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속에저바람속에
  1. 마흔의 서재(수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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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정부희 곤충학 강의
글쓴이
정부희 저
보리
평균
별점8.3 (7)
흙속에저바람속에

곤충에 관한 거의 모든 것들



<정부희 곤충학 강의>를 읽고



 



 





 



 



[수업전]



 



  어느새 여름이다. 초록빛 식물들 사이로 분주히 오가는 그들이 보인다. 그들이 부르는 노랫소리도 들린다. 가던 발길을 멈추고 유심히 들여다 보아야 잘 보이고, 귀 기울여 들어야 비로소 들린다. 그들은 곤충이라 불리는 존재다. 지구에 사는 동물 가운데 가장 많은 개체수를 가진 것이 바로 곤충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많은 움직임과 모습이 사람의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그동안 대충 보아 넘겼던 곤충에 대한 보충수업이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쯤 곤충에 관한 책 한 권이 내게 날아들었다. <정부희 곤충학 강의>라는 교재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강의를 맡은 정부희 선생님을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왜 한국의 파브르로 불리는지 이 책을 통해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흔히들 곤충학 하면 프랑스의 곤충학자인 장 앙리 파브르와 그가 쓴 <파브르 곤충기>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죽은 곤충에 대한 해부학적 결과에 주목했던 당시 곤충학계와는 달리, 그는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살아있는 곤충을 관찰하고 또 실험한 결과를 통해 곤충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도록 만들어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우리는 파브르 곤충기가 프랑스에 살던 곤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정부희 선생님의 예전 인터뷰에 따르면, 곤충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우리나라 산천에 살고 있는 토종 곤충들을 발견하고 그들의 생태에 대해 기록하여 널리 알리는 일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곤충에 관한 책들을 펴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희 곤충학 강의>에도 누구든지 곤충에 대해 보다 쉽고 재미있게 알아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곤충 몸의 원리와 생리 작용', '곤충의 생존 전략', '꼭 알아야 할 곤충들' 등 책의 차례를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곤충의 삶(한살이)과 역사가 인간의 그것과 무척 닮아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특히 '곤충이 지구에서 번성한 까닭은 뭘까'라는 물음에 대한 아홉 가지 답을 알아가는 과정이 곤충학 강의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각 장에서 (대부분이) 처음 알게 되었거나 인상에 남았던 부분들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수업중]



 



1장 곤충의 탄생과 번영



  약 3억5천만 년~4억만 년 전 지구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곤충은 공룡이나 사람보다도 훨씬 오래 전부터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고 진화하며 오늘날까지 그들만의 역사를 이어왔다. 곤충은 '계-문-강-목-과-속-종'이란 생물 분류 체계에 따르면, 움직이므로 '동물계', 몸이 마디로 되어 있고 마디마다 부속지(몸통에 붙어 있는 기관이나 부분)가 붙어 있으므로 '절지동물문', 몸이 머리, 가슴, 배 세 마디이고, 더듬이는 두 개이고, 다리는 여섯 개이며, 날개가 네 장이므로 '곤충강'으로 나눌 수 있다. 이 다음부터는 생김새나 생식방법 등 비슷한 부류를 묶어 '목', '과', '속', '종' 순으로 세분화되어 곤충마다의 족보를 써내려간다.



 



2장 곤충의 몸 생김새



 





 




  곤충의 몸은 세 마디, 가슴, 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세 칸짜리 기차와 비슷하지요. 첫 번째 칸인 머리, 두 번째 칸인 가슴과 세 번째 칸인 배로 연결된 기차 말입니다. 머리와 가슴 사이, 가슴과 배 사이가 부드러운 연결막으로 이어져 있어 몸이 유연합니다. 몸이 나무토막처럼 한 덩어리이면 유연하게 움직이지 못하지만, 세 토막이다 보니 움직임이 보다 자유롭습니다. 그러다 보니 먹이와 짝을 찾아 돌아다니거나 천적을 피해 도망치기에 매우 유리하지요.(34쪽)




 



  곤충의 머리는 먹잇감이나 짝을 보는 겹눈, 배고플 때 먹어야 하는 입(입틀), 냄새를 맡고 맛을 보는 더듬이 등 여러 감각기관이 집중된 곳이고, 곤충의 가슴은 이동 수단인 날개와 다리가 모여 있는 곳이며, 곤충의 는 생명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소화기관과 생식기관이 위치한 곳이다. 이 장에는 머리 부분의 눈과 입, 더듬이, 가슴 부분의 날개와 다리, 배 부분의 소화기관과 생식기관 등 각각의 구조와 다양한 형태가 글말체로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더불어 사물을 보는 방식이 사람과 다르기 때문에 사람보다 수만 배나 많은 낱눈을 가진 곤충의 시력이 사람보다 좋지 않다거나, 지구에서 맨 처음 날개를 단 동물이 바로 곤충이라는 사실 등을 입말체로 풀어놓음으로써 자칫 건조하거나 딱딱해질 수 있는 내용을 호기심을 갖고 대하도록 도와준다.



 



3장 곤충 몸의 원리와 생리 작용



  사람과 달리 곤충의 뼈는 내장기관과 근육을 감싼다. 그 뼈가 곧 곤충의 피부인 셈인데, 단백질과 결한된 키틴이라는 매우 얇고 질긴 재질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을 '큐티클'이라 부르며, 몸속 수분이 외부로 증발하는 것을 막아 몸속의 삼투압을 유지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중요한 내부 기관을 보호해주는 역할도 한다. 곤충(애벌레)들은 성장을 위해 호르몬의 지휘 아래 이 큐티클을 벗어 던지는 '허물벗기(탈피)'를 여러 차례 시도한다.



 









 



  생물이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거쳐 성장하며 자손을 남기고 죽을 때까지의 과정을 '한살이'라 부른다. 곤충은 알에서 애벌레, 그리고 번데기 또는 어른벌레로의 단계적 성장을 거친다. 그동안 '변태'로 알고 있던 낱말을 '탈바꿈'이라는 우리말로 바꿔부르니 왠지 더 정감이 간다. 곤충이 탈바꿈하는 이유가 분업이 잘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즉 애벌레는 열심히 먹고 성장하는 일에, 어른벌레는 자손을 낳고 더 좋은 환경으로 분산하는 일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알-애벌레-어른벌레' 순으로 한살이를 이루는 '안갖춘탈바꿈(불완전변태)'이고, 다른 하나는 '알-애벌레-번데기-어른벌레' 순으로 한살이를 이루는 '갖춘탈바꿈(완전변태)'이다. 앞서의 허물벗기와 탈바꿈은 모두 호르몬의 변화로 단단한 큐티클 옷을 벗지만, 허물벗기의 경우 몸 크기가 커지더라도 몸의 생김새나 내부 구조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이에 반해 애벌레가 어른벌레로 탈바꿈하면 생김새뿐만 아니라 생리 현상에도 큰 변화가 생기게 된다.



 



4장 곤충의 생존 전략

  사람과 마찬가지로 곤충도 날씨가 너무 덥거나 춥거나, 혹은 너무 건조하거나 습하면 활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때의 생존 전략 중 하나가 성장 활동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휴면이다. 몸이 어는 걸 막고 겨울 추위를 극복하기 위해 자동차의 부동액에 해당하는 글리세롤을 몸속에 비축하는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곤충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에는 생태계의 먹이그물을 빼놓을 수 없다. 곤충들은 포식자의 눈을 피하기 위해 가짜로 죽은 척하거나, 포식자를 놀라게 하는 소리를 지르거나, 아니면 몸을 보호색 혹은 경고색으로 치장하거나 강력한 독 물질을 내뿜는 등의 전략을 구사한다. 변장과 위장이 주변 환경을 이용해서 자기를 보호하는 데 반해, '흉내 내기(의태)'는 특정한 동물의 몸 색깔과 무늬, 특이한 행동을 스스로 모방하는 행동을 보인다는 사실이 퍽 흥미롭다.



  



 



5장 꼭 알아야할 곤충들 



  곤충은 외딴 세계에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범지구적으로 살고 있다. 인류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지구에 정착하여 저마다의 한살이를 살아온 생태계의 대선배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들의 정교하고도 경이로운 세계를 모두 이해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곤충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그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장에는 우리가 꼭 알아두면 좋을 곤충들로 가득하다. 특히 우리나라에도 서식하고 있는 곤충들이라 언젠가 또 어디선가 마주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그 가운데 평소 곤충인지 아닌지 헷갈렸던 바퀴와 파리에 대해 간단히 살펴본다. 먼저 바퀴는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불릴 만큼 아주 오래 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3억5천년 전에 처음 나타나 현재까지도 번성하고 있다. 바퀴에 관한 속설이 많다보니 다른 곤충에 비해 알을 적게 낳고 한살이[오자(243쪽에 해당)에 대한 수정 필요: 바퀴는 불완전한변태를 하는 곤충이어서 알, 애벌레, 번데기 어른벌레의 단계를 거치며 한살이를 이루어 나갑니다.]도 최대 1년으로 번식이 느린 편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다음으로 파리와 모기를 포함한 파리목은 대개 인간 생활에 해롭다는 인식이 강하다. 꽃등에류는 오히려 인간에게 이롭다고 한다. 어른벌레는 농작물의 꽃가루받이를 도와주고, 애벌레는 진딧물을 잡아먹으며 농작물의 생육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정부희 곤충학 강의 #1 - 꼭 알아야할 곤충들 : 나비목



정부희 곤충학 강의 #2 - 꼭 알아야할 곤충들 : 메뚜기목



정부희 곤충학 강의 #3 - 꼭 알아야할 곤충들 : 딱정벌레목



 



[수업후]





  곤충학 수업 내내 눈과 머리는 책 속 곤충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 마음 한 편으로는 산과 들로 뛰어나가 책에서 만났던 곤충들과 직접 마주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하였다. 곤충학 입문서로서 곤충의 이모저모를 입말과 글말로 적절하게 섞어 설명하고, 여기에 곤충에 관한 풍부한 사진 자료들을 곁들여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더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곤충학이라는 자연과학 혹은 순수과학을 이토록 즐거운 마음으로 완독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매력 중 하나로 꼽을 수 있겠다.



  한 뼘 더 나아가 곤충의 세계는 곤충을 전공하는 곤충학자나 관련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라, 아이와 어른 누구나 다같이 그들을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공간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곤충도 우리가 사는 세계의 일원이자 이웃임을 깨닫고 그들의 생태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그들의 작은 몸짓과 행동 하나하나가 우리의 일상의 활력소가 되어줄 것이다. 아울러 그들의 한살이가 우리의 삶에 대한 자세를 다시금 돌아보게 만들어 주는 이정표가 되어주리라 믿는다. 이제 곤충은 대충이 아니라 제대로 마주할 때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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