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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6.4
[eBook] 채만식 레디메이드 인생 (근현대 한국문학 읽기 177)
- 글쓴이
- 채만식 저
책다름
봄 하늘이 맑게 개었다. 햇볕이 살이 올라 포근히 온몸을 싸고돈다. 덕석같은 겨울외투를 벗어 버리고 말쑥말쑥하게 새로 지은 경쾌한 춘추복의 젊은이들이 봄볕처럼 명랑하게 오고가고 한다.
멋장이로 차린 여자들의 목도리가 나비같이 보드랍게 나부낀다. 그 오동보동한 비단 다리를 바라다 보노라니 P는 전에 먹던 치킨 카츠가 생각이 났다.
창을 활활 열어젖힌 전차 속의 봄 사람들을 보니 P도 전차를 잡아타고 교외나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크림맛을 못 본 지 몇 달이 된 낡은 구두, 구기적거린 양복바지, 양편 포둹이 오뉴월 쇠불알같이 축 처진 양복저고리, 땟국 묻은 와이샤쓰와 배배꼬인 넥타이, 엿장수가 이전어치 주마던 낡은 모자, 이렇게 아래로부터 훑어올려보며 생각하니 교외의 산보는커녕 얼핏 돌아가서 차라리 이불을 뒤쓰고 드러눕고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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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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