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속에저바람속에
  1. 마흔의 서재(수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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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화살
글쓴이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저
윌북(willbook)
평균
별점9.2 (24)
흙속에저바람속에

신의 화살을 피하는 방법



<신의 화살>을 읽고



 



 



  "인류가 처음 겪는 일이 아니라 저들이 처음 겪는 일일 뿐이다." 다시 의 화살에 올라탄 그것은 언젠가 신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자신을 섬기는 신관의 딸을 납치하여 풀어주지 않은 아테네인들을 벌하기 위해 아흐레 동안 화살을 쏘고 열흘째 되던 날이 되어서야 활을 거둔 은 다름 아닌 치유의 신이자 질병의 신인 아폴론이다. 그리고 그것SARS-2 바이러스(코로나바이러스과에 속하는 바이러스의 일종. 일명 SARS-CoV-2. 2019년에 출현해 대규모 범유행을 일으켰다.)이다. 현재진행형인 범유행(팬데믹)의 사태를 바라보며 아폴론의 보복을 떠올린 저자는 책의 제목을 <신의 화살>이라 명명했다. 그는 의사이자 사회학자로서 책을 통해 코로나19 범유행을 생물학, 의학, 사회학, 정치학 등 다양한 렌즈로 들여다보고 과거에 인류가 겪어온 전염병의 역사를 거울 삼아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을 제시한다.



 




  면역이 생기거나 백신을 발명한다고 해도, SARS-2는 인플루엔자, 홍역, 감기 등의 바이러스처럼 계속 인간 사이에 돌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인류는 이 바이러스와의 타협점을 찾아야만 한다. 그러나 그 전까지 많은 이들의 희생이 불가피하다. 새로운 병원체는 이미 인간 세상에 자리 잡았고, 어떤 형태로든 영원히 우리 곁에서 돌게 될 것이다.(65~66쪽)




 



  작디 작은 바이러스는 최소한 3000년 전부터 도시에서 큰 집단을 이루어 살기 시작한 인류와 함께 존재하면서 수차례 세상을 뒤덮었다. 기원전 430년 아테네 역병, 기원후 541년 유스티아누스 페스트, 1347년 (500년 가까이 유행과 소멸을 거듭했던) 흑사병, 1918년 스페인 독감 등 오래된 적과의 동침은 2020년에 다시 시작됐다. 특히 1918년 범유행이 끔찍한 수의 사망자를 낸 것에 비해 일반 대중의 집단 기억에 그리 선명히 남지 않은 것이 놀랍다고 저자는 말한다. 제1차 세계대전은 누구나 배우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죽은 1918년 범유행에 관해서는 많이 배우지 않고 그때 일을 기억할 만큼 인지기능이 건강한 노인도 드물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위험을 간과해서는 안 되며 대규모 범유행은 필연적으로 다시 찾아오기에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전염병의 참상을 다룬 기록들을 읽으면 섬뜩할 만큼 낯익은 느낌이 든다. 경제는 교환을 바탕으로 하고, 교환은 사람들 간 교류에 의존한다. 사람들이 교류를 할 수 없다면 경제도, 제대로 돌아가는 사회도 성립하기 어렵다. 전염병 유행기는 생명뿐 아니라 생계를 잃는 시기다. 일상을, 사람들과의 연결고리를, 자유를, 그 밖의 많은 것을 잃는 시기다.(201쪽)




 



  "여행'이' 우리를 떠났다"는 한 항공사의 광고 카피처럼 여행이 일상이던 시절이 가고, 이제는 일상을 여행처럼 살자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상실의 시대'는 일상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게 하는 동시에 우리의 몸과 마음도 지치게 만든다. 병은 감염된 사람과 접촉해야만 전염되지만, 두려움은 감염된 사람이나 두려워하는 사람 어느 쪽과 접촉해도 전염될 수 있다는 저자의 지적이 날카롭다. 다시 말해 전염병을 아폴론처럼 복수심에 불타 말릴 수 없는 신이라거나 무심하고 무자비한 자연에서 비롯된 재앙이라고 생각하면 두려움만 커질 뿐이라는 것이다. 두려움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서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하는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어 거짓 정보와 음모론을 키우고, 사람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불안과 공포, 슬픔과 분노라는 감정의 악순환을 경험하게 된다.



 




  물론 바이러스는 의지가 없는 존재이니 의도를 가지고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 사회적 경제적 요인 때문에 그 사람이 누구냐가 중요해진다. 전염병이 돌면 기존에 있던 사회적 구분이 증폭되기도 하지만, 전에 없던 구분도 생겨나기도 한다. 병자와 건강한 자가 나뉜다.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깨끗한 자와 오염된 자가 나뉘고, 떳떳한 자와 비난받을 자가 갈리면서 그 사이의 골이 깊어진다.(262쪽)




 



  범유행이 장기화될수록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불평등과 보편적 의료보장의 부재를 목격하게 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때 우리 모두의 취약성이 아니라 특정집단 간 발병률의 차이에 초점을 맞춘다면, 타인에 대한 감수성은 점차 무뎌지고 나아가 병에 걸린 걸린 사람들의 잘못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덧붙인다. 그래서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우리 모두가 같은 인간임을 자각하고 범유행에 맞설 수 있도록 연대하고 집단적 방역 의지를 가져야한다고. 전쟁, 기근, 허리케인과 지진 같은 자연재해 때는 사람들이 함께 모일 수 있지만, 유행병은 집단적 재해임에도 불구하고 개별적으로 겪어내야 하며 때로는 우리의 어두운 성향을 자극하여 앞서 말했던 공포, 분노, 비난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다른 집단적 재해처럼 유행병에 맞설 때도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인류는 사랑, 협동, 교육 등을 통해 유익한 특성들을 발전시켜왔음을 오랜 인류의 문화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아시아 도시들이 지금까지 코로나 바이러스 범유행을 아주 성공적으로 차단해냈다는 것은 현대적 생활 환경이 바이러스가 퍼지는 데 유리할지 모르지만, 그것과 맞서 싸울 방법을 찾는 데에도 유리한 점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진화생물학의 큰 수수께끼인, 서로 희생하고 협력하며 가르치는 능력을 진화시켰다. 찰스 다윈조차도 그런 이타성이 어떻게 진화에 의해 생겨났는지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이기적인 존재가 도대체 어떻게 서로를 위해 희생하는 걸까? 그럼에도 인간은 항상 그런 행동을 한다. 우리에게 너무나 근본적인 이타적 행동, 협력, 교육이라는 능력을 바이러스는 해치지 못한다. 그리고 그 같은 능력이 있기에 우리는 바이러스에 맞설 수 있다.(346쪽)




 



  유행병에 대응하는 방법에는 크게 '약물적 개입'과 '비약물적 개입'이 있다. 놀랍게도 '매큐언 가설'에 따르면, 감염병을 소멸시킨 가장 주요한 동력은 현대의학의 발달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환경의 개선과 공중보건 조치의 시행이었다. 이는 감염병 확산을 줄이는 데 백신이나 치료법과 같은 약물적 개입(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보다 자주 손씻기, 신체적 거리두기, 자가격리 등 비약물적 개입의 공헌도가 더 크다는 걸 말해준다. 비약물적 개입의 대표적 방식이 바로 마스크 착용이다. 마스크는 이번 유행 초기에 논란의 대상이 되고 여러 혼란을 야기했지만, 오랜 세월 동안 호흡기질환에 대처하는 수단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한 예로 1918년 범유행 때 거리 사진 한 장을 통해 이미 사람들은 마스크라의 효용을 알았고 그 효과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분석해왔음을 엿볼 수 있다. 본인의 감염을 막는 것보다 본인에 의한 타인의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쓴다는 점과 유행병에 대한 여러가지 공중보건 대응시 의료적, 사회적,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심리적 차원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저자의 조언에 깊은 공감이 일었다. 또한 집콕생활이 일상화, 보편화되면서 삶의 의미를 깊이 성찰하는 사람도 많아짐에 따라 그동안 수면에 가려져 있던 많은 정치적, 사회적 문제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져가는 걸 실감하게 된다.



 




  범유행병은 인간의 시각으로 보는 현상이기에 강력한 상징적 의미가 부여되기도 한다.(중략) 마스크가 단순히 바이러스를 함유한 비말의 전파를 막는 도구가 아니라, 자유와 공익의 문제를 환기하는 수단이 됐다. 쓰지 않는 사람들은 자유의 표상으로, 쓰는 사람들은 공익의 표상으로 정치적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에서만 그런 논란이 있었다. 대부분 나라의 사람들은 마스크 착용을 정치적 행위로 보지 않았다.(442쪽)




 



  끝내 아폴론이 화살을 거두었듯이 언젠가는 전염병도 종식될 것이다. 백신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형성 혹은 바이러스의 진화로 인한 치명성 약화나 인류의 진화로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그 결말을 예상해볼 수 있다. 저자의 표현을 빌자면 이는 생물학적 종식 시나리오로 부를 수 있는데, 범유행은 인간의 생각과 행동이 작용하는 사회적 현상이기도 하기에 사회적 종식 또한 존재한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공포와 불안, 그리고 사회경제적 혼란이 가라앉거나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여지는 순간이 그 종식 시점이라는 게 저자의 견해다. 그렇게 아폴론의 화살은 멈출테지만 또 언젠가 화살이 빗발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때 그의 화살통 속에 든 화살을 큐피트의 그것으로 바꿔놓는 상상을 해본다. <신의 화살>을 이미 맞아(라 쓰고 '읽어'라고 읽는다) 보았기에 지금의 우리와 달리 서로 연대하며 빗발치는 화살을 잘 헤쳐 나가는, 보다 슬기롭고 더 성숙한 우리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YES24 리뷰어클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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