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쓰기와 책

키미스
- 작성일
- 2018.10.28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 글쓴이
- 이다혜 저
위즈덤하우스
글을 처음부터 막힘없이 술술 잘 쓰는 사람이 있을까? 글이란 존재는 일단 시작을 해야 뭐라도 쓸 수 있지만 무얼 어떻게 써야할 지 막막하기도 하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싹 사라져 어떤 글을 쓰면 좋을 지 답답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떻게든 쓰고싶은 뭔가를 찾아 한 자 한 자 공들여 써나가다보면 어느새 한 편의 글이 완성되는 걸 보면 좀 신기하기까지하다. 즉, 흰 여백의 종이를, 깜박이는 커서를 뚫어져라 보기만 해서는 글이 나오지 않는다. 어떤 글자라도 쓰여야 한다.
이 책은 글을 단순히 육하원칙에 따라 혹은 정형화된 흐름도대로 쓰여지진 않은 것 같다. 어쩜 목차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암튼 다양하게 보다 더 세세하게 글쓰기에 대해 사유하고 또 사유한 결과물을 담고 있다.
그 사유의 결과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글쓰기는 일단 습관처럼 익숙해지고 마감처럼 기한이 있어 반드시 써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야 글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글을 써야하기에 여기 글을 쓰는데 앞서 감안하면 좋은 것들을 일러준다.
※ 글쓰기 루틴, 글쓰기 전에 하는 준비동작(p44~46)
1. 장소 만들기
2. 시간 정하기
3. 음악 고르기
4. 손 씻기, 향초 켜기
5. 청소하기
6. 마감
이렇듯 어느 것이든 준비동작을 하고 글을 쓰면 좋다는 것인데 이 중 마감이 가장 눈에 들어온다. 나 역시 책을 읽고 서평을 써야하는 경우가 많은데 책은 읽었으되 내용에 대해 어떤 글을 쓰면 좋을지 쉽게 쓰지 못하고 생각이 정리되지 못한 채 자꾸만 겉으로 맴돌거나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나머지 미루다가 좀처럼 쓰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럴 때 반드시 글을 쓰게끔 도와주는 것이 '마감' 즉 서평을 써야할 기한이다. 기한이 다가오면 반드시 조금 더 좋은 글을 써야지하고 벼르기만 하던 마음에 제동을 걸고 무슨 말이든, 어떤 말이든 일단 주욱 써내려가게 만든다.
그렇다. 정말 뭐라도 써야 글이 된다. 그렇지만 퇴고는 꼭 해야한다.(p161) 꼭! 여타의 이야기도 좋았지만 특히 퇴고에 관한 이야기는 무척 많이 공감도 되고 나의 글쓰기에 대해 고쳐야할 부분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다. 한 가지 깨달은 건 은연중에 나도 -것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 건 아닌지 앞으로 글을 써나가면서 확인해보아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
아주 풍부한 사례와 책 인용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는 사유가 몹시 깊고 진하다보니 글쓰기와 관련된 건 아주 조금 묻히는 느낌도 든다. 글과 글쓰기를 심도깊게 논하면서도 이러저러한 책에 관한 이야기도 많다보니 비단 글쓰기만이 아닌 책에 관한 이야기라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물론 책과 읽기, 글과 쓰기, 이들은 애당초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기도 하지만 책읽기와 글쓰기가 보다 더 농도깊게 끈끈하게 결합된 느낌이랄까?
그리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글에는 괜스레 어렵게 쓰여진 경우도 있지만 알고보면 그 글은 그렇게 어렵게 쓰여질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엔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하지만 어쩐지 어려운 글은 여전히 선뜻 읽을 수 있을 것 같진 않지만 노력은 필요하다.
[ 철학서를 읽을 때든 고전소설을 읽을 때든 한번쯤은 깊이 생각하며 어려움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며 읽어봐야 합니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무지 풀리지 않는 글이라면 글을 풀어내기위해 깊이 고민해봐야 하고, 설령 읽는 사람에게 다소 어려운 글이라 하더라도 도전해보기를 권합니다. ] p279
어렵다 생각해 피하고 지나치기보다는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앞으로는 꾸준히 도전해봐야겠다. 책읽기든 글쓰기든, 시작이 반이다. 그리고 이제 막 책을 읽기 시작한 사람은 조금 더 많은 책을 접한 뒤에 보면 좋겠고 글을 이제부터 써보려고 하는 사람보다는 어느 정도는 써 본 사람이 보면 참 좋을 것 같다. 앞으로 조금이라도 더 잘 읽고 쓰기 위해서 꼭 한 번쯤 만나야 할 책이다.
누구나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사유한 결과, 잘 쓰여졌다 생각해주는 이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글의 사유가 깊어지면 질수록 글에서도 그 사유가 새록새록 돋아나 어느덧, 잘 쓰는 사람이 되어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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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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