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카테고리
poiesis
- 작성일
- 2022.10.31
[eBook] [최근담] 하트모양 크래커
- 글쓴이
- 조예은 저
예스이십사
“엄청나게 좋아하던 것이 엄청나게 싫어지는 순간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어?”
첫 눈에 반해서 백년해로를 하는 이들이 - 그 대상이 사람이든 다른 무엇이든 - 얼마나 될까. 자신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식별하는 능력이 있고, 운이 좋아 우연히 그런 존재(나 대상)을 만나는 일은 행운이다.
나는 그런 조우가 노력으로 가능하다고 믿지 않았다. 종종 평생 함께 하고 싶은 물건들은 만났다. 나는 구매에 무척 까다로워서 함께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결국 사지 못한다. 기능에 맞춰 산 물건을 한숨을 쉬며 헤어질 시기만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물론 신주처럼 강도와 기간이 선명한 경우도 있고 그것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애정도 에너지 총량의 법칙을 따를지 모른다. 결국 애정을 유지하는 건 유지가 아니라 새롭게 만들어 가는 노력일 지도.
“실제로 본 심장은 그저 징그럽고 메마른 살덩이에 불과했다. 하트 같은 낭만은 어디에도 없었다.”
참 이상하게도, 인간의 모든 인지와 반응이 뇌의 기능이라는 것을 뇌과학을 통해 배운 후에도, ‘마음이 아프다’고 느낄 때가 있다. 분명 뇌가 아픈 것인데, 심장과 명치 어디쯤이 아프다. 아마 뇌신경망이 거기까지 내려온 모양이지... 싶었다.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은 말했다. 잘 하는 걸 계속하는 건 나쁘지 않지.”
‘잘 봐, 이 중에 정답이 있어.’
나는 어릴 적에 믿는 것이 많은 어린이였다. 상상 속 미래는 신나고 즐거운 곳이었다. 어른들은 모르는 게 없는 훌륭한 분들이라고, 언젠가 나도 그런 어른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정답을 열심히 찾아 표시했고, 하고 싶은 것보다 잘 하는 것을 소명처럼 하려 했다.
“어떤 문제에는 정답이 없다. 정답이 없는 질문에 틀리거나 틀리지 않는 건 흙바닥에서 낚시를 하는 것처럼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살다 보니 이 세상이 나를 표적 삼아 속이고 사기를 친 기분이 들었다. 산다는 일에는 깔끔한 정답 따위가 없었다. 인간관계도 아니 그 무엇도. 심지어 우주과학은 생명 자체가 계획도, 의지도, 의미도, 의도도 없는 원소들의 일시적 결합 상태라고 한다.
“자신이 가진 재능이 인정받기엔 부족하고 버리기엔 아까운 애매한 걸림돌이라는 진실.”
그리고 사람들은 공정하지 않았다. 재능을 반기는 건 어릴 적뿐이다. 사회가 바라는 구성원은 각자의 빛을 잃고 비슷하게 흐릿한 모습으로 빈 자리를 채워주는 인력일 뿐이다. 내가 가진, 가지고 있다고 믿었던 재능은 저항에도 변화에도 애매한... 그런 것이었다.
짧은 단편 속에서 살아온 지난 시간이 쇼처럼 지나갔다. 많이 아프고 슬프고 그리웠다. 문학이 가진 힘이란 늘 이렇게 대단하다. 조예은 작가의 작품을 나는 늘 고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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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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