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괜찮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온다 - [산타에게 편지가 왔어요]를 아이와 함께 보고 읽고

그.리.고(그림책 리뷰 창고)

흙속에저바람속에

작성일: 2020.12.14

도서명 표기 — 산타에게 편지가 왔어요
글쓴이
엠마 야렛 글그림/이순영 역
북극곰
평균
10 (25)
흙속에저바람속에

'참 괜찮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온다

<산타에게 편지가 왔어요>를 아이와 함께 보고 읽고

[들어가며] 올해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구입했습니다. 작년까지는 장식부터 시시때때로 아이의 습격이 예상되어 도저히 감당이 안될 것 같아 구매를 망설였던 것이죠.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요즘 유치원도 가지 못하는 아이의 기분도 달래줄 겸 11월말부터 트리를 설치했습니다. 아침과 저녁이면 진행되는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을 보며 즐거워하는 아이에게 매일 주어지는 작은 선물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또 트리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게 캐롤일 것입니다. <울면 안돼>는 아이의 18번곡입니다.

울면 안돼~♪ 울면 안돼~♪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대~♪

난 안울었으니까,

산타 하삐(할아버지)가 <월리를 찾아라> 7번(권) 줄거야!

여느 때와 다름없이 캐롤을 부르던 아이 앞으로 크리스마스에 딱 어울리는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바로 북극곰 출판사에서 아이들의 취향을 저격하여 펴낸 그림책, <산타에게 편지가 왔어요>입니다. 그림책의 물성을 잘 살린 책표지는 책제목처럼 '편지'를 중심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앞표지는 에이미가 보낸 편지를 받은 산타의 모습이, 뒷표지에는 산타가 이 책을 보게 될 우리에게 보낸 편지내용이 담겨져 있습니다. 아마도 크리스마스 선물 때문에 에이미와 산타가 서로 편지를 보낸 것 같은데요. 과연 산타에게 온 에이미의 편지에는 무슨 사연이 있길래 산타는 저리도 급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걸까요? 아이와 함께 산타의 동굴로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이와 함께 보고 읽으며 아빠 혼자 딴생각하기] 크리스마스까지 다섯 밤이 남은 날, 굴뚝으로 에이미가 산타에게 보낸 편지가 떨어집니다. 맙소사, 편지의 군데군데가 불에 타버려 에이가 바라는 선물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네요. 한참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던 산타는 도무지 알 수 없어서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내 도움을 요청합니다.

먼저, 우당탕탕 요정 마을에서 장난감 공장을 운영하는 요정 엘팔파에게서 소포 하나가 도착합니다. 산타는 그많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어떻게 준비하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곤 했습니다. 산타가 직접 요정과 가내수공업으로 선물을 만들고 포장하거나, 선물은 마법으로 만들고 아이들의 편지에 대한 답장은 산타와 요정들이 하는 등 여러 그림책마다 조금씩 다른 설정을 갖고 있습니다. 이 그림책에서는 산타가 요정이 운영하는 장난감 공장으로부터 물건을 공급받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공장이 너무 바빠서 신입 요정으로 하여금 선물을 만들게 했던 것인데, '그 선물'을 받은 산타는 깜짝 놀라서 북극곰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작가는 왜 그많은 대상 중에 북금곰을 소환하게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불현듯 산타가 살고 있는 지역과 콜라 제조회사가 떠오릅니다. 실제로 핀란드에는 산타마을로 유명한 곳이 있고, 핀란드에서 북극까지는 가까운 편이라서 그곳에 사는 북극곰이 등장한 게 아닐까요? 콜라 제조회사의 마스코트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아무튼 북극곰은 자신이 (광고에서 즐겨 마시는 콜라가 아닌)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직접 만들어 산타에게 소포를 보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코앞에 둔 산타는 '그 선물' 앞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마지막 희망인 루돌프에게 편지를 씁니다.

산타의 편지가 도착했을 때 순록들은 무척 바빴어요.

마지막으로 날아오르는 연습을 하고 있었거든요.

순록 대장인 루돌프는 편지를 받아서 정말 기뻤어요.

루돌프의 리즈시절이 떠올라 감회가 새롭습니다. 산타의 도움으로 자신의 컴플렉스를 극복하고 다른 사슴들과 산타의 썰매를 끌게 되었다는 루돌프의 이야기는 '루돌프 사슴코' 캐롤을 통해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이 그림책에서 드디어 대장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 것이죠! 산타의 편지를 받은 루돌프가 기뻐했듯이 저 역시 이제는 어엿한 리더로서의 루돌프를 다시 만나게 되어 기뻤습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 루돌프는 긴급 회의를 한 끝에 순록들이 모두 받고 싶어 하는 '그 선물'을 산타에게 보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어 썰매에 선물을 싣고 있던 산타는 소포를 열어보고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어쩔 수 없이 자신을 기다릴 전 세계의 아이들을 위해 밤하늘로 날아오릅니다. 마침내 산타가 에이미 집에 도착하고, 때마침 참 괜찮은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바로 그때 산타는 좋은 생각이 떠오릅니다!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필요한 건 다 있었어요.

분명 완벽한 선물이 될 거예요.

과연 산타가 에이미에게 준 선물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에이미는 산타의 선물을 받고 좋아했을까요? 정답은 에이미의 감사 편지에 고스란히 적혀 있으나,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궁금하신 분은 직접 그림책을 통해 확인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편지 겉면에 힌트가 있으니 잘 찾아보세요! 또한 위에서 만나본 신입요정과 북극곰, 그리고 루돌프가 직접 만들어 산타에게 보낸 '그 선물'의 정체는 제가 아이와 함께 직접 해본 그림책 놀이를 통해 맞춰보시기 바랍니다.^^

(그림책 속 소포에 들어있는 선물들을 실제 그것들로 놓고 맞춰보는 놀이를 하는 아이)

[나오며] 매일 아이와 함께 <산타에게 편지가 왔어요>를 볼 때마다 이 책을 짓고 그린 작가 엠마 야렛의 표현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 물씬 느껴지는 그림체는 물론, 딸아이를 닮은 에이미부터 요정들과 북극곰 그리고 순록들까지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귀엽고 사랑스럽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친근하고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산타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또한 산타의 친구들이 보내온 편지 속에는 작가의 유머와 센스가 가득 담겨 있어서 아이에게 이야기를 읽어주면서 저 역시 머리속으로 상상해보게 됩니다.

이처럼 그림책 속 세상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느라 들뜬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올해 우리가 맞을 크리스마스는 예년과는 많이 다를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집에서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는 것조차 어쩐지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어린이날에 이어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크리스마스마저 '코로나로 아이들이 잃은 것들' 중 하나가 될까봐 걱정도 됩니다. 얼마 전 읽었던 동명의 책에서 "(크리스마스) 축제와 (메리 크리스마스) 축하 같은 의례는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다양한 의미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게 아니라 아이들이 자라면서 그 시기에 누려야 할 소중한 경험을 지켜줘야한다."는 말이 아직도 마음 한 편에 서늘하게 남아 있습니다.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잠시 시간을 내어 아이들과 함께 산타와 친구들이 사는 그림책 세상으로 떠나보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크리스마스, 그리고 겨울에 아이들의 처진 기분과 흥을 북돋아줄 수 있는 감성 영양제와도 같은 이 그림책을 여러분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