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국내에서 영화를 보게 되면 원제목이 뭔가를 유심히 바라보게 된다. 한국 사람들이 홍보용 카피나 제목 같은 것에 민감하고, 그리고 헐리우드와는 정서가 다르기 때문에 홍보를 위해서 제목을 한국식으로 붙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27번의 결혼 리허설] 이라는 제목은 그런 의미에서 의미 불명의 제목이라고 생각된다. 영화 그 어디에도 주인공은 자기 자신의 결혼 리허설이라는 생각으로 다른 사람의 들러리를 서준 적이 없다.

 

영화의 원제는 '27 Dress'

 

즉, 27벌의 들러리용 드레스라는 것이 영화 자체로서는 상당히 중요한 소재이기 때문에 제목으로 까지 등장한 것인데 그것이 여지 없이 리허설이라는 엉뚱한 제목으로 바뀌어 버렸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의 재미를 가장 많이 반감 시켰던 이유가 이 제목에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훌륭하다. 배우들의 개성도 뛰어나고 연기도 좋았다. 미술적으로도 훌륭했고,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좋은 시나리오를 판단하는 여러가지 기준이 있겠지만 좋은 시나리오이면서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요건은 관객들이 영화를 볼때 빠져 들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가장 있어서는 안될 것이 '거슬림' 이 아닐까?

 

영화를 보면서 거슬리는 것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전체적인 색 밸런스 부터 시작해서, 부자연스러운 연기, 억지스러운 시츄에이션, 거슬리는 화면 연결방식, 분위기에 맞지 않는 연기, 어설픈 대사 등등 무수히 많은 것이 있겠지만, 그 무수한 것들이 거슬려서는 곤란하다.

 

이 영화의 경우 영화 자체로는 거슬리는 면이 거의 없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말 제목이 무척 거슬리는 것 때문에 점수를 낮게 줄 수 밖에 없다. 영화 수입 업자들이 조금 더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요인이 이런 것인데, 최근 헐리우드의 러브 로맨스나 러브 코미디 영화들 중에서 이런 식으로 제목이 왜곡되어 있는  영화들이 무척 많다는 것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짜증이 났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 중에 하나는, 이런 스타일의 러브 코미디류는 대개 남자에게 프로포즈 받고 행복해지는 여자의 모습을 그리는 경우가 많은 것과 달리, 여자 주인공이 적극적으로 남자에게 프로포즈를 한다는 점이다. 그것도 선상에서 마이크를 들고... 21세기식이라고나 할지...

 

데이트 무비로서는 솔찍히 별로였다고 생각한다. 27벌의 드레스라든가, 27명의 들러리라든가, 하는 것들이 데이트 무비로서 서로 사귀고 있는 남녀간의 릴레이션쉽을 돈독하게 하고 사랑하는 감정이 보다 무르익게 만든다기 보다는, 갓 결혼한 신혼 부부들에게 쓴웃음을 짓게 만들면서 즐겁게 해주는 요소가 더 많기 때문이랄지...

 

가능하면 젊은 부부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