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 소설

아자아자
- 작성일
- 2018.7.27
19호실로 가다
- 글쓴이
- 도리스 레싱 저
문예출판사
<표지와 제목에 대한 느낌>
노란 문과 커튼을 바라보는 여인의 뒷모습.
여인은 노란색(봄, 시작, 희망)을 보는 걸까, 그 너머를 보는 걸까.
침대에 앉은 뒷모습이 편안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책은>
서평모집 당첨 도서
<저자는>
저 : 도리스 레싱 ---발췌하다
작가 도리스 레싱은 현대의 사상·제도·관습·이념 속에 담긴 편견과 위선을 냉철한 비판 정신과 지적인 문체로 파헤쳐 문명의 부조리성을 규명함으로써 사회성 짙은 작품세계를 보여준 영국의 여성 소설가이자 산문 작가이다.
영국인으로서 영국의 아프리카 식민지 로디지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녀는 특히 인종차별 문제, 여성의 권리 회복 문제, 이념 간의 갈등 문제 등에 깊이 천착했다. 그녀의 날카로운 정치 의식과 사회비판 의식은 전통과 권위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어리석음, 반가치 등의 집단 폭력으로부터 인간 개인의 개성적인 삶과 사상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
<책읽고 느낀 바>
그랜드 마더스/를 서평 응모하며 다른책 응모를 철회했건만 교류하는 분들은 여럿 당첨되었음에도 내 아이디는 없었던 책. 시간이 흐른 뒤 토론 거리가 될 수 있었던 그 책을 산 것도 같고 선물받은 것도 같다는 희미한 기억. 도리스 레싱은 이렇게 기억된 저자인데 이제서야 접할 시간이 되었던 모양이다.
단편 11개가 수록되었음에도 방대한 페이지는 아니다. 휙휙 넘어가지 않았다. 보통의 관점에서 보는 소설이 아니다. 예상하기 어려운 전개면서 심리묘사는 섬세하다. 밝고 긍정적인 게 아닌 우수에 젖고 우울도 있는 무미건조하다라고 치부하기엔 서정성도 있다.
11편의 단편 중 3편만 쏙 들어왔고 나머지는 신중하게 읽었으되 모호했다. 조금 난해한 편으로 억지로 이해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약간은 추상적인 면을 보는 듯한데 독자몫인가 이해했다. 맘에 든 이 3편만 내 식으로 이해했어도 만족이다.
최종후보에서 하나 빼기
한 마디로 말하면 그레이엄 스펜스가 바버라 콜스를 정복하기 위해 부단히 애쓴 이야기.
결혼 20년째인 그는 아내와 이혼 직전까지 갔으나 마지막 순간에 생각을 바꿨다. 그 아가씨를 실망시킨 댓가는 아내와의 지속된 결혼 생활로 이어졌고 처음 10년은 치열하고 살벌하게 싸우고, 싸웠으나 이제는 서로를 이해하는 단계. 대개가 거기서거기 라고 생각하는 건 자기 자로 남을 재기 때문이다.
가난한 청년이 책을 내 첫 권은 성공했으나 두 번째 책은 기억하는 이 없는 게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잘하는 게 서평 쓰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가장의 책무를 다하며 자신이 맘먹은대로 인터뷰하는 여자들을 요리했고, 요리할 수 있다는 자부심은 대체로 성공했다. 우연히 본 바버라 콜스를 함락(?)시키기 위해 자연스런 작전을 짰고 계획대로 밀어부친다.
보통 여자인 그녀가 수법에 걸리지 않자 당황한다. 끌어안고 격렬한 키스를 퍼붓지만 맘대로 안되자 꽉 끌어안은 채로 온통 여기저기 침만 잔뜩 발라댄다. 승부욕은 정복욕으로 변하고 성취욕으로 치닫는다. 너무 용을 써서 결정적인 순간에 발기가 안되고. 유부녀인 그녀가 수동으로 분출을 시키는 사태를 맞는다. 그녀 입장서 보자면 좋아서가 아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계속 덤빌 것이기에. 결국 그의 참패로 끝나는데 제목이 얼마나 기막힌가.
목격자
늙은 남자는 30년째 한 직장에 근무하지만 그에게 관심을 주는 사람은 없다. 노처녀와 타이피스트 여직원 그리고 남자보다 더 나이 많은 사장님. 노처녀는 일을 잘했고 파워도 세다. 늙은 남자는 앵무새와 개를 키우는데 반려로써보다 주인집 아주머니의 심기를 건드리기 위해 키운다. 마찬가지로 사무실에서 자신에게 질문을 하면 대답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투명인간 취급이지 그에게 질문은 돌아오지 않는다.
10대 여직원이 입사하는데 천방지축 말괄량이 삐삐다. 마니의 사고와 행동은 어이상실이다. 노처녀마저도 일단 관찰하는지 말을 잃었다. 예측불가인 마니는 사장실에 들어가면 나오질 않는다. 마니 아빠와 사장이 친구라서 입사했다는데 믿어야할 지 말 지. 이상한 건 여직원들 말이라면 싫은 기색을 안보이던 사장이 마니만 감싸고 여직원들을 성질나게 만든다. 모두 한 번씩 감정 폭발을 일으키고 마니는 울고 불고 사장에게 하소연하는데. 늙은 남자는 마니를 위로한다.
벌레 보듯 했는데 위로를 받아서인지 고분고분 자신을 따라온다. 늙은 남자의 집에 갔다가 기겁을 하며 나온다. 어차피 잠시 머무는 집이라 남의 집에 자신의 물건은 새와 개 그리고 침대. 인터넷 구매한 사진들뿐. 애초에 남의 사진도 도배된 상태였거늘 변태취급당한 게 늙은 남자는 부끄럽기도 하고 억울한 맘도 든다. 한번만 더 술 취해 출근하면 해고라는 경고도 받았건만 그렇게 출근에 이른다. 빼꼼이 열린 사장실 문틈을 들여다보니 마니는 사장 의자에 앉아 있고 사장은 연신 마니를 핥느라 정신이 없다.
목격자라서 해고를 당한 건지, 술 취해 출근해선지 늙은 남자는 알 수 없으나 열불이 난다. 마니에게 사장은 자신보다 더 나이가 많다고 말해 주지 못한게 걸린다.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한 여직원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적응한 분위기가 어색했지만 그들에게 인사를 못한 게 아쉽다. 자신을 궁금해할 사람 한 명 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사장은 그랬었다. 누군가 복이 통째로 굴러 들어와 복 터진 사람이 있다고. 마니인 줄 알았더니 사장이었네 라는 뒤늦은 깨달음. 목격자 라는 제목도 환상이다.
19호실로 가다
지성의 실패에 관한 이야기 라고 밝힌다.
매슈는 대형 신문사 차장급 기자, 수전은 광고회사에서 일했는데 둘다 벌이가 좋았다. 둘은 달콤쌉싸름한 사랑도 서너 번의 경험이 있고, 친구들이 결혼을 일찍해 아쉬워하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많은 이들이 인정하는 잘 어울리는 커플로 20대 늦은 나이에 결혼했다. 서로가 지성으로 대화하고 사랑했으며 자녀들도 아들, 딸, 쌍둥이 남매를 환상적 조합으로 낳았다. 육아에 있어서 헌신하는 수전과 가장의 책무를 다하는 매슈는 여전히 애정전선에 이상 없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서-어쩌면 조금씩 빈둥지증후군이 발발하는 것 같은- 수전은 새로이 일을 시작해도 되는 상황. 일해 주는 분도 성실했으나 수전의 응답을 늘 들어야하는 사람인게 조금 피곤한 일. 굳이 말하자면 사건의 시작은 매슈가 잠시 바람을 피웠다고 고백하는데 수전의 가슴이 아무렇지 않다는 것. 매슈를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어찌 분노나 배신감 나아가 질투가 나지 않을까. 수전은 그게 이상하고 이상했다. 그러면서 마음 속이 텅 빈 듯한 불안이 자리한다. 그걸 적이라고 표현하는데 실체가 없지만 있다고 느끼는 적 말이다.
육아 우울증이라고 보기엔 과도할만치 수전은 불안해하고 허전해한다. 자신만의 방이 필요하대서 정해주지만 그 안에서 더 갑갑증을 느끼니 그 방은 있으나마나. 살기 위한 방편으로 남편에게 돈을 받아서 먼 곳의 남루한 호텔 19호실에서 쉰다. 시간제를 써도 종일요금을 낸다. 지배인은 지극히 사무적이라 편안했고 19호실이 대실일 때는 기다렸다 머문다. 수전은 그 남루한 방에서 오로지 의자에 앉아있다만 나온다. 19호실만이 그녀의 숨통이다. 그 안에서만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자신의 집으로 와도 자신을 19호실에 두고 왔다고 여겨진다.
모든 것들이 귀찮아서, 시시각각 챙겨야하는 것들에서 벗어나고파 젊은 보모를 고용한다. 보모는 안주인 역할을 잘 해내고 가족들도 적응하는데 수전만 불안하다. 자신이 있어야할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왜 집에서 편안함을 얻지 못할까.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사랑하는 것도 아닌 상태.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사랑한다고 느껴지지 않는 상태. 광고일을 시작하면 될텐데 그것도 아니고. 정신과상담 같은 건 아예 등장하질 않는다. 그저 그녀가 말라가는 과정이 있다. 그러다 안식을 찾기에 이르는 결말에서 화가 났다. 추리소설도 아니건만 반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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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문예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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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