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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속에저바람속에
- 공개여부
- 작성일
- 2021.3.20
정원의 쓸모 #2
그린 핑거
씨앗을 돌보는 일과 그 일을 위한 정신과 자연의 상호 작용에서 우리는 이 환상을 얼마간 경험할 수 있다. 무언가를 자라게 하는 경험은 신비스럽고, 그 신비스러움의 일부는 경험자의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심지어 그런 환상에 이름도 있다. '그린 핑거'라는 영어 단어는 식물을 잘 기르는 재능을 가리킨다. 이 환상은 사람과 식물 관계의 핵심을 이룬다. 어떤 일을 일으킨다는 만족감, 사건의 원인이 되는 기쁨에는 이 환상이 기여한다고 나는 생각한다.(63쪽)
흔히들 손재주가 뛰어난 사람을 '금손'이라고 부른다. <정원의 쓸모>에 따르면 정원(텃밭)에서 식물(화초)을 잘 기르는 사람 , 곧 원예 능력자를 뜻하는 낱말이 바로 '그린 핑거'다. 요즘 반려식물을 통해 위로와 치유를 바라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실내 가드닝도 유행하고 있다. 집 안에 작은 화분 몇 개 들여놓는 것만으로도 '씨앗을 돌보는 일'은 이미 시작된 것이며, 그린 핑거의 환상을 체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린 핑거는 다음에 될게요. 오늘은 비눗방울 놀이부터!)
무언가를 길러내려고 할 때 자신에게 '그린 핑거'가 없는 건 아닐까 두려운 초심자에게는 수수께끼로 가득 찬 식물 세계가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환상의 힘이 작용하기 때문에, 첫 파종 시도에 실패하면 낙심과 실망에 빠져 "나는 아무것도 안 돼", "내가 손을 대면 다 망해" 같은 생각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어린이나 초보자는 해바라기나 무처럼 아주 안정적인 식물로 원예를 시작하는 게 좋다. 올바른 맥락에서 시작하면 누구든 그린 핑거를 가질 수 있다.(65쪽)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처럼 어려서부터 그린 핑거로 자라는 데에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저자의 조언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나 같은 식물킬러에게 식물을 길러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식물킬러의 대척점에 있는 낱말이 바로 그린 핑거가 아닌가! 영어사전을 검색해보니 '그린 핑거(green fingers)'의 반대말은 바로 '블랙 썸(black thumb)'이라고 한다. 흑손, 흙손, 똥손 등으로 번역해볼 수 있겠다. <정원의 쓸모>를 완독하면 나도 이제 똥손에서 금손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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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