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제(사진). 그를 질러 ‘바람의 사나이’라고 한다. 그는 여자와 돈과 술‥‥ 기타 세속의 것을 멀리한다. 남자가 돈과 여자를 싫어하다니 화성인인가? 아니면 도 닦는 스님?

경북 청송이 고향인 조길제 작가는 살아온 삶과 경력이 여느 작가와 달리 특이한 편이다. 특전사 출신인 그는 보디빌딩 전국대회에 우승한 적이 있으며 80Kg짜리 쌀 두 가마니 정도는 가볍게 들어 올릴 만큼 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이번에 내 놓은 ‘빛과 바람’의 내용 가운데 UFC(미국 종합 격투기) 이야기가 상당 부분 차지하는 것도 그가 각종 무술의 핵심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러나 강한 체력보다 강한 정신을 더 지향한다. 맑은 정신으로 자연인의 삶을 꿈꾼다. 요즘 TV에 소개되는 오지 산 속의 자연인의 모습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나홀로’ 사는 삶은 닮았으나 그렇다고 은둔자는 아니다.

그는 인간의 삶이 저당잡혀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깊은 산 속에 둥지를 트고 소설을 쓰는 이유도 저당잡힌 삶의 허망함, 껍질뿐인 사랑에 경종을 울리고 참사랑의 소중함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다.

그는 한때 사주 관상에 대해서도 천착했다. 사람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앞날의 운명이 감지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돗자리를 깔아본 적은 없다. 앞으로도 그쪽으로 나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오랫동안 사주 관상에 대해 공부했는데 어느 날 문득 사주 관상 너머에 뭔가가 있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아직 공부가 부족해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사람들이 사주 등속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보다 강한 정신력으로 운명을 개척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그는 소설을 쓰는 이유에 대해 한마디로 이렇게 말했다.

“사랑 때문이죠. 아프고 외로운 사람일수록 사랑에 목말라 합니다. 요즘 청소년들의 자살이 늘고 있는 것도 사랑의 결핍에서 오는 원인이 크다고 봅니다. 자살하는 아이들은 사막같은 세상에 저항하듯 몸을 내던집니다. 이들을 받아줘야 합니다. ‘빛과 바람’은 3년에 걸쳐 자료를 모아 만들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참된 사랑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고 싶었어요. 소외된 이웃과 아이들에게 위로가 된다면 더 이상 보람이 없겠습니다.”

‘빛과 바람’은 애정소설 형식을 취한 성장소설이다. 어릴 적부터 몸이 약한 주인공 덕산이 어떻게 해서 영육이 강건한 청년으로 성장하는지, 또 성장한 후에도 형 해산과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해 나가는지, 핍박과 실패 성공의 과정을 밀도있게 담았다. ‘빛과 바람’은 UFC 팬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술 전문가가 본 UFC 전설들의 격투기술을 화면이 아닌 글 속에서 해답을 주기 때문이다.

이정규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