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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작가 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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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쓴 편지








다시 편지를 씁니다.




사흘을 내리


잠만 잤다는 표현이 옳을 것 같습니다.


돌아와 답글을 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뭐랄까, 실컷 작별을 고해놓고는


다음날 다시 전화를 걸어야 하는 느낌이랄까요?


아무튼 그랬습니다. 고민 끝에


편지를 쓰기로 했습니다.


즉 이것은


마지막회와 작가레터에 달아주신 글들에 대한


저의 마지막 답글이라 여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선 질문이 하나 눈에 띄어


답변을 한 후 편지를 이어가겠습니다.


이것이 끝인가요? 윤미님의 질문이신데...


이보다 좀 더 이어지는 산에서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에필로그에서 <그의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뭔가 끊어진 듯한 그 느낌은 그렇게 책에서 이어질 것입니다.


부디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런데




편지를 쓴다고는 했지만... 딱히 무슨 말을 써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생각 끝에 이 글을 쓰면서 작업과 함께 한 여러 소품, 이런 저런


디테일한 요소들을 소개해볼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이런 것들은


책을 낼 때 작가의 말이니 그런 기회를 통해서도 무척 말하기 힘든 것들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즉 한 마디로 시시콜콜한


뒷담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저 재미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침마다 뜨던 무지개


 




 


 


 


 


 


 


 


 




말이 작업실이지 그야말로 책상과 노트북, 이불이 전부인 방이었습니다.


대략 아침 8시 정도... 즉 원고를 끝내고 전송하기 직전... 여유가 있으면


차라도 한 잔 마시며 원고를 되짚어 보는 그런 시간... 꼭 그 시간마다


5분 정도 너무나 선명한 한 줄의 무지개가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습니다.


우와 하다가... 결국 화장실의 거울과 그 시간, 마침 그 각도로


반사된 햇살의 합작품임을 알 수 있었는데... 어쨌거나 매우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저 무지개 덕분에 저는 매일 아침


잘 될거야,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었습니다.




 


동정의 미니 쿠페


 



미니카니까 사진도 조그맣게 - 언젠가 연휴를


맞아 아내와 아들녀석이 작업실을 찾아 온 적이


있었습니다. 잘 놀고 잘 먹고... 그리고 돌아가기 전


아들녀석이 방 안을 스윽 둘러보더니 아빠... 하고


뭔가를 내밀었습니다. 심심하면 이거 가지고 놀아! 아마 녀석의 눈에도


도대체 여기서 뭘하고 지낼까, 심각하게 심심해 보이는 방이었나


봅니다. 그러니까 그... 너 참 불쌍해서 준다는 느낌의 미니카를 


아이고 녀석아, 하는 생각으로 말없이 받아 두었습니다.




그리고 한참 후... 텅 빈 방안에서 문득 미니 쿠페를 굴리며 놀고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뭐야 이건 좀 심각하잖아


생각을 하면서도 종종 차를 굴리며 글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도


 



특별한 종교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기도를 올릴 수 있는 어떤 대상이


간절히 필요했습니다. 대학로 근처의


어느 성구점에서 저는 작은 그리스도상


하나를 샀고... 작업실의 책상 위에


그 은빛의 십자가를 올려 놓았습니다.


매일 글을 쓰기 전 꼭 어떤 형태로든


기도를 올렸습니다. 다만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위로해 줄 수 있는 글을


쓰게 해달라 기도를 한 것입니다.


정말이지 단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위로해 줄 수 있기를 지금도 간절히


빌고 있습니다. 결국 글이란 것도... 무력한 인간의 노력이자


기도란 사실을 글을 쓸수록 느끼고 있습니다.


 



 


융프라우


 





책상 위엔 정밀하게 축소된


산의 모형을 올려 놓았습니다.


그리고 늘, 저곳에 올라가면


끝이 난다... 막연한 기대를


품고는 했습니다. 역시나 현실의


세계와 달리, 글쓰기의 세계엔


<산악열차>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꼭 언젠가


아내의 손을 잡고 오르고 싶은


융프라우입니다.


 



 


희망


 



글을 쓰는 사이... 한 독자분이


보내주신 <HOPE>란 이름의


담배입니다. 일본 여행길에 보내주신


<희망>도... 또 맛있는 <과자>도


정말이지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이 담배는 결국


에필로그 - 요한의 이야기에서


요한이 늘 입에 물고있는


담배가 될 예정입니다.


 


말하자면 이런 식으로


여러분들의 입김과 애정이 이 작품에는 많이 서려 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그런 바램을... 끝이 행복하길 바란다... 그런 바램을, 또 소소한 많은


바램을... 아무튼 최대한 담으려 애를 썼다는 생각입니다. 부족한 글을 어디선가


읽어주고 있다 - 라는 사실은 언제나 제게 큰 <희망>이 되었습니다.


그 인간, 어디선가 또 글을 쓰고 있겠지... 저 역시 여러분께


그런 무언의 <희망>이 되고 싶다 생각해보는 아침입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행복하셔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2009. 6. 1       박민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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