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볼만한 영화
서유당
- 작성일
- 2017.2.21
더 킹
- 감독
- 한재림
- 제작 / 장르
- 한국
- 개봉일
- 2017년 1월 18일
537. 더 킹...대한민국의 왕은 누구인가?
野火燒不盡 春風吹又生(들불은 놓아도 다 타지않으나 봄바람이 불면 다시 살아난다) 한강식(정우성)이 기회를 엿보며 납작 엎드린 상태에서 노무현 정권 당시 자신이 처한 현실을 토로하고 있는 영화의 장면이다. 비리검사의 전형이자 정치검사인 한강식은 작금의 정치 현실과 오버랩 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과연 진정한 이 나라의 왕은 누구일까를 곰곰이 되짚어보게 하는 영화 더 킹을 본 소감을 피력하고자 한다.
양아치 건달 출신의 박태수(조인성) 검사는 소위 말하는 줄서기의 대명사다. 비록 가정환경은 바닥을 기고 있으나 어느날 그에게 꿈이 생겼다. 양아치 아버지(정성모)조차 꼼짝하지 못하게 만드는 젊은 양복입은 신사는 그의 롤모델이 된 것. 바로 그 모델이 검사였다. 태수의 인생은 변하기 시작한다. 개천에 용이 나듯 S대 법대에 합격, 그리고 고시준비, 별 기대도 하지 않던 사시에 패스.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나아간다. 거기에 부잣집 딸과의 정략결혼에도 골인. 촉망받는 검사 생활이 시작된다. 하지만 화려한 검사의 이면엔 날밤 지새우는 고역의 검사생활이 기다리고 있었고 결코 화려한 비상 같은 건 꿈꿀 시간조차 없었다. 그러던 차에 성추행범인 현직 교사 사건을 맡으면서 ‘정의’를 시험하는 시험대에 오르고 당당히 그 정의는 개나 줘버리는 결과와 함께 정치검사이자 실세인 중앙지검 전략3부 한강식 부장 검사 밑으로 들어간다. 일순간 성공을 약속받은 것처럼 그들만의 세상에 합류하면서 정점을 찍는다. 그러나 권력도 마냥 유지될 수는 없는 법, 해가 뜨면 지기 마련이듯이 정권은 5년마다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 다시 줄서기에 나서는 한강식 라인.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한강식에게 몰려드는 철새지향형 검사들. 한강식이 어디에 낙점하느냐에 따라 향후 5년이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결국 이번에도 한강식은 승기를 잡는다. 시기 마다 유효적절하게 숙성된 김치를 내놓듯이 소스를 제공, 정권 탄생의 주역이 된다. 이렇게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을 거쳐, 김대중 정권에 이르기까지 최상층을 향해 거침없이 전진한다. 하지만 마냥 승리하면 얼마나 좋으련만 노무현 정권 태동과 함께 한강식 라인은 추풍낙엽이 된다. 하루 아침에 박태수는 지방 좌천, 한강식 역시 정권 눈치를 보며 서두에 꺼낸 한자 상황을 맞이하며 숨죽이고 버티고 있다.
한편, 한강식의 배경인 목포 들개파의 김응수(김의성)와 박태수의 동창이자 들개파의 서울지부장인 최두일(류준열) 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고 급기야 최두일이 감옥으로 간 사이 최두일파는 와해직전으로 몰린다. 물론 김응수의 반격에 무너진 것이다. 이 시기 박태수의 생활은 무위도식의 표본이자 그 옛날 한량의 전형이 연출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마져 구속되고, 급기야 옷을 벗는 지경에 이른다. 검찰 내사가 시작되자 한강식의 꼬리자르기 및 토사구팽의 희생양이 된 박태수, 친구 최두일도 잃고 권력에서도 밀려나고 한 마디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에서 마지막 반전에 나선다. 일명 한강식 물고늘어지기 작전이자 인생 역전을 노린 묵직한 한 방이다.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하지만 냉정하고 쿨하면서도 정의감에 불타는 검찰 내사과의 안희연(김소진) 검사와 결탁, 한강식 라인을 침몰시키기 위한 작전에 들어간다.
영화는 현 정치 상황과 교차되면서 묘한 분위기를 만들고 결과는 씁쓸함을 자아낸다. 연일 특검 소식에, 검찰이 어떻고 하면서 눈만 뜨면 검사 관련 뉴스가 세상을 덮고 있다. 그런 가운데 사건의 중심에 선 김기춘 비서실장과 우병우 수석,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까지 가세한 대한민국의 왕이 되고자 하던 권력의 정점에 섰던 이들이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날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 여론의 향배에 달렸다고는 하지만 정의가 살아있다면 역사는 결코 외면하지 않겠지. 결코 한강식 같은 정치검사가 판치는 나라가 아님을 국민들이 시퍼렇게 눈뜨고 지켜보고 있는 한.
어설프게 시작된 영화가 진한 여운을 남기며 끝을 맺고 있다. 통쾌함 보다는 권력의 비호하에 그동안 당한 서민, 혹은 국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힐 묘수는 없을까. 또한 언제까지 재탕, 삼탕으로 얼룩진 정치검사의 횡보를 지켜볼지.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는 말이 지금껏 틀린 적이 없다. 보여주기식 치고빠지는 눈치보기 대명사인 일선검사들의 소신없는 행동으로 희생되는 이면의 삶을 돌아볼 진정한 국민의 충복은 존재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영화라 개운치 않다. 박태수에게 마냥 박수를 칠 수만은 없다는 게 영화를 본 후의 솔직한 감정이다. 촛불집회와 반대집회로 나뉘어진 탄핵 정국에서 정의의 잣대가 올바로 서는 사회를 기대하는 건 욕심일까. 일말의 희망을 대한민국에 걸어본다. 안희연 같은 정의사도를 기다리며. 기꺼이 추천,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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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