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어린왕자 책과 마주했다. 순수했을 때 만났던 어린왕자의 이야기는 나도 그와 함께 여행을 다니며 꽃을 사랑하고, 여우를 만나며 함께 가르침을 받으며, '길들인다'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곤 했었다. 한창 친구들을 많이 사귈 때의 시기라서 그런지 그 때는 그 문구가 가장 가슴에 와닿았다. 하지만 이번에 만난 어린왕자의 책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문학평론가 황현산님이 옮긴 엄숙하게 말한 [어린왕자]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나도 어린왕자가 이상하게만 생각하던 그런 어른들 중 한 명이 된 것은 아닐까?

 

 

 어렸을 때는 지구에 온 어린왕자에게 눈길이 갔다. 어린왕자와 만난 여우의 말 한마디부터, 어린왕자가 약장수에게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와 닿았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말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별의 의미가 다르듯, 이 책도 시시때때로 의미가 달랐다. 어린이었을 때의 나와 지금의 나에게는 다가오는 이야기에서부터 스토리까지 모두 달랐다.

 

 

 

 이번에 [어린왕자]라는 책과 마주했을 때에는 지구에 오기 전에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배하고자 하는 왕, 숭배만을 원하는 허영쟁이, 내가 부끄러운 놈이란 걸 잊기 위해서 계속 마시는 술꾼, 잘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계속 소유하고 싶어하는 사업가, 책상위에서 모든 것을 논하는 지리학자. 어린왕자는 그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나는 그들이 이해가 된다. 주변에서 만났던 친숙한 모습들이고, 어쩌면 나의 모습의 한 부분이라고까지 생각이 든다. 여우의 말만 이해가 되었던 어렸을 때와는 달리, 이들을 보다가 여우를 보면, 오히려 여우가 더 낯설다. 나는 작은 별에서 명령에 따라 가로등의 불을 켜는 사람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지만, 내 안에는 왕, 사업가, 허영쟁이 등의 모습이 속속히 있어 지금 내 마음은 사막화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자신이 아닌 다른 것에 정성을 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저자의 해설에서는 '뱀과 여우'라는 주제로 전체적인 어린왕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여우는 현자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결단의 시간이 다가왔을 때에는 실천을 위해서 뱀의 '분석'을 선택했다. 극단적으로 과격한 이 귀향의 방법은 충격적이지만 확실했다. 우리가 선택하는 것들처럼 말이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사실 다른 것에 비해 생각 없이 읽었는데, 저자의 해설 이야기를 듣고 마지막 부분을 다시 읽었다.

 

 

 이렇게 순수한 어린왕자가 이제는 활자로가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개봉한다고 한다. 어떻게 이를 표현할 지 궁금함과 더불어, 조금 안타깝기도 했다. 세상이 그만큼 삭막해지고, 마음은 모두 사막화 되었기에 어린왕자가 지구에 다시 왔다는 생각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을 볼 때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그리고 몇 년 후에 이 책을 폈을 때는 어떤 부분에서 나의 마음의 신선한 물이 될지 궁금하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