데..)은 또 다른 명언을 말씀하신다.
"유명한 작가들은 문학은 10개의 주제로 분류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건 모두 틀렸다. 문학의 주제는 단 하나로부터 나온다. 그건 바로 '나는 누구인가?'이다."
맞다. 피터의 끝나지 않은 숨바꼭질 놀이는 아버지를 찾기 위한 것이지만 그 숨바꼭질 놀이의 근원은 바로 지신을 알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에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은 자신을 찾기 위한 숨바꼭질 놀이이다. 인생을 사는 목적은 문학의 주제와 마찬가지로 단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건 역시 바로 '나는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서이다. 피터가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던 많은 의문들, 그리고 끝나지 않은 숨바꼭질은 최종적으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이다. 이 질문에 대하여 끝없이 고민하는 것이 삶의 원동력이고 삶의 본질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이런 삶에 대한 고민이 왕성할 시기인 사춘기 고등학생을 스파이더맨으로 등장시켰다. 피터가 스파이더맨이 된 것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기 위한 수단일 것이다. 피터는 스파이더맨 활동을 통해 스스로 모르고 있던 자신을 발견하는 기쁨을 느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반 사람들도 스파이더맨이다. 스파이더맨은 특별한 신체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도 자신의 분야에서 다른 사람보다 향상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이는 말을 잘하고 어떤 이는 만드는 것을 잘 하고 어떤 이는 그림을 잘 그리고 어떤 이는 힘이 세고 어떤 이는 남의 말을 잘 들어준다(자신은 그런 특별한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아직 못 찾은 것이다). 우리는 그런 특별한 능력을 통해 더 자신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그래서 보통 사람 모두는 스파이더맨이다. 그리고 스파이더맨은 보통 사람들 중에 한 명이다.
영웅영화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함
이 영화는 스파이더맨이라는 영웅에 대해 자랑하는 그런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높은 제단 위에 홀로 빛나는 누구도 근접할 수 없는 영웅을 보통 사람들 속으로 데려왔다. 그것도 사춘기 고등학생으로. 그런 의미에서 영웅영화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다'라고 말한다. 그 고등학생은 자신의 죄책감을 감추기 위해 손목에 별문신이 있는 범죄자를 찾으려고 뉴욕의 정의를 수호한다는 허울좋은 명목으로 스파이더맨으로 활동한다. 그 범인은 벌써 예전에 그 별 문신을 지웠을지도 모르는데. 피터는 그런 식으로라도 삼촌에 대한 자신의 잘못을 보상받으려는지도 모른다. 이 영화가 던지는 또 다른 화두는 바로 이것이다. 되돌릴 수 없는 실수, 후회, 갚을 수 없는 빚에 대한 죄책감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 해결책으로 스파이더맨을 제시한다. 자신의 능력을 남을 돕는데 사용하라. 그건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다. 이것이 이 영화가 말하는 제일 큰 목소리일 것이다. 물론, 그 계기와 목적은 다를 수 있다. 피터처럼 죄책감에 대한 스스로의 위안일 수 있다. 하지만 남을 도우면서 되돌릴 수 없는 실수에 대한 치유가 가능하고 다른 중요한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 영화는 피터를 통해 그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피터가 놀라운 신체능력의 향상이 있었지만 그 때문에 삼촌과 숙모는 피터를 걱정했고 갈등이 깊어졌고 그리고 삼촌이 돌아가시게 되었다. 좋은 게 있다면 반드시 상응하는 댓가가 따른다는 세상 이치를 보여준다. 이건 숙모가 피터에게 한 말, '비밀이 있으면 반드시 댓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좋은 일이 있다고 그것에 가려진 다른 것을 보지 못하는 실수를 하지 말자.
4D, 놀라운 경험!
나는 처음으로 4D 영화를 경험했다. 의자 뒤에 서 나오는 바람, 옆에서 나오는 물, 앞에서 나오는 향기, 그리고 움직이는 의자는 영화에 푹 빠지게 했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의자가 움직일 때는 마치 청룡열차를 탄 기분이었다. 피터가 거미에 물릴 때 나 역시 물렸고 피터가 시궁창에 떨어졌을 때 나 역시 물이 튀기며 떨어졌다. 피터가 농어요리를 먹고 있을 때 방 안에 달콤한 향기가 나에게 전해왔다. 그리고 스파이더맨이 뉴욕시를 날아다닐 때 나 역시 날아다녔다.ㅎㅎ(의자가 움직였다) 스파이터맨 4D는 멋진 경험이었다!
영화의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간혹 어색한 장면들이 있었고 조금 부족한 연기가
느껴졌지만 이야기와 갈등의 전개, 관객에게 주는 메시지, 영웅과 삶에 대한 다양한 고민이 돋보인다. 그리고 가끔 아름다운 영상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본 스파이더맨 영화중에 최고다.
인상적인 장면 하나가 있었다. 리자드맨이 피터를 잡으려고 피터가 다니는 고등학교에 침입했다. 피터는 스파이더맨으로 변신해서 리자드맨과 싸우며 학교 안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었다. 헤드폰을 쓰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시는 선생님은 뒤쪽에 난리가 난 것을 모르고 평소처럼 업무를 보신다. 재밌는 모습.^^
피터가 마트에서 무엇을 사고 계산하려고 했을 때 몇 센트가 모자라서 계산대 옆에 있는 바구니에서 동전을 가져와서 계산대에 놓자 점원은 그것은 10달러 이상일 때에만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마트에서는 일정 금액 이상이면 모자라는 잔돈은 계산대 옆의 바구니에서 가져와서 계산할 수 있나?
예스24에서 '스파이더맨 4DX'를 선택하면 스파이더맨 포스터가 보이지 않는다(아무래도 버그같음). 그래서 포스터가 보이는 3D디지털을 선택했다.

- 좋아요
- 6
- 댓글
- 4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