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미스
  1. 읽고 끄적이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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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글쓴이
유성호 저
21세기북스
평균
별점8.3 (298)
키미스

울음이 난다.
슬프고 또 슬프다.
울어 울어 내 눈물이
강이 되고 바다가 되고 구름이 되어
하늘에 가 닿을 수 있다면 울어도 울어도 한없이 기쁠 텐데...

 

올해 초 외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연달아 떠나보내었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란 말이 가슴깊이 와닿는 한 해였다.

 

그래도 힘내서 살아봐야겠지만 문득 문득 그 분들이 너무나도 그리울 때가 있다.
그곳에서 부디 평안하고도 또 평안한 마음으로 지내시길 빌어본다.

 

 

 

이 글은 2006년 12월 31일에 끄적인 글이다. 그해 2월과 3월 나는 외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죽음'을 겪었다. 솔직히 말해 외할아버지의 죽음은 평소 늘 아프신 탓에 어느 정도 각오했던 데다 가끔 뵐 뿐이어서 그런지 그렇게까지 와닿지 않았었는데, 어려서부터 같이 살았고 나와 같은 방을 쓰던 할머니의 죽음은 너무나도 예상치 못한 급작스럽게 일어난 일인데다 현장을 목격한 탓에 순간적으로 하늘이 어두컴컴하게 변하고 다리가 몹시 후들거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듯 죽음은 언제 어느 순간 어떻게 다가올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기에 무척 두렵고도 두렵다. 하지만 아무리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겪었다한들 나자신의 일은 아니므로 지금으로선 조금 멀게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아니,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것일게다. 피할 수 있다면 최대한 멀리까지 피하고 또 피하려 애쓰는 건지도.

 

[ 다들 자신의 죽음은 먼 미래의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죽음이 내일 오든, 몇 십 년 후에 오든 상관없이 지금 이 순간 내가 죽는다는 사실을 겸허히 인정하는 일이 필요하다. ]p238

 

그런 '죽음'에 대해 다룬 책, 역시 피할 수도 있었겠지만 먼저 다가와 준, 자주 발자국을 남겼으며 다정스레 말을 건네던 이의 너무나도 갑작스런 죽음은 나를 또 한 번 '죽음'을 아주 가까이에서 생생히 느끼게 해주었다. 그래서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강의라는 부제가 붙은,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다소 섬뜩한 제목의 이 책이 만나보고 싶어졌다. '죽음'이란 무엇이고 가까운 이를 비롯한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 알 수만 있다면 알고 싶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이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촉탁 법의관을 겸임하고 있는 저자는 자칫 어려울 수 있는 '법의학'이라는 학문과 관련 용어, '죽음'에 대해 알아 듣기 쉽게 설명해주는 것은 물론, 여러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사례와 경험담을 통해 담담하게 들려준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 중에 가장 충격적인 것은 그 누구의 죽음도 아닌 바로 '법의학자의 수'였다.
 
[ 현재 우리나라의 법의학자 수는 정확히 40명이다. ]p49

 

어딘가에 모일 일이 있어서 움직이게 되면 같이가 아닌 따로 움직인다고 한다.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사고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데, 우스갯소리같이 들릴 수도 있지만 40명이라는 숫자를 감안하면 그리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그치만 이는 정말 당혹감을 금치 못할 일이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사정을 들여다보면 씁쓸함에 한숨만 나온다.

 

이밖에도 언젠가 TV에서 접했던 국내 첫 '존엄사'라고 할 수 있는 김 할머니 사건, 그런 존엄사를 비롯한 여러 죽음에 대해 차근히 들여다볼 수 있었고 심도깊게 다룬 '자살'에 대해선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자살은 결코 문제의 해결책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나를 사랑하고 있지만 표현하지 못하던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심리적 고통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던져준다.

 

결코 자살은 자기 통제 수단의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하찮게 여기는 정서적 감정, 사회로부터 소속감이 없어지는 기분, 자포자기와 체념 및 절망 등의 정서 문제에 의해서 발생한다. p202

 

또 자살과 관련해 유전적인 요인이 있을 수 있다는 것과 알코올과의 연관성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알코올의 힘을 빌려 자살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데 그건 알코올. 즉 술에 만취해 있을 때보다 깨어날 때 극도의 우울감을 겪으며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한 순간에 욱-해서가 아니라 오래 고심한 끝에 이뤄진다는 것도 의외여서 무척 놀라운 사실이었다.

 

자살은 몹시 외롭고도 슬픈 일이다... .

 


***

 


작년에 법의학자와 검사가 등장하는 드라마를 넘 흥미진진하고도 재밌게 본 적이 있다. 그 드라마에서도 무수히 많은 죽음이 그려졌는데 순간순간 울컥하고 안타까웠으며 몹시 슬프면서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그 '죽음'에 대해선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랬던 '죽음'에 대해,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읽으며 언젠가 다가올 '죽음'에 대해 보다 더 깊이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전히 멀리하고 싶고 피하고 싶은 죽음은 늘 가까이에 있다. 이 책을 계기로 언제가 될 지 모르기에 두렵고도 먼 일 같지만 차분히 자신의 마지막이 어땠으면 좋을지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생각해보면 좋겠다. 이 책에 나온 한국 미용계의 대모, 그레이스 리의 장례식처럼 국화 대신 장미를, 곡 대신 탱고를 틀고 와인 한 잔을 마시며 추모를 해달라는 유언을 남겨봐도 좋을 테다. 법의학에 관심이 있고 어떤 죽음이든 '죽음'이라는 걸 생각하고 있다면 이 책을 꼬옥 만나보길 바란다. 새롭게 다가오는 '죽음'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마지막을 스스로 마무리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가지의 삶이 있고 100가지의 죽음이 있는 것이다.
   나만의 고유성은 죽음에서도 발휘되어야 하지 않을까?
   죽음과 친숙한 삶이야말로 더욱 빛나고 아름다운 삶으로 새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꼭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이 죽음으로 삶을 묻는 이유다. p246


아직은 전혀 감도 오지 않지만 나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지금 생각해봄에... 깔끔하고도 아름다운, 내가 너무너무 행복한 마무리가 될 수 있길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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