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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yandlsj
- 작성일
- 2021.7.25
틸
- 글쓴이
- 다니엘 켈만 저
다산책방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의 빛나는 상상력이 사이사이를 채운 역사 소설인 이 책의 배경은 30년 전쟁입니다.
30년 전쟁(1618-1648)은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이는 인류 역사 최대의 종교전쟁입니다. 최초의 근대적 국제전이며 800 만여 명이 희생된 가장 참혹한 전쟁 중 하나로, 세계대전 못지 않게 유럽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킨 대사건입니다. 전쟁은 오늘의 독일 땅에 해당하는 신성로마제국을 무대로 일어났습니다. 신성로마제국은 신성하지도 로마와 관련이 있지도 않은 수백개 다민국 제후국의 느슨한 연합체였습니다. 황제 역시 선제후 일곱 명이 모여 뽑았습니다.
가톨릭의 면죄부 판매로 촉발된 종교개혁이 신교에 대한 구교의 강력한 탄압으로 일어지면서 곳곳에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이 싸움은 1555년 아우크스부르크 회의로 마무리되는 듯 하였으나 보헤미아의 왕 페르디난트 2세가 신성로마제국 황제에 즉위하면서 위기를 맞습니다. 독실한 가톨릭 교도인 그가 신교 탄압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신교를 믿던 보헤미아의 귀족들은 페르디난트 2세를 폐위하고 선제후 프리드리히 5세를 국왕으로 추대하며 신교와 구교 간의 치열한 전쟁이 시작됩니다.
전쟁은 매우 끔찍했습니다. 거기다가 페스트까지 번져 중부 유럽 전체가 초토화되었습니다. 무려 30년 동안 전쟁이 지속되었으니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날들이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일반인들에게 전쟁은 악몽에 다름없었을 것입니다. 애초에 종교의 자유가 주어진 것은 일반인들이 아니었으니까요.
미천한 신분 출신임에도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며 고루한 인간들을 골탕먹이고 귀족과 성직자들을 비꼬고 부조리한 세상을 조롱하며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위로를 선사하는 이가 있었습니다. 바로 주인공 틸입니다.
한 마을에서 줄타기 묘기를 선보이던 틸은 더 재미있는 것을 원하지 않냐며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신발 한 짝을 벗어 높이 던지라고 합니다. 망설이던 사람들은 신발에 얻어맞아가며 신발을 내던지며 신나합니다. 한참 지나고 틸은 신발을 어서 찾아 신으라고 합니다. 세상에, 이런 아수라장이 없습니다. 신발을 찾는 와중에 마음 깊이 숨겨두었던 서로에 대한 적개심이 드러납니다. 신나게 웃고 떠들던 사람들은 이제 욕을 하며 심하게 치고받고 싸웁니다. 이 모든 것을 틸은 높은 줄 위에서 바라봅니다. 1년 뒤 그 마을에 전쟁이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훨씬 전부터 전쟁은 마을에 와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틸은 어릴 때부터 외줄타기에 매력을 느낍니다. '외줄 타기는 추락으로부터의 도주다.' (_39쪽)
틸의 아버지는 미천한 신분임에도 책을 동경하고 세상에 대해 알고 싶어하며 주문을 외울 줄 알고 약초도 잘 알고 동네 사람들이 아플 땐 치료도 해줍니다. 결국 마녀로 몰려 처형을 당하는 비극적인 인물인데요. 틸의 아버지가 생전 매달렸던 문제는 곡식 더미에서 한 알씩 덜어냈을 때 과연 언제부터 더미가 아니게 되느냐 입니다. 그가 사형 전 날 만난 한 학자는 정확하게 1만 2000개부터라고 말합니다. 정말일까요.
살아가며 우리는 수많은 경계를 만납니다. 이쪽에 속했다는 이유로 저쪽을 적대하며 그렇게 서로 날을 세우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삶이란 결코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줄을 타는 틸은 경계에 선 사람입니다. 평화로운 죽음보다 죽지 않는 편을 택하겠다고 말합니다.
매력적인 틸을 만나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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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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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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